공공의료의 확립이 메르스 해결의 출발
공공의료의 확립이 메르스 해결의 출발
  • 박상재 기자
  • 승인 2015.06.2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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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의 기본인 ‘손씻기’도 힘든 시간
노동자 안전이 전제돼야 환자 안전 책임진다
[인터뷰] 이수진 의료산업노련 위원장
▲ 이수진 의료산업노련 위원장 ⓒ 의료산업노련

메르스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의료진 감염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산업노련이 지난 25일 의료지원단 파견을 결정했다. 이수진 의료산업노련 위원장은 공공의료가 무너진 채 민간병원에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병원 노동자들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전반적으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관리 차원에 있어서 이번에 정부의 초동대처가 늦어진 부분이나, 대형병원임에도 감염에 있어서는 취약한 허점을 드러내는 상황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보건복지부 브리핑을 보면 메르스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고, 확진자가 완치되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는 것을 보긴 하지만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보건복지부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지 의심이 된다. 병원 의료진은 환자들에 대한 신속한 치료에 집중해야 하지만, 노동강도나 의료인 감염 등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병원에 있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환자들의 병력 히스토리가 없는데 응급실이나 의료실에 와서 업무상 접촉을 하게 되면 질병에 걸리는 경우는 메르스 외에도 많다. 게다가 70% 이상이 여성이니 육아와 같이 가정적인 부분도 위협을 받게 된다. 결국 병원에서 하는 환경이 열악하니 소명감만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 근무 환경이 반복이 되고, 메르스와 같이 국가적 위기상황이 오면 몸이 못 견뎌 병가를 내야 하거나, 일을 그만 두는 환경이 반복되고 있다.”

국가차원의 안전망 구축에 대해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다. 악순환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가 공공의료에 대한 시설투자나 예산 지원을 하지 않다가 문제가 발생할 땐 공공의료기관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공공병원의 의료시설이 취약하니 결국 민간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간다. 환자가 몰리는 병원에서 노동자들은 한계 이상의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런 상황에선 병원 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게 되고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 중 위험성이 높은 부분 중 하나가 의료인에 의한 교차감염이다. 손 씻기가 감염 예방의 기본 조건이다. 그런데 나도 현장에 있었지만, 일을 할 땐 손 씻을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 간호사 한 명당 담당해야 하는 환자 수가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다.
우선 공공부문의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 당연히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예산을 대폭 확충하고 진행을 해야 한다. 당장 공공영역의 확충이 어렵다면 적정 수가를 통해 인력확충 등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인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간호등급 수가는 사실은 그렇게 유인책이 될 만큼 보존해주지 않는다. 무리한 노동을 요구하는 관행을 제도 속에서 바뀌어야 한다. 캘리포니아 간호사 노조 관계자와 이야기를 해 보니 해당 주법에 간호인력법을 만들어서 굉장히 좋아졌다고 한다.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정도이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니 근무 시간 중에도 1~2시간 휴게시간을 제공하고, 휴게시간을 보장할 인력을 확보해 놓는다. 환자는 24시간 손길이 필요한 만큼 간호 인력에 대한 적절한 근무환경이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할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25일에 조합원 의료단 파견을 결정했다. 조합원들을 더욱 힘든 현장으로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국립중앙의료원이나 기타 병원 등에서 의료진들이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면서 지쳐가고 있다. 방호복을 입고 일을 하다 보니 땀이 젖고. 일주일 정도 일했는데 살이 3~4kg 빠졌다고 한다. 근무환경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메르스가 아니라도 다른 무슨 병이라도 걸릴 상황이다. 특히 여성이 많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있다. 아이에게 전염될 수도 있기 때문에 집도 함부로 못가지만, 오랫동안 집을 비울 수도 없다. 일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사자나 자녀들이 메르스 환자를 돕는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쭉 들으면서,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의료지원단 파견에 대한 요청을 받았다. 노동조합이 요청을 한 건 아니지만, 요청 내용을 보면서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우선 파견지에서 1~2주 일하면 바로 복귀를 못하고, 2주간 격리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면 한 달 정도 현장에서 떠나있어야 하는데, 기존 의료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보니 중환자실에서 한 명만 빠지면 업무적으로 지연되는 부분이 많다. 게다가 파견자가 생기면서 다른 간호사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 중 아파서 병가라도 나가면 업무 강도가 더 높아지는 게 한국 의료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간호사 6명이 자원을 했더라.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처음 보건복지부에서 의료지원단 파견을 요청할 때 조건은 2주간의 파견근무였다. 2주간 메르스 환자와 접촉하면 이후엔 격리와 함께 메르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기간을 가져야 하는데, 보건복지부에선 전혀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연맹 차원에서 강력히 주장했던 부분이 아니었다면, 또 한 번 메르스 확산이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정부의 제 역할이 정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의료산업노련의 역할이나 계획 같은 게 있다면 간단하게 밝혀주길 바란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 공공의료 확충, 간호인력법 제정. 민간지원의 필요성 등을 이야기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인력에 대한 관리 감독부터 제대로 된 법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인력 확충을 통해서 기본적인 서비스가 제공되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민간이나 공공 등 의료진들은 항상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힘든 상황들을 많이 경험해왔기 때문에 정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 제도의 개선, 제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법적인 역할. 법안 발의를 위한 역할들을 계속 해 나갈 생각이다.
또한 환자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선 노동자가 건강해야 한다. 적정 근로시간이 지켜지도록. 주 40시간 일하는 문화, 장시간 관행을 없애도록 할 것이다. 현재 병원 노동자들이 근로시간 관련해 특례업종에 포함돼 있다. 특례 업종에서 나와야 한다. 이게 이어지면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이 적정근무시간을 보장받는 내용을 입법화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의료산업노련 안에는 공공의료기관이 없긴 하지만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도 움직이고 있다.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할 때 민간병원도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