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노동조합 김상진 신임 위원장
캐리어노동조합 김상진 신임 위원장
  • 김경아 기자
  • 승인 2006.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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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안정 위해서는 노조가 영업, A/S까지 나설 수 있어야 한다”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지난 5월 캐리어 노사의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반대 52.4%)됐다. 16대 캐리어노조 집행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에 이른다. 그렇기 때문에 새 집행부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생산은 물론 영업, A/S까지 노동조합이 나서겠다는 새로운 포부를 밝힌 17대 캐리어노동조합 김상진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 전 집행부의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조합원들의 선택에 무엇이 작용했다고 보는가?


조합원은 대다수가 현실적으로 사업장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회사에서 하는 얘기뿐 아니라 영업활동이나 돌아가는 상황으로 봤을 때 우리 제품이 실제 많이 나가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러다 보니 다들 힘들어한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올 것이 왔다’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조합원들은 임금보다는 고용을 둘러싼 회사 측 메시지에 대한 노동조합의 답변을 원했다. 하지만 고용에 대해 노동조합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부결의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우리 집행부는 고용문제를 고용안정위원회가 아닌 법적 구속력을 갖는 단체교섭에서 풀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이미 교섭위원을 구성했고 회사 측에 명단을 보낸 상태이다. 회사에서도 일단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부터 많은 고민이 필요한 교섭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 55%의 찬성률로 당선됐다. 나머지 절반의 반대 목소리를 어떻게 포용해 나갈 것인가가 안정적 리더십 형성의 관건이 될 것 같다.


얼마 전에 첫 대의원회의와 운영위원회를 했다. 회의 속기록을 현장 7군데에 모두 보냈다. 대의원들의 의견을 그대로 조합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단은 그런 부분이 100% 효과를 얻지는 못하더라도 현장의 목소리가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회의록을 공개한 것이다.

 

그런 기록을 통해서 조합원들은 ‘아, 우리 대의원은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그러다보면 이전에 현장에 팽배했던 ‘줄서기 문화’같은 것은 해소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아직 정확한 반응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일단 관심을 가지고 여러 이야기를 하더라. 이런 부분들이 조직 이기주의 등을 해소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사업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결과를 낳을 거라고 생각한다.

 

▶ 경영 및 생산에 대한 노동자의 개입을 넓혀서 실질적인 고용안정을 이루겠다고 했다. 좀 더 자세한 의미와 방안을 설명하자면?


이제는 노동조합의 활동 반경이 조합원들의 임금인상이나 복지후생 부분을 넘어야 한다. 시장은 이미 글로벌화 되면서 주주가 우리 사업장에서 생산을 안 해도 영업이익을 남길 수 있는 조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 우리 사업장의 경우 신제품 문제, 개발 문제, 영업행위에 적극적이지 않은 문제, 소비자들이 A/S를 타사에 비해 훨씬 불쾌하게 느낀다든지 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부분은 회사에 구조조정의 빌미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동기부여를 적극적으로 해서 개발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공식적인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 영업부분도 지금 영업소가 없는 전주 같은 지역도 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이전에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했지만 이제는 노동자들도 그런 부분을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A/S문제도 소비자들에게 불친절한 부분들에 대해 적극 개입해서 개선할 수 있도록 하고, 생산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과거 강성으로 유명하던 캐리어노동조합의 고민으로는 새롭다. 새로운 고민은 어떤 계기로 시작됐는가?


고민은 오래전부터였다. 2년 전에 낙선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암묵적 ‘금기사항’이라 할 만한 몇 가지를 내걸었다. 회사 브랜드가치 문제라든지, ERP 문제가 그렇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이상이 실현되지 않는 현실적 조건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 사업장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동남아나 남미 등에서 생산해 판매행위만 할 수 있기도 하다. 이런 부분들을 고민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고민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겠나? 회사는 입간판만 걸고 영업이윤만 내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회사에 우리 고민지점을 요구하고 관철해야 실질적으로 고용안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ERP 문제의 경우는 지금까지는 일방적으로 회사의 구조조정 프로그램 중 하나였고 지금도 그렇게 되고 있다. 운동적 관점에서는 충분히 찬반양론이 있겠지만 10~20년 일한 조합원들은 이 문제를 아주 현실적으로 고민한다. 노동자를 발로 걷어차는 ERP가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관리하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전환해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에서 예민한 두 가지 내용을 건드렸다.

 

▶ 캐리어 노동조합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모습과는 다르다고 볼 수도 있는데 조합원들을 어떻게 보듬으며 노조활동을 이끌 것인지?


반대여론이 있겠지만 충분히 토론하고, 대화하고, 의견개진을 해서 하나의 중심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밟을 것이다. 또 어찌됐든 아직까지 노사관계는 힘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서로 협조할 수는 있지만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들은 순리대로 푸는 것이 원칙이지만 회사 측에서 과한 것을 요구하다든지,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으면 투쟁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