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노련, 장시간 근로 관행 바로잡는다
자노련, 장시간 근로 관행 바로잡는다
  • 박상재 기자
  • 승인 2015.07.21 19:02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체지표 측정 통해 장시간 근로의 위험성 제시할 예정
감정노동과 관련한 조사 통해 심리적인 문제도 밝히기로
ⓒ참여와혁신 포토DB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하 자노련)이 시민과 노동자 안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6월부터 서울, 경기, 광주 지역의 버스 노동자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조사는 침을 통한 피로호르몬 측정, 근무일과 휴무일 양일간 혈압측정, 심박동 및 활동량 측정, 신경 반응도 측정 등 생체지표 측정이 주요 내용으로, 전국자동차노동조합 연맹 관계자는 이러한 실태조사가 우리나라 운수업종 최초로 시도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신체적 피로도 뿐만 아니라 승객 서비스 요구에 따른 감정노동의 정도 등을 측정하기 위해 운수업종 종사자와 직접 대면해 설문조사 및 심층 면접을 진행하고, 이에 따른 대안들을 모색할 예정이다.

6월 27일부터 서울 시내버스 종사자를 상대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현재 경기, 광주지역까지 진행됐으며, 올해 8월 중 경기 시외버스, 고속버스 운전자까지 조사를 진행해 생체 지표 측정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뒤이어 9월부턴 생체지표측정 결과를 기반으로 조사에 참여했던 버스 노동자들과 면접 조사를 진행해 심층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며, 10월엔 의료계, 노동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그룹 간담회를 구성해 내용을 정리하고 조사를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버스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관한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근로기준법에선 노사간 합의 하에 1주간 12시간까지 연장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운수업은 제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조항에 속해 노사간 합의로 1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가 가능한 상황이다. 2014년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시내버스 추돌 사고가 대표적인 예로 운수업계 장시간 근로는 오래 전부터 운수업계의 고질적인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대안이 미흡한 실정이다.

제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제 53조 제1항에 따른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제54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1.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금융보험업
2. 영화 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사업, 광고업
3. 의료 및 위생 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4.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자노련 관계자는 “서울 시내버스의 경우 교대제 근무를 도입해 그나마 낫지만, 경기 지역의 경우 12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를 하는 격일제 근무가 보편적인 근무형태라 장시간 노동에 따른 사고 위험이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광주의 경우엔 정규직은 교대제 근무, 비정규직은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근무환경 격차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2012년부터 광주근로자건강센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광주지역 버스 노동자 44명 중 53.3%가 고혈압 증상을 보였고, 정상 수치를 보이는 인원은 8.8%에 해당한다는 결과도 나온 적이 있다. 이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업종 구분 없이 전체 노동자 1,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고혈압 증상을 보인 인원이 17.6~19.7% 수준을 보인 것과 비교할 때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해당 조사에선 장시간 운전으로 인해 비만 증상을 보이는 노동자가 50% 이상인 것으로도 나타났는데, 버스노동자들이 고혈압과 비만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게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심혈관계 질환은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 등이며 이들은 장시간 노동 중 갑작스럽게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 안전뿐만 아니라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환경을 고려해 자노련은 9월 중엔 서울 시내버스 종사자와 경기 시내버스 종사자를 대상으로 근무 환경에 따른 차이를 규명하기 위한 비교조사를 시행할 예정이고, 광주지역은 버스 노동자를 대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무형태를 비교조사 할 예정이다. 그리고 비교조사 결과를 근거로 최종적으로는 격일제 근무를 교대제 근무로 전환시켜 운수업 전반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관행을 고쳐 나갈 예정이다.

한편 자노련은 지속적으로 김성태 의원이 발의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가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한편 폭행예방을 위한 스티커를 버스에 부착시키고 위험성을 알리는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전 특가법에선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운행 중’이란 내용이 협소하게 해석돼 잠시 정차중인 상황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은 특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운행 중’의 의미를 ‘운전자가 여객의 승·하차를 위하여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명시한 특가법 개정안이 6월 22일 공포되면서 버스 노동자들이 보다 폭넓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위성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정책부장은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위협받은 교통안전 및 시민안전이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며 “특가법 개정안 공표에 따라 승객들도 폭행에 따른 처벌을 인지하게 되고, 운전자 폭행 사건도 점차 줄어갈 것”이라며 이번 특가법 개정안의 효과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