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민주성 강화 통한 해결방법 찾아야
조직 민주성 강화 통한 해결방법 찾아야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07.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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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평가를 위한 틀을 만드는 과정
실망했지만, 아직 현장은 그대로다
[인터뷰] 김중남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장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끝나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극심한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이충재 위원장은 사퇴와 함께 조합을 탈퇴했고, 임원들도 사퇴해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았다. 그리고 그동안 묵혀왔던 문제들이 동시에 터지며 일부 지부에서는 공무원노조를 탈퇴하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김중남 전 위원장이 다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 이상동 기자 sdlee@laborplus.co.kr

두 번째 비대위원장이다. 위기 상황에서 두 번이나 비대위원장이 된 것은 그만큼 기대를 받는 것 아닌가?

“급하니까 부른 것 같다. 내가 능력이 되는지 모르겠다. 지난번 비대위 땐 선거 진행이 안 돼서 그것만 진행하면 되는 것이었다. 당시 양측 다 선거를 다시 진행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만 관리하면 됐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직이 흔들리고 있고 정리해야 할 상황이다.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 쉬운 상황은 아니다. 어찌됐든 해 봐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거론도 안 됐다. 당초 조직 중집에서 본부장 중심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나도 그 방식이 맞다고 생각한다. 조합을 현재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맡아서 마무리하는 방식이 가장 좋지 않나 그런 생각이다. 하지만 그 방식이 대의원대회를 거치면서 전부다 부결되고 원점에서 재검토 하는 과정을 겪었다. 그러면서 전직 위원장인 내가 나오게 된 것이다.

무장을 하고, 말을 제대로 타고 나와야 하는데 그런 상황도 아니고 갑옷도 제대로 못 입고 나온 상황이다.”

모두가 혼란스러운데 답을 해줄 사람은 없다

전임 위원장으로서 지금 상황을 보는 마음이 편치 않을 듯한데?

“편치 않다. 많이 힘들다. 2009년 공무원노조 통합 당시에는 사실상 화학적 결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노동조합의 과제와 관련한 부분은 추진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총회투쟁을 거치면서 우리 조직이 뭔가 해볼 수 있는 조직이 되겠구나, 조직이 다시 한 번 출발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과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연금투쟁을 하고 난 지금, 투쟁의 끝자락에서 조직이 다시 완전히 옛날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어렵고 혼란스럽다.

위원장을 했던 나도 이런데 현장에 있는 간부들은 오죽하겠나. 조직이 하라는 대로 다 이행 했다. 특히, 조합원들은 하라는 대로 다 이행 했는데, 연금개악 투쟁의 1막이 끝나고 보니 조합이 위기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다, 이러고 있으니 ‘뭐야, 왜 그래?’ 이러는 사람도 있다.

현장은 다 이행 했다. 집회 올라와라. 농성해라. 하라는 대로 다 했다. 10만 올라와야 한다 그러면 10만 명 올라왔고, 5만 명 올라와야 한다 그러면 5만 명 올라왔다. 다 했지만 연금은 말도 못하게 후퇴했다. 그리고 국민연금, 인사와 관련한 후속조치의 2막 투쟁이 남아있는데 중앙 조직은 완전히 와해되고 혼란스러워졌다. 현장은 괜찮은데 중앙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상태가 된 것이다. 위원장을 하다 내려가서 지부장을 도와 지부에서 작은 업무를 하고 있던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납득할 수 없다.

누군가는 해명을 해야 하는데, 해명할 사람이 없다. 다녀보면 간부들이 나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의문과 비슷한 얘기를 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뭐 한 거냐. 우리 잘 싸운 거냐. 못 싸운 거냐. 의미가 있었던 거냐. 공적연금 강화를 내세웠는데 그건 성과가 있었던 거냐. 없는 거냐. 연금 330조를 날려먹고 만들어 놓은 나머지 2가지 후속 투쟁과 관련해서 무슨 계획이 있는 거냐.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계획은 있는 거냐.’ 누군가가 대답을 해야 하는데, 나도 그런 혼란 속에 있었던 것이고 아무도 대답할 사람이 없다.

나도 똑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으니 지금은 대답을 할 수 없다. 우리 조직 왜 이렇게 됐나 싶다. 자발적으로 5만 명이 모였던 총회투쟁 그 후에 연금개악저지 투쟁의 각 단계에서 보면 기세 있게 잘 했다. 하지만 혼란은 한 달, 두 달 사이에 일어났다.

지금은 조금씩 정리가 돼 가는 과정이지만 그런 굵직한 부분에서 의문들과 이런 것들을 정리하고 같이 해소해야 한다. 우리 투쟁은 이런 것이었다. 이런 부분에서 손해 본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앞으로 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정리를 해야 한다. 나간 사람에 대해서도 규정해야 하고 남아있는 것에 대해서도 규정해야 한다. 그리고 곧 인사정책 후속조치라는 2막이 시작할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가 원하던 원치 않던 하반기 상황은 그런 상황이다. 빠른 시간 안에 과제를 실행해야 하는데 잘 해야 한다.”

ⓒ 이상동 기자 sdlee@laborplus.co.kr

조직안정화 시작됐다. 본격적인 논의 진행 될 것

10월에 선거가 계획돼 있다. 두 달 정도 기간이 있는데, 그 동안 비대위원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벌어졌던 일들을 냉정하게, 시간을 두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정리해 내는 것이다. 당장의 평가보다, 물론 나간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해야겠지만, 그동안의 투쟁과 관련해서 이걸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이것을 놓고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들 속에서 냉정함을 갖고, 그 속에서 다시 바라보는 과정들을 거치면서 평가할 수 있도록, 오류는 오류대로 분류하고 잘 된 것은 잘 된 것, 못 된 것은 못 된 것. 이런 과제들을 구분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과정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혼란스러웠던 연금개악저지 투쟁을 놓고 계속 잘 했다 못했다 논쟁 붙이고 부추긴다면 정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이미 한두 달 정도 혼란스러운 기간이 있었다. 하지만 18일 대의원대회를 기점으로 조직의 안정적인 운영과 관련한 기본체계 부분은 일정부분 정리가 됐다. 22일에는 중앙위원회를 열어 차기 위원장의 공정한 선출을 위한 규정도 정비했다.

이러한 문제들이 정비됐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조직 안정화, 조직 강화, 조직 민주성 강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 될 것이다.

이번 문제가 조직의 민주성이 훼손돼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는 원하는 대로 다 이행해서, 다 되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국회 안은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벗어난 논의 구조 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 논의가 언론을 통해서 몇 차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대회의 투쟁 방향과 최고의 결정구조에서 결정된, 위원장에게 위임된 부분을 벗어난 상황 속에서 논의가 진행됐다. 왜 그 사안에 대한 논의가 없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장의 간부들과 함께 그 논의 구조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4만 명이 모여 있는 조직이다. 의사결정을 위한 정확한 단계들이 있고, 그 단계에서 결정한 사항들이 있는데, 그것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그 범위를 벗어나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도 내부 논의 구조는 가동되지 않았다. 이것은 최고의사결정 구조에 있었던 사람들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현장 간부들 속에서도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는 활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복합적 판단을 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누군가의 잘잘못이 아니라 정확하게 판단하고, 정리해야 한다.

앞으로 계속 커져서 20만을 넘기는 조직이 될 것이다. 법외노동조합이기 때문에 탄압은 계속될 것이고 의사결정구조가 정상적인 부분보다 왜곡되고 비틀려질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조직 안에 정말 필요한 민주성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의사개진이 진행돼야 한다. 요 몇 달 사이에 민주성이 어떻게 무력화 됐는가에 대한 판단을 하고, 지부장-사무국장단 전체 회의를 통해 결과적으로 조직의 민주성 강화를 통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의원이나, 현장의 간부들이 지혜롭게 좋은 의견을 주고 해결 방안을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비대위가 특별한 대안이나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의 기본이 되는 원칙 연대성, 민주성, 자주성의 원칙들을 재확인하고 우리 내부에서 다시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현장은 그대로 있다. 현장의 투쟁 동력은 그대로 남아 있다. 많이 실망하고 있는 것인데 이걸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