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명왕성 곁을 지나다
인류, 명왕성 곁을 지나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5.08.03 14:38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호라이즌스호 9년 6개월 여정 끝에 명왕성 최근접점 통과
기울어진 공전궤도로 탐사 어려워

태양계 끝에 자리한 ‘명왕성(Pluto)’에 세계인의 눈이 모였다. 지난 2006년 1월 지구를 떠났던 미국 탐사선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호가 7월 14일 오후 8시 49분경 명왕성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에는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 보낸 신호도 도착했다. 가까이서 바라본 명왕성에는 밝게 빛나는 ‘하트’를 품고 있었다. 48억km 밖에서 날아온 하트에 지구인은 반하고 말았다. 비록 태양계 행성의 지위는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는 명왕성을 소개한다.

1930년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 발견…
탐사선에 유골 실려

▲ ⓒNASA

“오늘 우리는 뉴욕에서 골프공을 쳐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골프장에 홀인원을 시킨 것과 같은 일을 해냈다.”
- 글렌 파운틴(Glen Fountain) 뉴 호라이즌스 비행 책임자

뉴 호라이즌스가 촬영한 명왕성 사진이 7월 15일 오전 9시 52분경 지구에 도착했다. 뉴 호라이즌스가 명왕성과 가장 가까운 약 1만 2,500km에서 사진을 찍고, 그를 알리는 신호를 집(지구)로 보내는 일을 해낸 것이다. 인류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명왕성의 모습에는 선명한 하트가 있었다. 영하 230도 가스 얼음덩어리로 추정되는 지형이다. 이제 지금껏 몰랐던 명왕성에 대해 하나씩 밝혀질 일만 남았다.

명왕성은 미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클라이드 윌리엄 톰보(Clyde William Tombaugh)가 1930년 발견한 행성이다. 미국인이 발견한 최초의 행성이면서, 20세기에 발견된 유일한 행성이기도 하다. 빛의 속도로 날아도 4시간 반가량 걸릴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이 행성은 평균 온도가 영하 230도다. 그만큼 지구에서 멀고 춥고 어두운 행성이다. 1992년 NASA의 과학자들은 톰보에게 전화해 명왕성을 방문하겠다고 알렸을 때, 톰보가 “기꺼이 환영합니다. 다만 아주 멀고 추운 여행을 해야 할 겁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NASA의 명왕성 탐사 계획은 생각보다 쉬이 추진되지 못했다. 예산 문제로 고전하던 NASA는 톰보에게 전화를 건 지 14년이 지난 2006년 초에야 뉴호라이즌스를 발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톰보는 1997년 세상을 떠나 명왕성 탐사의 시작을 보지 못했다. 대신 그의 유골 28g이 뉴호라이즌스에 실렸다. 그가 처음 발견하고 평생 사랑한 명왕성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런데 뉴호라이즌스가 발사되고 약 7개월이 지났을 무렵 명왕성에 큰 변화가 생겼다. 발견 이후 76년간 태양계 9번째 행성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그 지위를 박탈당한 것이다. 국제천문연맹(IAU)은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천체들이 발견된 데다가 명왕성이 위성 카론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들어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격하했다. 왜소행성은 행성처럼 태양(항성) 주위를 공전하지만 달처럼 행성 주위를 돌지 않는 천체를 말한다.

태양계 행성 지위를 잃으면서 이름도 ‘134340’이라는 번호로 바뀌었다. 명왕성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지위도 바뀌고, 이름도 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뉴호라이즌스는 굴하지 않고 묵묵히 명왕성을 향해 날았다. 그간 독특한 공전궤도 때문에 탐사하기 어려웠던 명왕성을 보기 위해서다.

공전궤도 기울어져 접근 까다로워…
긴 항해 후 명왕성 생중계

명왕성의 공전궤도는 태양계 다른 행성들과 달리 크게 기울어져 있다. 다른 행성들은 거의 평면인 공전궤도를 가져 비교적 탐사하기 좋았지만, 명왕성은 공전궤도가 달라 접근 자체가 힘들었다. NASA가 외행성 탐사를 위해 쏘아 올렸던 보이저 1호와 2호, 파이오니아 10호와 11호가 명왕성에 다가가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뉴호라이즌스는 아주 멀고 추운 길을 꿋꿋이 나아갔다. 발사 1년 만에 목성에 도달해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더 멀리 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었다. 그 다음에는 명왕성을 향해 궤도를 크게 변경했다. 먼 길 가는 에너지를 아끼느라 필수 장비 난방을 빼고는 모두 끈 채 8년 동안 비행했다. 마치 겨울잠을 자듯 고요하고 외로운 항해였다. 마침내 지난 1월 잠에서 깨어난 뉴호라이즌스는 초속 14~16km 속도로 날아 명왕성에 다가갔다.

그 결과 인류는 허블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었던 명왕성의 민낯을 마주하게 됐다. 뉴호라이즌스가 보낸 정보를 분석한 결과 명왕성의 지름이 알려진 것보다 80㎞가량 더 긴 2,370㎞ 안팎이었다. 표면적을 따지면 러시아보다 조금 더 넓은 셈이다. 이밖에도 뉴호라이즌스의 장비를 총동원해 얻은 명왕성 정보를 조금 더 분석하면 인류는 명왕성에 대해 샅샅이 파악하게 된다.

명왕성 탐사를 마친 뉴호라이즌스는 더 먼 우주로 나아간다. 내년에 태양계 가장 바깥쪽에 있는 ‘카이퍼 벨트’에 진입한다. 이곳은 수천 개의 얼음과 바위들이 마치 도넛처럼 모여 있는 공간인데, 주기가 200년이 안 되는 혜성들의 고향으로 추정된다. 여기를 탐사한 결과를 정리하면 태양계 비밀을 한 겹 더 벗기게 된다. 뉴호라이즌스라는 이름 그대로 인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