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한 교통수단, 철도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 철도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08.0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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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줄었지만 앞으로도 안전할까?
효율을 위한 외주화, 사고 예방 가능하나
[사건] 철도안전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은 철도라고 한다. 지난 2014년 9월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실시한 ‘대중교통 안전인식도 조사’에서 종합 안전도 부문 100점 만점에 66.2점으로 철도가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철도가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그동안 국내에 대형 철도사고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도 작은 철도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작은 사고들이 큰 사고의 전조라 말하는 하인리히 법칙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철도 정말 안전할까?

ⓒ 전국철도노동조합

과거의 대형 철도 참사

철도에서 발생한 대형사고도 적지 않다. 유럽의 독일, 스페인과 우리와 가까운 일본, 중국에서도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5월에는 미국에서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다쳤다.

1998년 독일의 에세대 참사(Eschede train disaster)는 최악의 사고로 꼽힌다. 빠르게 달리던 고속열차가 탈선해 101명이 사망하고 88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의 원인은 차륜(바퀴) 상태의 점검소홀과 정비불량, 안전불감증 등이었다. 2013년 스페인 갈리시아(Galicia) 사고도 최악의 사고 중 하나다. 열차는 제한속도 80km/h인 코너 구간을 190km/h로 과속했다. 결국 탈선해 79명이 죽고 140명이 부상을 당했다.

철도 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도 대형사고는 발생한다. 2005년 JR 후쿠치야마선 탈선사고로 107명이 죽고 56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사고도 과속이 원인이다. 제한속도 70km/h의 코너 구간을 116km/h의 속도로 진입하며 탈선한 것이다. 중국의 대형 철도사고는 2011년에 발생했다. 번개로 앞선 열차가 멈춰서고, 상황을 전달 받지 못한 뒷 열차가 160km/h로 앞차를 들이받아 버렸다. 이 충돌로 39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형 철도사고도 있다. 1993년 부산 구포역 열차전복사고가 그것이다. 85km/h로 달리던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의 지반 침식을 발견하고 급제동을 했지만 결국 탈선해 78명이 사망하고 198명이 다쳤다. 사고원인은 삼성종합건설의 임의 발파작업으로 인한 지반 약화였다.

사고의 원인은 다양

철도사고의 원인은 다양하다. 사고의 원인을 크게 분류하면 차량요인, 인적요인, 시설요인, 외적요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차량요인은 정비불량이나 차량 결함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차량요인으로 인한 사고가 많은 편이다.

‘KTX-산천’의 잦은 고장은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KTX-산천 도입 후 7개월 만인 2010년 10월에는 모터블록 고장으로 열차가 부산 금정 터널 안에서 멈춰서는 사고도 발생했다.

인적요인으로 인한 사고는 규정위반과 실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앞서 이야기한 스페인과 일본의 사례가 그렇다. 국내에서는 2013년 8월 발생한 대구역 열차 연쇄 충돌사고가 인적요인에 의한 사고다. 여객전무가 출발신호기 신호를 오인해 열차를 출발 시켰고, 기관사는 출발신호기를 확인하지 않아 대구역을 통과하던 상행 KTX와 충돌한다. 이후 하행 KTX도 정지신호 및 사고통보를 받지 못해 탈선한 상행 KTX의 측면에 충돌했다. 다행이 역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라 속도가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인명피해는 많지 않았다.

시설요인에 의한 사고는 신호의 문제나 시설결함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됐던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의 충돌 사고가 신호기 고장으로 인해 발생했다. 이 사고로 238명이 다쳤다.
외적요인으로 인한 사고는 주로 선로무단통행이나 건널목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스크린도어가 대부분 설치됐고, 철도건널목 주위의 안전설비의 설치율은 높다. 하지만 열차운행밀도가 높고, 선로주변의 인구밀도가 높아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선진국들과 1억km당 사고 발생건수를 비교했을 때 30~40% 이상 높다.

ⓒ 국토교통부

철도 사고 감소하는데, 정말 안전할까?

통계청과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철도사고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04년 철도안전법이 제정됐고 제1차 철도안전종합계획(2006~2010)이 추진되었으며, 현재는 제2차 철도안전종합계획(2011~2015)이 수립돼 시행중이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와 관련한 대형사고 예방 대책과 기존의 안전대책, 외국의 대책을 분석해 77개의 안전대책을 포함한 것이 제1차 철도안전종합계획이다. 제2차 철도안전종합계획은 1차 기간 동안의 실적과 환경변화를 고려해 36개의 대책이 포함됐다. 그 시행 결과가 철도 안전성 증가로 나타나는 것이다.
2012년도에는 열차사고 발생률이 2006년 대비 60% 감소했고, 철도사고 사망자 역시 190명에서 44% 감소했다. 2009년 이후 열차의 충돌, 탈선, 화재사고 건수, 여객의 안전성 등 각종 지표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이 같이 우리나라 철도의 안전성은 수치로 명확히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는다. 왜일까?

앞서 사고원인에 사례로 적은 사고들은 대부분 2010년 이후 발생한 사고다. 매해 사고 발생 빈도는 줄어들고 있지만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2011년 광명역 KTX열차 탈선 사고, 인천공항철도 작업인부 참사, 2013년 대구 열차 연쇄충돌 사고, 2014년 상왕십리 지하철 충돌 사고, 태백선 열차 충돌 사고 등 언론에 보도된 사고만 나열해도 상당하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철도공사에서 받은 ‘KTX-산천의 연도별 하자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KTX-산천은 2010년 3월 운행을 시작한 이후 모두 113건의 차량고장과 405건의 하자가 발생했다. 그중 274건(67.7%)의 처리만 완료됐고 나머지 131건(32.3%)은 조치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미해결 하자 중에 주행 장치와 관련된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철도가 안전할까라는 의심은 더욱 더 커진다.

ⓒ 전국철도노동조합

사고 예방, 적절한 점검이 이뤄져야 하지만

공공기업의 부채는 ‘방만경영’이라는 이유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다. 지난 6월 22일 철도공사는 인천공항철도를 국민·기업은행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2009년 1조2천여억 원을 들여 사들인 후 1조8,200억 원에 판 것이다. 이번 매각을 통해 철도공사는 부채비율이 411%에서 310%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도공사는 기획재정부로부터 과다부채 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돼 강도 높은 부채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 계획 중 하나가 공항철도의 매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 외에도 자산매각, 경영효율화, 수익증대를 통해 부채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중 경영효율화는 1인 승무확대와 인력 감축, 외주화 확대, 업무위탁 확대 등으로 진행하고 있다.

1인 승무의 문제는 이미 2014년 태백선 열차충돌 사고로 언론에 큰 이슈가 됐다. 철도공사는 태백선 열차충돌 사고가 “정지신호 무시, 열차자동정지장치(ATS) 경고음 무시 및 보안장치 해제 등 안이한 근무태도에서 발생한 인적요인으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한다. 철도노조는 “단선 구간에서의 1인 승무가 열차충돌 사고를 유발할 수 있음을 수차례 경고하고 반대 했는데도 효율화를 이유로 묵살해 왔다”고 주장한다.

대구역 충돌 사고를 놓고도 양측의 입장은 엇갈린다. 앞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대구역 사고는 “신호를 오인한 ‘인적요인’에 의한 사고”라고 철도공사는 주장한다. 철도노조는 “효율화만 강조한 채 사고 발생 여지를 사전에 막지 못한 문제”라고 말한다. “출발신호기가 잘 안보이지 않을뿐더러 1, 2번 신호기가 근접해 있어 오인할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충돌사고 이후 신호기를 옮긴 것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 한다.

사고의 수습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우선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전 점검과 정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비에 대한 신뢰나 믿음도 보장하기 어렵다.

201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3년 6,744명이던 정비인력은 4,888명으로 30% 줄었다. 인력 감축에 따라 점검 주기도 더 길어졌다. KTX의 경우 2,500km 주행 후 하던 점검은 3,500km로 늘어났고 2008년 이후에는 5,000km 당 1회로 바뀌었다. 전동차의 경우에도 2일에 한 번 하던 점검은 7일에 한 번으로 바뀌었다. 화물열차는 무려 15일에 한 번 점검을 한다.

정비가 제대로 됐더라도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데 정기 검수기간에 정비를 마치지 못한 159대의 열차가 운행된 사실도 지적됐다.

ⓒ 전국철도노동조합

업무효율화를 위한 외주화?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경영 효율화’만을 강조하면서 인력을 감축하다가, 승객 안전까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철도공사의 ‘차량 및 설비 유지보수 외주위탁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단순반복 또는 노동집약적 업무’, ‘발생빈도가 적고 특수한 장비나 전문기술을 필요로 하는 업무’는 외주위탁하고 절대 안전 확보가 필요한 업무는 자체 시행하기로 돼 있다. 그러나 ‘2014 고속차량 정비 외주용역 추진계획(안)’에는 단순반복 업무 외에도 차륜의 균열 여부를 검사하는 차륜초음파 검사도 포함돼 안전과 직결된 정비도 외주 위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공사는 고용불안 및 저임금으로 인한 책임의식 저하, 높은 이직률, 기술력 단절 등의 단점이 있다고 자체적으로 분석하고도 외주를 추진하는 것이다.

철도공사에서 추진하는 외주 업무 중에 ‘차륜삭정’ 업무가 있다. 이는 상처 나고 흠이 생긴 차륜을 고르게 갈아주는 업무로, 차량이 레일 위를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하는 업무다. 독일의 에세대 참사는 차륜 정비 소홀로 발생했다. 차륜의 관리와 정비는 철도 안전의 핵심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업무효율화를 위해 이를 외주화 하려고 하는 것이다.

철도공사는 호남선 KTX의 차륜삭정 업무를 외주화 한 후 문제가 없으면 다른 지역의 차륜삭정 역시 외주화 할 계획이다. 호남선에서 먼저 외주화 해도 안전한지 테스트를 하겠다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호남선의 차륜삭정 인원은 7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외주화 해서 얼마나 큰 효율을 얻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한다.

진짜 안전한 철도를 위하여

철도사고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사고 외에도 작은 사고는 계속 발생한다. 철도사고의 조사 및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열차의 충돌·탈선사고, 화재, 3인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 5천만 원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철도사고조사보고서’를 작성 발표한다.

2011년부터 등록된 보고서는 68건이다. 2015년 7월까지 6건, 2014년에는 12건, 2013년에는 10건이다. 위의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사고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철도공사와 철도노조는 2015년 임단협의 후속조치로 ‘노사공동위원회’를 발족했다. ‘철도안전분과’와 ‘제도혁신분과’의 두 개의 분과에서 철도의 안전과 철도 노동자의 안전, 그리고 외주 위탁의 문제점과 철도공사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최연혜 철도공사 사장과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노사 각각 5명이 참여해 올 연말까지 운영된다.

안전한 철도를 위해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은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지금 당장 철도의 안전이 문제가 없다고 해서 앞으로 계속 안전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작은 사고나 문제가 된 것들은 지속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껏 문제가 없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도 버려야 한다. 설문조사 속 안전한 대중교통수단 1위 보다는 진정 안전한 철도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