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리는 것만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최저임금, 올리는 것만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08.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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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만큼 강한 처벌 법규, 높은 미만률은 실제 처벌 없기 때문
제도 개선, 행정당국의 강력한 제도 준수 의지 필요해
[사건] 최저임금법 위반

지난 6월 4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는 ‘최저임금 생활탐구 1만 원의 소박한 행복’이라는 집담회가 열렸다. 사회 각 부분에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모두들 비정규직의 노동 현실과 최저임금 인상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집담회에 참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모두가 자신의 사례나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절박하게 외치던 말이 있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도 좋지만 제발 오른 최저임금을 지켜 달라’는 외침이었다.

최저임금법 위반, 어쩔 수 없다?

A(36)씨는 작년,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하고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직을 준비하는 동안, A씨는 당장의 생활비라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찾았다. 예전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던 A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찾기 위해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지만 현황을 보고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 자리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협의바람’이라고 적혀 있는 곳에 ‘혹시나’하고 전화를 해봤지만 ‘역시나’였다. 가끔 최저임금을 준다고 하는 편의점에 전화하면 “준다고 해야 연락이 와서 썼다. 사실은 못 준다”고 하기도 했다.

A씨와 통화했던 편의점 업주는 “편의점에서 최저임금 주고 어떻게 장사해먹고 사나. 솔직히 말하면 한 달 순수입이 백만 원 좀 넘는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A씨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헛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 달에 백만 원 번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불쌍하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 들고 ‘아니, 백만 원 버는 일을 왜 시작했냐’는 생각부터 들었다. 지나가면서 보니 편의점도 엄청나게 크더라. 기본적으로 그 많은 돈을 들여서 편의점을 창업하는데 인건비는 당연히 최저임금대로 나가야 하는 것이란 생각은 안 드나 싶었다”는 것이 A씨의 생각이었다.

결국 A씨는 최저임금 미만을 받기로 하고 사람이 뜸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돈이라도 못 받는다면 업무강도가 약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판단에서였다.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A씨를 화나게 하는 것이 있었다. 임금체불이었다.

A씨는 “임금이 정확히 제 날짜에 들어온 적은 6개월 아르바이트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항상 기한을 넘기다가 전화를 하고나서야 들어왔다. 아마 사회경험이 부족한 사람이었다면 한두 달 이상 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매번 ‘어렵다’, ‘먹고살기가 어렵다’, ‘돈이 안 들어와서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하는 사장은 편의점만 5개를 돌리는 사람이었다.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더니 그 사실을 알았을 때, 황당했다”며 심경을 밝혔다. 

‘오히려 우리가 범법자 같아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B(26)씨는 임금 때문에 한동안 속앓이를 했다. 두 달 치 임금을 체불 당하고 또 다시 2달이 지나서야 지급받은 것이다. B씨는 2014년 1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5달을 일했다. 처음 3개월은 최저임금에서 약 10%가 깎인 시급을 받으면서 일했다. 수습이라는 이유에서였다. B씨는 체불임금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청을 찾고 나서야 아르바이트생은 수습을 이유로 최저임금 미만 임금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 2달 동안은 적은 돈이나마 약속한 날짜에 들어왔다. 그러나 3달째가 되자 사장은 “수금이 안 된다. 수금이 되면 주겠다”며 보름 늦게 임금을 지불했다. 이후 2달치의 임금은 아무 설명도 없이 들어오지 않았다. 두 달을 기다리다 B씨가 왜 월급을 주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사장은 “어린 것이 돈부터 밝힌다”, “XXX야 내가 떼어먹을 사람으로 보이냐”, “버르장머리가 없다”며 욕설을 하며 B씨를 해고했다고 했다. 이후에도 계속 돈은 들어오지 않았고 결국 B씨는 노동청을 찾아 임금체불신고를 하게 되었다.

임금체불신청을 하자 사장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사장은 “내가 이런 거 한두 번 하는 줄 아냐”며 조롱과 욕설을 계속했다. 결국 해고 후 거의 2달이 지난 7월이 되어서야 B씨는 임금을 받게 되었다.

B씨는 “나도 아르바이트를 꽤 많이 했다. 그동안 어느 정도 험한 꼴은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아니었다. 벼룩의 간을 빼먹어도 유분수지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며 분노했다. 이어 “고등학교에서도 노동자가 자신이 일하고 임금을 정당하게 받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배우지 않나. 그 사장도 고등학교는 나왔지 않겠나.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씨는 “더 화가 나는 것은 임금체불과정에서 임금을 체불한 고용주보다 받지 못한 노동자가 더 저자세가 된다는 점이다. 매번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것은 노동자다. 사장은 욕설을 하고 오히려 ‘법대로 하겠다’고 하겠다고 했다. 반대가 되어야 정상 아닌가? 대체 뭣 때문에 사람이 저렇게 당당한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부실한 근로감독, 지키면 바보다

돈을 떼인 노동자는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임금을 체불한 사용자가 오히려 당당해지는 상황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취업준비생인 C씨(29)는 취업준비를 하며 남는 시간에 틈틈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C씨는 작년 말 한 달 동안 주말에 어느 행사업체의 안내 아르바이트를 했다. 2014년 최저시급인 5,210원보다 낮은 5,000원을 받기로 했고 하루 8시간씩 총 8회, 32만 원을 임금으로 받아야 했다. 그러나 C씨는 약속한 날짜 이후로 아르바이트 임금을 받지 못했다.

한 달 동안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C씨는 지방노동청에 임금체불진정서를 제출했다. C씨는 체불 당한 사실보다 이 이후가 더 황당했다고 한다. C씨가 진정서를 제출하고도 한참이 지났지만 근로감독관에게 연락은 없었다. 직접 연락을 취해서야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근로감독관은 “무슨 참을성이 그렇게 없냐. 아직 한 달밖에 안됐으니 더 기다려보라”며 진정취하서를 쓸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C씨는 무료노무상담을 받았고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C씨가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하자 체불은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여전히 같은 태도로 임했다고 한다. “자꾸 일 크게 만들어서 뭐가 좋냐. 여러 사람들 다 힘들어지는 거 아니냐”, “요즘 애들은 10원만 못 받아도 난리를 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C씨는 “공무원이 저런 마인드로 일을 하고 있으니 사장들이 돈 떼먹고도 당당한 것 아니겠나. 저 근로감독관의 태도에 너무나 화가 나서 여러 군데에 민원을 넣었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거나 어리숙해서 취하서 쓰라고 했을 때 그대로 썼다면 돈은 절대로 못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집중점검기간을 정해 사업장을 점검하고 있다. 집중점검기간동안 엄청난 수의 위반 업체가 적발되지만 언제나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최저임금이 높기 때문에 못 지키는 곳이 많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006~10 고용노동부 노동백서를 보면 노동부가 2006년에서 2010년까지 5년 동안 점검한 업체는 10만 8,527개, 최저임금 위반 적발업체는 4만 3,244개(39.8%)다. 이 중 53건만 사법처리가 이루어지고 나머지 업체는 모두 시정조치만 이루어졌다.

2012년에서 2014년의 근로감독 결과는 더욱 심하다. 전체 7만 8,215개 점검업소 중 적발건수마저 9,051건(2012), 5,467건(2013), 1,645건(2014)로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간 처벌 건수는 총 34건, 과태료 부과는 고작 14건에 불과했다.

2014년을 기준으로 근로계약서, 임금체불에 대한 위반은 근로기준법 위반 전체(27,629건)의 35.5%였고, 근로감독 적발 전체(45,861건)의 21.5%에 달했다. 이 중, 근로계약서에 대한 위반의 사법처리 비율은 전체의 0.14%, 임금체불은 전체의 2.15%에 불과했다. 최저임금법에 대한 위반은 총 6,414건으로 이 중, 사법처리는 총 16건으로 전체의  0.25%, 과태료는 0.03% 뿐이었다. 또 민주노총이 전국 245개 지방자체단체의 2015년 인건비예산을 분석한 결과, 78곳의 지자체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연구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를 살펴보면 2015년 3월 기준, 법정 최저임금 미달자는 233만 명이다. 노동자 8명 중 1명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 총 노동자의 12.4%에 달하는 수치다. 더불어 정부부문인 공공행정에서 최저임금 미달자가 11만 명(11.8%)나 된다는 것은 정부가 민간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꼬집고 있다.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반의사불벌죄인 근로기준법상 임금 체불과는 다르게, 최저임금 미만과 관련한 최저임금법 위반은 원칙적으로 처벌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반건수 전체, 최저임금 미달 규모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미달에 대한 사법처리 비율은 너무 낮다고 판단된다”고 고용노동부의 미온적 처벌을 비판했다.

외국의 경우는?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미만을 지급하거나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떤 법 규정으로 최저임금위반을 규제하고 있을까.

위반 시 제제로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벌칙규정, 제제를 정하고 있고, 중국은 최저지급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할 경우, 차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배상금을 노동자에게 주도록 정하고 있다. 벨기에와 도미니카공화국은 피해액의 두 배 벌금을, 네덜란드는 1인당 최대 6,700유로의 벌금형을 부과하는데 죄질이 나쁜 경우, 벌금의 50%를 가중하도록 정하고 있다. 모로코, 튀니지, 프랑스도 1년 이내 같은 이유로 적발될 시, 두 배까지 벌금을 가중할 수 있다.

러시아는 근로감독관이 벌금 외에 영업정지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의 경우 정부기관 입찰을 제한하기도 한다. 아일랜드, 그리스, 인도,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태국, 포르투갈, 미국 , 캐나다 같은 국가들은 금고 혹은 징역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는 고용주가 저임금지불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근로자의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법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으며, 일본, 미국 등 그 외의 많은 국가에서도 고용주의 보복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을 위한 규정들을 두고 있다.

최저임금 관련법규만 놓고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징역형과 벌금을 병기하여 부과할 수 있어 다른 국가의 최저임금법과 비교하여도 상당히 강력하게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미달률이 12.4%에 달하는 현실은 결국 법 집행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저임금제도 준수를 위해

결국 최저임금제도의 준수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더불어 고용노동부의 위반 근절의지가 가장 중요함을 알 수 있다. ILO는 ‘최저임금 준수는 근로감독관의 사업장 방문 확률, 최저임금 미준수시 벌금 수준의 함수다. 근로감독 행정이 취약하고 벌칙 수준이 낮으면 최저임금제도는 유명무실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 집행 메커니즘이 효과적이려면 위반자 처벌, 권리 침해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집행 당국에 대한 자원배분 모두 중요하지만, 최저임금 이행 체제의 디자인, 운영에 사회적 파트너의 적극 참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는 연구보고서에서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용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추궁과 함께 ▲기존 근로감독 체계와 제재방안을 강화·보완 ▲최저임금 준수 사업장에 대한 사회보험료 감면 제도적용 등 최저임금법을 준수하려는 동기 부여 ▲최저임금법 위반의 신고·처리과정 간소화, 신속화 ▲최저임금 미달 임금 지급시 차액을 정부가 우선지급하고 사용자에게 구상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원은 위 방법 이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적발 즉시 과태료 부과 ▲반복적 위반 사용자 가중처벌, 신상 공개 ▲전담 근로감독관 운영 ▲신고 과정의 간소화 ▲입증 책임을 고용노동부로 전환 등의 개선방안을 내 놓았다.

정부에서도 개선 방안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계속되는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 “최저임금법 위반의 대부분은 최저임금법 11조(주지의무) 위반으로 처벌의 대상이 아니고 사법처리 대상인 최저임금법 6조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라 우선 시정 조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3년 이내 2회 위반 시 즉시 사법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초고용질서 확립을 위해 ▲사업장 감독 시 최저임금 준수 여부 필수 점검 ▲취약사업장을 중심으로 근로감독을 강화 ▲최저임금 위반 시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제출(‘14.12.31. 제출, 환노위 법안소위 계류 중) ▲권역별 알바신고센터(11개소) 지정 ▲홍보·감시활동 강화를 위해 청소년 지킴이 위촉 ▲현재, 적은 감독관(15년, 5, 999명)이 넓은 사업장(170만여 개)과 사건(33만 6천 건)을 처리하는 인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근로감독관 증원 추진 ▲근로복지공단과 대한법률구조공단 간 협업을 통한 신속 구제 ▲7월부터 300만 원의 체당금 지원 ▲상습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 고의 임금체불 업주를 구속 하는 등 해결을 위한 다각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책이 사상 최대의 최저임금 미만률을 줄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