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개혁’, 핵심은 인건비 절감
공공기관 ‘개혁’, 핵심은 인건비 절감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5.08.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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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어 임금피크제·퇴출제 앞세워 연속타
고령자 일자리 줄여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지수
[커버스토리] 하반기 정부發 개혁 파고 (2)

정부의 ‘4대 부문 개혁’에서 첨병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공공부문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을 통해 본격적인 수술 작업에 들어간 지 오래다.
정부는 ‘방만경영’ 퇴출을 앞세운 지난해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지목했던 대부분 공공기관 노사는 ‘자구책’ 마련을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복리후생도 하향조정했다.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정부,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고삐 당겨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계획을 발표한다. 특히 지난해의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을 “속도감있게 추진하여 부채와 방만경영 문제를 상당수준 개선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내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부채 감축 목표대비 121.3%, 방만경영이행 96%를 달성했다고 기재부는 덧붙인다.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은 “실질적 생산성 제고대책 마련에 초점”을 맞춘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의 기능은 핵심 업무 중심으로 재편하고 성과중심의 운영체계 정착 등 제도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 기획재정부

기재부가 발표한 계획에서 성과중심의 운영체계 정착과 관련한 내용은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호봉제 등 연공서열식 급여 체계가 조직 운영의 인센티브로 작동하지 못하고 안일한 근무행태 등 부작용이 따른다며, 현행 호봉제의 부정적 요소가 배제될 수 있도록 보수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한다. 간부직에게만 적용되던 성과연봉제의 확대를 통해 이를 개선하라는 의미다.

또 정년보장, 정년연장 등 인력 고령화로 인사 적체 등 조직 내 활력이나 인력 운용의 효율성이 부족하다며, 업무 저성과자 퇴출제도(2진 아웃제), 순환보직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라고 한다. 아울러 저성과자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인건비를 낮추고, 성과자의 경우 연령과 무관하게 전문계약직 제도를 통해 고용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본격적인 인건비 절감을 추진하겠다는 부분이다. 이미 지난해 1차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18개 부채 중점관리 대상기관의 경우 자산매각,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당초 계획인 20.1조 원보다 4.3조 원을 초과해 부채를 줄였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부동산이라든지 이미 팔 수 있는 것은 다 갖다 내다팔고, 남은 것은 인력풀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대 간 일자리 갈등, 있다, 없다?

고령자고용촉진법은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대기업은 2016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2017년부터 정년 60세 이상을 의무화하고 있다. ‘정년연장’이란 취지로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정작 공공기관에서 인건비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앞서 언급했듯 임금피크제 시행을 통해 고령자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추진해 왔는데, 그동안 그 근거는 3차례 변화가 있었다”고 말한다. 우선 2000년대 초반에는 고령자들이 생산성을 상회하는 과도한 임금을 받으므로 이를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13년 4월 60세 이상 정년을 법제화 한 고령자고용촉진법이 통과되자,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경감하려면 고령자들의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이유가 두 번째다. 2015년 5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에서는 임금피크제로 절감한 고령자 인건비로 청년고용을 늘리겠다며, 임금피크제가 어느새 청년고용대책으로 격상됐다고 말한다.

고령자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일까? 일자리를 둘러싸고 세대 간 줄다리기라도 벌이는 것일까. 1990년대 초반 유럽에서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OECD 일자리연구’는 ‘고령자들이 조기 퇴직한 일자리를 청년들이 대체할 것’이라며 조기퇴직 정책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는 얼마 못가 청년실업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비용부담만 초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05년 ‘OECD 일자리연구 재평가’는 기존의 고령자 조기퇴직 권고 입장을 폐기하고, 고령자 고용촉진정책을 권고했다.

전체 고용 총량은 고정돼 있고, 청년과 고령자 일자리는 대체관계라는 가정 아래 고령자 인건비 절감, 조기퇴직 정책이 추진되거나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의 각종 연구 내용을 보면 이와 같은 가정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고령자 고용률 증가는 청년 고용률 증가를 동반한다거나, 두 연령 집단 사이는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에 가깝다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다. 국내의 연구자들은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와 베이비붐 세대들이 고용된 일자리는 거의 중복되지 않으며, 세대 간 직종분리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이른바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은 원천적으로 일어나기 힘들다고 말한다.

50대 베이비붐 세대와 20대 청년은 부모자식 관계다. 자식의 취업이 쉽지 않고, 취업하더라도 일자리와 소득이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부모라도 일자리를 유지하고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나마 고용과 소득이 안정적인 부모마저 일손을 놓을 수는 없다.

정부는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암묵적인 가정 하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설령 전체 고용 총량이 고정돼 있고 청년과 고령자 일자리가 대체관계라고 하더라도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김유선 연구위원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청년고용대책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사실상 청년고용대책을 포기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수 있는 곳은 공공기관과 대기업뿐이다. 기재부가 정원 T/O와 인건비 총액까지 관리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청년고용이 일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목표를 100% 달성하더라도 연 3,350명을 고용할 수 있는 정도다. 2015년 3월 현재 15세에서 29세 사이 공식 청년 실업률은 10.7%, 46만 명에 이르고 있다. 사실상 실업률은 23.1%, 112만 명에 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양대노총 공투본, 2차 정상화 막겠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계획 추진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집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상급단체가 다른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이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를 구성하고 이에 맞섰지만,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을 앞세운 정부의 공세에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해야 했던 실정이다.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고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계획 강행은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말했듯 지난해의 노동계 투쟁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의 경우 그 양상이 어떻게 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공공연맹, 공공노련, 금융노조 등 5개 산별조직이 모인 공투본은 올해의 경우 양대노총 총파업 투쟁과 결합해 파업까지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공공부문 총파업의 쟁의권 확보를 위해 임금피크제 시행과 관련한 부분에선 정부가 총 인건비를 증액하지 않는 한 단위노조는 일체의 임금피크제 도입 관련 교섭을 거부한다는 방침을 가져가고 있다. 또 성과연봉제, 퇴출제와 관련해 기관 유형별, 직급별 단계적으로 추진되더라도 결국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 조직적 투쟁으로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처럼 정부와 사측에 대응하는 움직임 이외에도 대국민, 대국회 대응활동, 내부 투쟁동력 확보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투쟁 과정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수세적인 입장에서는 불리한 여론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더 공세적인 여론 프레임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공공서비스 확대로 좋은 청년일자리를 늘려가는 부분, 공공부문 강화를 통해 안전한 국가 만들기, 사회 지도층부터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실현 등의 내용을 꼽을 수 있다. 또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대응 활동과 함께, 내년 총선에 대응하는 활동도 추진할 계획이다.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한국노총 공공부문 양 연맹 통합 추진

공투본 활동과 함께 조직적으로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국노총 공공부문의 두 주축 조직인 공공연맹과 공공노련의 통합 추진과 관련한 부분이다. 지난 4월 17일 두 조직은 양 연맹 통합추진위원회 발족회의와 통합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2004년 출범한 공공연맹(위원장 이인상)은 99개 회원조합 3만2천여 명 규모다. 공기업연맹과 전력노조가 통합하면서 2012년 발족한 공공노련(위원장 김주영)은 26개 회원조합 4만2천여 명 규모다. 양 조직은 2016년 상반기까지 통합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두 조직이 통합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투쟁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게 한몫하고 있다.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지난 통합선언 기자회견에서 “2차 정상화계획을 깨기 위해선 공공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이것을 계기로 대정부 교섭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이 “통합의 계기가 작년 말부터 있었다”고 말한 것처럼, 지난해 12월 양 연맹 위원장이 조직통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통추위의 구성은 급물살을 탔다. 통합선언 기자회견을 열기 전까지 5차례에 걸친 실무자 기획회의를 진행했으며, 이후에는 7차례에 걸쳐 통합추진집행위원회 회의를 진행했다. 7월 20일부터 21일까지 양일 동안 대표자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양 연맹의 통합 추진이 단순히 노동조합 연맹 두 조직의 통합 차원이 아니라 공공부문 투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늠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단순한 조직통합을 넘어선 무엇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수월하지만은 않다. 통추위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등에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조통합 및 산별화 전략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이를 통한 결론에서 운동의 목표, 조직 구성의 다양함, 복잡한 내부 구조, 강력한 국가와 자본과의 경쟁이라는 이른바 ‘기울어진 경쟁판’에 공공부문 노동조합 운동이 처해 있고, 이는 조직통합과 같은 혁신이 성공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지목하고 있다. 또 과거 통합과 분열이라는 경험에서 비롯된 의혹의 시선이 남아 있는 것도 문제다.

2차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을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의 말처럼 ‘저지’하는 게 수월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미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된 시점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개별 기관마다 성과급 등을 무기로 압박해 들어오면 노동조합의 입장에선 버티는 데 한계가 따른다.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조합원들의 직접적인 고용안정이나 근로조건 등과 밀접한 이슈이니만큼 지난해와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며 더욱 더 결의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발 개혁이 본격적으로 물살을 타고 있는 공공부문의 향배가 어떻게 될 지 주목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