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 경제 어떻게 해야 하나?
기로에 선 한국 경제 어떻게 해야 하나?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08.2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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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구조개혁 해야 '잃어버린 20년' 일본 답습 안 해
기득권·정치권개혁 선행 필수 목소리 나와

▲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 홍민아 기자 mahong@laborplus.co.kr

7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우리 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KDI 주관 정책세미나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지 않기 위해서는 구조개혁과 더불어 안정적인 거시경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1991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장기 경기 불황을 일컫는 말이다.

오늘날 한국, 20년 전 일본과 닮아있어

▲ 출처 : KDI

이 날 세미나에서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늘날 한국의 인구구조와 관련된 모든 지표들이 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성장률 하락은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에 기인하는데, 한국이 일본의 총인구 증가율과 노인부양비율에서 거의 똑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출처 : KDI

이어 최근 한국의 성장률 추세가 3%대 중반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고령화 추세를 고려해 볼 때 2035년 잠재성장률이 1% 중반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이 결코 비관적인 전망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버블 붕괴와 함께 성장률이 급락하는 타격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의 자산가격에 큰 거품이 있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급격한 버블 붕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1991년 이후 10년동안 평균 성장률이 0.72%에 그칠 정도로 심각한 성장 성체를 경험했다.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년 전 일본의 주력 수출품목인 기계장비류가 현재 한국의 주력수출품목들과 일치하고, 최근 국내 조선이나 건설에서 좀비기업(회복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채권단 등의 지원으로 간신히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 한계기업)들이 15%로 파악되고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데 이 또한 일본의 경우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버블 붕괴이후 부실기업들에 대해 제대로 된 구조조정 보다는 금융지원을 우선적으로 실시하여 좀비기업들을 양산시켰고 이것이 결국 일본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한국이 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쫒아 왔지만 전반적으로 일본보다 1%p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 온 경험이 있고, 일본처럼 성장이 0%대로 급락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생산성 제고를 통해 1%대의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지 않기 위해서는 구조개혁과 더불어 안정적인 거시경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산업구조로의 개편이 필요하고, 가계부채에 대한 감독강화와 각종 비과세·감면 정책을 축소하여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거시경제정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탄력적 경제 구조를 위해서는 생산성이 반영된 임금체계와 결합한 정년연장, 정규직 과보호 축소를 통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부실기업 구조조정 촉진, 규제개혁을 통한 진입장벽 완화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 우리 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할 것인가?’ KDI 정책세미나 종합 토론 모습        ⓒ 홍민아 기자 mahong@laborplus.co.kr

기득권 개혁도 함께 돼야 구조개혁 효과 볼 수 있어

두 번째 발표자로 세미나에 참석한 정진성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일본은 기업과 노동자, 기업과 은행, 원청기업과 하청기업의 관계에 있어서 장기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것이 초기 일본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글로벌 경쟁 시대가 시작되면서 장기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시스템이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기득권 세력들이 저항하고 정치적 리더십이 발휘되지 않아 현재 일본의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김준경 KDI 원장은 “일본은 1990년대 초 경제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수차례 구조개혁을 시도했지만 정치적 리더십이 취약한 가운데 대중영합적 정책만 남발되었고, 정치인-관료-건설업자 유착관계가 형성되어서 도로, 항만, 공항 건설에 재정이 집중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이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목건설로 경기부양을 꾀하고 재정지출 확대했지만,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고 폐쇄적인 경제구조 때문에 양적완화가 효과를 이끌어 내기 못했다”고 평가했다.

사회를 맡은 이지순 교수 역시 일본이 개혁에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 “일본 내 기득권들의 변화에 대한 저항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데, 우리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평했다. 객석에서도 역시 “정치개혁을 해야 제대로 된 제도를 법제화해야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