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보다 햇볕이 옷을 벗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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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09.1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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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정부의 노동개혁 요구가 거셉니다. 비록 완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올해 전반기에 연금개혁이 마무리 되었으니 하반기에는 노동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에 “하반기에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노동개혁을 최우선 현안으로 삼고 표를 잃을 각오로 당력을 총 동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18일에는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 대해, “한국노총 내에서도 소수, 강경파 때문에 노동자, 국민 전체가 피해를 입고 있다. 이들은 노동계를 위한다고 하지만 내면은 고소득, 기득권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최경환 부총리도 18일 국회 예결특위에서 “정규직의 유연성은 높이고 비정규직 차별을 내리는 것이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기권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26일까지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현장 목소리,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노동개혁을 추진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상의 최후통첩입니다.

여당이 노동선진화 특위를 가동하고 정부부처가 대기업에 일반해고·임금피크제를 설명하며 노동계를 압박하는 가운데 한국노총은 고민이 깊어 보입니다. 18일 중앙집행위원회가 이를 가장 잘 보여줍니다. 노사정위 복귀를 논의하려 한 지도부에 금속노련, 화학노련, 공공연맹 등이 반발하여 물리적으로 저지한 것입니다. 결국 회의는 진행되지 못했고, 5시간 만에 가까스로 22일 노동자대회를 진행하는 내용만 결정했습니다. 중요했던 노사정위 복귀 안건은 26일로 밀려났습니다.

22일 노동자대회에서는 여기저기에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구호를 외치기보다 저마다 노사정위 문제를 논의하는데 바빠 보였습니다.

한국노총은 이전부터 ‘투쟁’과 ‘대화’를 같이 해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내부에서는 이전부터 노사정위에 복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꾸준하게 제기되었습니다. 사실, 복귀 여부보다는 시기와 방법이 문제였을 것입니다.

특히나 문제가 되는 것이 ‘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입니다. 한국노총은 4월, 5가지 협상 불가 안건을 내걸며 노사정위를 박차고 나왔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은 두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일정 부분 양보한 상태입니다. 그것만 논의하지 않는다면 노사정위에 복귀하여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노총이 노사정 복귀를 논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6일이라는 데드라인을 정했습니다. 추세대로였다면, 굳이 몰아붙이지 않아도 정부가 원하는 대로 노동계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일 수 있을 텐데 이상한 일입니다. 정부는 국회 일정을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심의나 예산확정이나 입법이나 이번 회기 안에 끝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눈에 보입니다. 아마, 이 개혁을 빠르게 끝내고 다른 개혁을 추진하고 싶을 것입니다.

요즘 인터넷 신조어에 ‘답정너’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의 준말입니다. 지난 4월 노사정위는 시간을 정해놓고, 답을 정해놓고 논의를 하다가 파행으로 끝났습니다. 한 나라의 노동문제라는 것은 시간이나 결론을 정해놓고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겨우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26일이 지나고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했습니다. 두 번씩이나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