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잡나? 고기가 물어주는 거지
내가 잡나? 고기가 물어주는 거지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09.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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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만 던져 놓는다고 물지 않는다
짜릿한 손맛의 대물을 위해
[일.탈_ 나만의 힐링을 공개한다] 낚시

한적한 호수, 기다란 낚싯대 하나가 놓여 있고,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찌의 흔들림, 혹은 낚싯대의 흔들림을 한참동안 주시한다. 무언가 잡혔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낚싯줄을 감아보지만 역시나 물고기는 미끼만 먹고 도망갔다. 많은 사람이 낚시를 즐긴다. 강, 호수, 바다 등 자연 속에서 조용히 물고기와 심리전을 벌인다.

 ⓒ한호
기다림 = 낚시

낚시의 이미지는 일반인들에게 ‘기다리는 것’으로 굳어졌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낚싯대를 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잘 잡히지도 않는다. 입질이 있다고 해서 항상 잡히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허탕 치는 날도 있다.

“1박 2일가서 20마리 잡으면 많이 잡은 것이다. 잡히는 시간 때가 있다. 물고기가 물고 안 물고는 중요하지 않다. 술 마시고 놀기도 하고, 앉아서 낚시를 하기도 한다. 잡은 물고기는 직접 회를 쳐서 술안주로 먹는다.”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의 한호 교육선전차장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낚시를 시작했다. 어릴 땐 아무것도 모르고 했지만 이제는 직접 회를 뜰 정도의 실력도 갖췄다.

출조(낚시하러 나가는 것)를 하면 바다낚시는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나가거나, 그 이상의 이동시간이 필요할 때도 많다. 거기에 물때도 맞춰야 하니 실제로 낚시를 할 수 있는 시간은 4~5시간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꼬박 해야 5~6마리를 낚는다. 일반인들의 단순 계산으로도 1시간에 1마리를 겨우 낚은 정도다. 하지만 그 정도면 오히려 많이 잡은 것이란다. 결국 낚시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이 ‘기다림’에 대해 익숙해지는 것이다.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하는 단계에서 더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한 마리를 잡아봐야 한다.”

낚시를 오래 즐긴 사람도 하루 종일 허탕을 치기도 하니, 낚시와 기다림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한호
밑밥을 뿌리고, 또 뿌리고

낚시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그냥 미끼를 바늘에 꿰어 던져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낚싯바늘을 던져놓고 기다리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갯바위 낚시를 가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 민물낚시나 방파제 같은 데는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갯바위는 공간이 없어 서서해야 한다. 조금하고 쉬었다 할 수 있지만 막상 가보면 안 쉬게 된다.”

미끼에 따라서는 바늘에서 잘 떨어지는 종류도 있다. 수시로 갈아줘야 한다. 잡으려는 물고기에 따라서 밑밥을 계속 뿌려줘야 할 때도 있다. 밑밥을 뿌려 물고기를 유인하는 것이다. 떡밥을 바늘에 꿰어 미끼로 사용할 땐 한 곳에 먹이를 계속 떨어뜨려 물고기를 유인한다. 미끼가 어느 정도 쌓일 때까진 쉬지 않고 갈아줘야 한다. 3분에 한 번씩 떡밥을 갈면서 1시간 가까이 사전 작업을 하는 것이다.

평소에 보이는 것처럼 마냥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힘이 들거나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물고기도 바닥에 사는 애들은 미끼를 바닥에 던져야 하고, 중층에 사는 애들은 바늘이 그 위치에 오도록 찌를 달아서 내려놔야 한다. 수면에서 노는 애들은 밑밥을 뿌려가면서 잡는다.”

잡으려고 하는 물고기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준비를 한다. 미끼는 기본이고 낚싯대, 낚싯줄도 바꾼다. 사전 준비부터 시작해 물고기를 유인하고 낚아 올리는 순간까지는 제법 많은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한호
짜릿한 ‘손맛’은 대물로 부터

물고기가 미끼를 문다. 도망가려는 물고기의 저항에 낚싯대는 활처럼 휜다. 능숙한 낚시꾼은 물고기의 힘을 다 빼놓고 나서야 뭍으로 건져 올린다. ‘손맛’은 정말 짜릿하다.

“손맛을 느끼기 시작하면, 한 마리를 잡더라도 대물을 걸어서 당길 때 손맛은 정말 짜릿하다. 일부 낚시 광들은 낚싯대를 두껍고 튼튼한 것 보다는 가는 것을 사용해 물고기가 물고 흔드는 손맛을 더 느끼려 한다.”

낚시를 처음 배우면 잡는 것에 집중을 하지만, 경력이 쌓이고 노하우가 쌓이면 대물을 낚으려 한다. 대물을 잡을 때의 손맛을 원하는 것이다. 

민물낚시로 붕어를 낚는다면 40cm 이상부터는 대물이라고 본다. 바다에서 돔이나, 농어 등 큰 물고기를 잡을 땐 60cm 이상에서 크게는 1m가 넘는 대물을 낚기도 한다. 하지만 어종에 따라 크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매번 큰 물고기만 잡으러 가는 것은 아니다.

“일반 낚시로는 큰 거 잡기 힘들다. 사진을 보면서 이만한 거 잡으려고 낚시 가냐고 묻는 사람이 꼭 있다. 그런 사람들은 횟집에서 커다란 물고기만 보니까 그런 거다. 작은 건 물고기도 아닌 것처럼 본다. TV나 인터넷에서 큰 물고기를 많이 접하다 보니 그렇지만 직접 잡아보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양식이 아닌 자연산이다.”

잡으려는 물고기에 맞춰 장비를 마련하기 때문에 돈은 제법 든다. 물론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지만 사람 마음은 또 그렇지 않다. 낚시를 다니다보면 다른 사람의 장비가 눈에 들어온다. 값비싼 장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타인의 장비를 보면서 ‘돈 좀 썼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차이가 나면 옆에 자리를 펴기가 부끄러워 질 때도 있다.

바다낚시를 기준으로 중급 장비를 맞춘다면 낚싯대 3~40만 원에 릴 3~40만 원, 기타 장비까지 포함하면 대충 100만 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낚싯대가 추가되면 그만큼 비용은 더 올라간다. 갯바위 낚시를 한다면 안전장비까지 마련해야 한다.

 ⓒ한호
남자의, 아저씨 취미?

낚시는 점점 레저와 합쳐지며 ‘아저씨 취미’라는 이미지를 벗어내고 있다. 남자만 즐기는, 혼자 하는 취미에서 여성도 즐기는 가족 취미로 변화하는 것이다. 지렁이 같은 미끼를 다루기 어려워하는 여성들은 루어낚시(가짜 미끼)를 즐기기도 하고, 연인 혹은 가족과 캠핑을 즐기며 낚시를 한다. 과거의 캠핑이 고기를 구워먹고, 불을 피워서 캠프파이어를 하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거기에 낚시가 추가된 것이다. 당연하게도 캠핑 장비 구입비용도 추가된다.

잡은 물고기를 전부 먹지는 않는다. 잡아서 먹기 위해서 하는 낚시가 아니기 때문에 작은 물고기는 바로 놓아주고, 큰 물고기는 인증샷을 찍고 놓아준다. 민물 어종은 디스토마와 같은 기생충의 위험 때문에 바로 먹지는 않고 매운탕을 끓이거나, 붕어의 경우엔 찜 혹은 약을 내려서 먹는다.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는 직접 회를 떠서 바로 먹기도 한다.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연산 바다 회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민물낚시를 계속 했었는데 바다낚시를 하게 된 이유는 바로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다낚시는 잡아서 바로 회를 떠서 먹을 수 있다.”

한호 차장은 회칼을 가지고 다니며 직접 회를 뜬다. 낚시를 하다가 지쳤을 때, 혹은 물고기가 잡히지 않을 땐 친구들과 신선한 회에 술을 마시며 즐기는 것이다.

낚시를 함께 즐기는 동료가 있다면 몇 시간이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비단 낚시를 주제로 하지 않더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운 것이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을 땐 대처 방안을 함께 논의하기도 한다. 바늘도 바꾸고 찌도 바꾸고 미끼도 바꾼다. 공략하는 수심에도 변화를 준다.
찌를 바라보며 무념무상

그렇게 노력을 해도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랜 시간동안 하는데 한 마리도 못 잡으면, 다신 안 간다고 욕하면서 돌아온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가고 싶어진다. 인내심도 키우고 수련, 단련이 된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고 공략법을 공부하고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해봐야 체득이 된다.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서 나오는 것도 있지만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스스로 찾아봐야 하는 것이다. 입문자에게는 그만큼의 시간이 요구된다.

“지금 가지고온 채비로는 물면 안 되는 애들이 물때가 있다. 얘를 잡으려 한 게 아닌데, 잡히는 것이다. 바닥에 서식하는 도다리, 광어, 가자미 아나고와 같은 물고기를 잡으려 했는데 윗 층이나 수면에 사는 녀석들이 물어 줄때가 있다. 가끔은 꽃게도 물고 올라온다.”

비싼 장비를 사용한다고 해서 많은 물고기를,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싼 돈을 들여 장비를 맞춰도 현지인들의 허름한 낚싯대보다 못 잡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대나무 낚싯대에 낡은 찌로도 훨씬 잘 잡을 수 있다. 비법이 궁금해 물어보고 얻은 대답은 묘하기까지 하다.

“내가 잡나? 고기가 물어주는 거지.”

준비를 열심히 해도, 노력을 했는데도 안 되면 누구 탓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물고기가 잘 물어주지 않는 낚시꾼들은 잘 잡히는 포인트를 찾아다닌다. 이미 알려진 포인트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정말 잘 잡히는 포인트를 발견한다면,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

낚시를 계속 즐기다보면 물고기를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게 된다. 물 위에 떠 있는 찌를 바라보며 집중하다 보면 아무런 잡념도 떠오르지 않는다. 삶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조용한 분위기,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긴 시간을 지내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 된다.

“낚시를 가서 첫 물고기를 낚을 때의 기분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오랜 시간 열심히 노력하고 그 결과가 이뤄졌을 때의 그런 기분이다. 긴 시간 공부를 한 수험생이 합격자 명단에 자기가 있을 때처럼. 찌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낚아 올리는 손맛은 그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