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00일, 여전히 그렇습니다.
세월호 500일, 여전히 그렇습니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5.09.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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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가 난지도 500일이 넘게 흘렀습니다. 온 국민들을 가슴 아프게 만든 비참한 사고였고, 사고 전후  모습들에 대한 반성도 절절했습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듯 ‘단순한 사고’로 치부하기에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 곳곳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안전보다는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의 파렴치함, 승객들을 버려두고 먼저 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태도, 더 살릴 수 있었음에도 책임소지가 두려워 절차와 형식이 우선이었던 당국의 안일주의, 그리고 사고 이후 슬픔에 잠긴 이들에게 도리어 혀끝 비수를 들이댔던 이들의 몰지각함까지. 비극적인 사고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계속 분노해야 할 일이 생겼고, 그때마다 더욱 우울해졌습니다.

세월호 사고 500일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추모집회가 열리던 29일 저녁 7시 반 무렵, 승객들로 붐비는 지하철 강남역 승강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졌습니다. 이와 흡사한 사고는 재작년에도 발생했습니다. 이후 스크린도어 수리는 2인 1조로 할 것, 지하철 운행 시간에는 스크린도어 안쪽에 들어가지 않을 것, 부득이 들어가야 할 때는 운행을 멈춘 후 들어갈 것 등 세 가지 수칙이 마련됐지만, 이것이 지켜졌더라면 안타까운 젊은 죽음이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왜 사고가 난 건지를 미뤄 짐작해봅니다. 숨진 노동자처럼 외주 스크린도어관리업체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장애물 감지 센서에 묻은 먼지만 닦아내면 되는 간단한 고장이었기 때문에 이걸 금방 처리하자는 생각이었을 거라고.

그가 일하던 업체는 서울메트로의 24개 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를 관리하는 곳이었습니다. 모두 38명이 근무하는 업체입니다. 역 하나 당 1.58명씩 근무하는 셈입니다. 사망한 노동자가 근무하던 업체 이외에도 97개 역을 관리하는 곳도 있습니다. 여기는 역 하나당 1.29명이 근무하는 셈입니다. 수칙대로 2인 1조 수리작업을 하기 위해선 다른 근무자를 불러야만 합니다.

2013년 발생했던 사고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사고도 ‘개인과실’로 매듭지어졌습니다. 서울메트로의 책임은 없는 것으로, 해당 관리업체도 “업무지시가 없었다”고 발을 빼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평소에도 전동차 운행시간에 혼자 작업하라는 지시를 받아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고 노동자가 사망한 지금, 원청인 서울메트로와 스크린도어 관리업체의 책임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일어나지 않아야 할 크고 작은 사고들이 아까운 생명을 거두고 있습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사람들로 붐비는 토요일 저녁 강남역에서, 20대 노동자는 그렇게 혼자 죽어야 했습니다. 세월호 사고 500일이 지나도 여전히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