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해고 가이드라인, 금융노동자 직격탄 될 것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금융노동자 직격탄 될 것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09.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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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조개악 저지 투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부설기관 완성, 대산별노조 확대 노력하겠다
[사람] 김현정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대산별노조 전환을 목표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출범한지 3년 반, 출범 당시 지부 숫자도, 조합원도 적던 사무금융노조는 지금 가파른 성장곡선을 보이며 조직역량을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산별노조 전환은 쉽지 않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많은 지부에서 힘든 임단협 시기를 보내고 있으며 정부정책에 맞서 금융공투본이 출범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3년 임기의 절반을 보낸 김현정 위원장을 만났다.

 ⓒ이현석 객원기자
임기의 반이 지났다. 당선 당시 대산별노조 완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얼마만큼의 진척이 있는지

“사무금융노조가 2011년 말 출범해 지금 4년차가 되었다. 2014년, 2기 집행부가 취임할 때, 조합규모는 지부 숫자 38개, 조합원 19,000명 정도였다. 지금은 지부 65개, 조합원 30,000명으로 늘었다. 출범 당시 없던 지역본부도 만들어 현재 4개 지역본부, 4개 업종본부체계를 만들었다. 이렇게 조직확대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연맹을 해산하고 대산별노조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은 과제다.

사실 단일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산별노조가 되면 이전에 단일노조 위원장이 가지고 있던 교섭권과 체결권이 본조로 넘어가게 되고 호칭도 지부장이 되는 등 격하되는 느낌이 있다. 비용 문제도 있어 재정적인 이유로 전환이 어려운 노조도 있다. 또 조직이 단단한 단일노조는 굳이 산별노조로 전환되지 않더라도 노사간에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도 하다.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산별 전환을 꺼리게 되는데 이 부분은 본조에서 더 노력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임기 동안 금융계에 여러 이슈가 있었는데 노조에서 중점적으로 대응한 사항은 무엇인지

“작년에는 매각과 구조조정이 주요한 문제였다. 작년에 사무금융노조에 속한 지부 상당수가 매각문제를 겪었다. 또 증시 하락으로 인해 증권업종의 불황이 계속되어 점포 통폐합, 구조조정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그래서 작년에는 그러한 문제에 대한 투쟁이 주가 되었다. 특히 구조조정에 대해 규제법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많은 토론회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또 그 과정에서 매각, 구조조정에 대한 프로세스를 만들 정도로 경험도 많이 쌓여서 지금은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되는 성과도 있었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증시가 살아나면서 매각이나 구조조정같은 이슈들이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 대신, 올해 같은 경우에는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때문에 임단협이 많이 힘들다. 사측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많은 요구를 우리에게 해오고 있다. 이런 것들을 방어해냄과 동시에 우리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고, 올해는 이러한 투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응해 양대노총 금융공투본이 출범, 활동하고 있다.

“금융업종 노동자들은 우리나라에서 화이트칼라를 대변하는 노동자들이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에 속해있다. 그러나 돈을 많이 받는 노동자라는 인식 뒤에는 항상 성과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금융노동자가 있다. 우리는 정년이라는 개념이 없다. 젊은 나이에 희망퇴직, 명예퇴직의 방식으로 구조조정 되고 퇴직한다. 막상 퇴직하고 나면 금융권 노동자들은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자영업에 손을 댔다 망하기 일쑤다. 사람들끼리 ‘퇴직하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이런 단점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를 타깃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1% 노동자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일반해고를 자유롭게 한다고 하는데 이런 내용들은 일상적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금융노동자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공투본을 통한 투쟁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금융공투본을 결성해 7월 4일에는 결의대회를 열었고 8월 12~13일 대국민 선전전을 진행했다. 8월 말까지 여러 차례 기자회견과 토론회가 국회에서 예정되어 있다. 또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금융위원장 같은 정부기관장과의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

요즘 눈여겨보고 있는 지부가 있다면

“대신증권과 HMC투자증권은 작년 4월, 올해 초 노조 설립 이후 아직도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대신증권은 대표적인 무노조경영그룹이다. 전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HMC 역시 정도차이만 있을 뿐 동일한 상황이다. 그래서 작년 국정감사에 증인 신청도 하고 부당노동행위로 승소했지만 사측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없다. 올해 국감에도 증인신청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반대로 KB손해보험지부는 좋은 투쟁사례라 본다. 이전에 LIG손해보험지부였을 당시, LIG건설 CP사기사건으로 오너인 구씨 일가가 형사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 LIG손해보험을 매각했다. 매각과정에서 외국자본, 사모펀드, 악질자본 등이 인수의사를 밝혔는데 그 반대투쟁을 진행했고 결국, 그나마 상대적으로 동종손해보험사가 없는 KB금융지주로 인수가 마무리됐다. 그 과정에서 KB손해보험지부는 투쟁, 단결, 마무리의 모범을 보여줬다. 지주사 간섭을 딛고 활동하는 문제가 있지만 앞으로의 활동도 잘 하리라 예상한다.”

남은 임기동안 사무금융노조의 계획이 있다면

“나는 산별노조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법·제도 개선투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2기 집행부 임기를 시작하며 사무금융노조에 3대 부설기관을 꼭 만들겠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정책연구소, 법률원, 교육원이다. 현재 법률원과 교육원은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 정책연구소를 만들지 못했다. 현재 정책연구소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대한 빠른 시기에 부설기관을 완성하려고 노력중이다.

궁극적으로 원래 목표인 대산별노조 완성을 위해서 연맹의 산별 전환이 미진한 조직들을 대산별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또한 여전히 제2금융권에 노조가 없거나 상급단체가 없는 조직들이 많은데 이들을 잘 조직해서 대산별노조를 더욱 확대시키는 작업들을 계속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