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동이 트기 전, 가장 어두운 시기’
‘지금은 동이 트기 전, 가장 어두운 시기’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09.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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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 이후 사측의 전방위적 노조 탄압에 직면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합원 성원으로 투쟁할 것’
[사람] 이남현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장

2014년 1월 말, 설날을 앞두고 대신증권 전직원 메신저에 대신증권 노동조합 설립사실이 공표되었다.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 대신증권에 노조가 설립된 것이다. 노조가 설립되고 1년 반이 지났지만 대신증권지부는 단체협약도, 노조 전임자도, 노조 사무실조차 얻지 못한채 투쟁하고 있다. 그동안 800명이 넘던 노조원은 희망퇴직으로 650명이 되었고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은 징계와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다. 하지만 이남현 지부장은 이 상황을 ‘새벽이 오기 직전’이라고 말한다.

 ⓒ이현석 객원기자
현재 사측과의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 2014년 노조설립 이후 시작한 단체교섭이 지금 30차까지 진행되고 있다. 한 달에 2번, 15개월 동안 아무 소득도 없었다. 사측은 단체교섭을 해태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식하기 위해, 교섭에는 나오지만 진전된 협상안은 하나도 가져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난 1월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하고 받아들여진 상태다.

처음 교섭에 들어가서 우리는 타사 수준의 임금, 복지 수준을 요구했다. 그러자 사측은 재원이 충분하지 않아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래서 임금, 복지는 회사의 사정을 십분 고려해서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노조가 생겼으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전임자와 노조사무실을 요구했다. 그러자 회사는 낮에는 업무를 보고 밤에 알아서 자리를 만들어 노조활동을 하라고 하며 거절했다.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노조 움직임을 봉쇄하고 있다. 반면 우리가 어용노조로 추정하고 있는 제2노조와는 협의를 성사시키고 있다.”

제2노조를 어용노조로 판단하고 있는 이유는?

“제2노조 설립에 회사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우리는 6개월을 준비해 1월 27일 노조설립 공표를 했다. 제2노조는 이틀이 지난 29일,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를 냈다. 제2노조는 ‘우리도 노조를 만들고 싶었는데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어서 만들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불과 이틀 사이에 노조를 만들 수 있는가? 우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라고 본다. 또 처음 제2노조 구성원들도 본사 팀장급과 지점의 부지점장 급으로 구성되어 내부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을 포섭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사측에서는 제2노조와 ‘무쟁의타결격려금’ 150만 원, ‘경영목표달성 및 성과향상격려금’ 150만 원을 합해 1인당 300만 원을 지급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그래서 우리는 부당하게 제2노조를 지원함으로서 대신증권지부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서울지노위에 진정을 해서 인정을 받았다.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는 것도 같이 진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를 만들고 나서 어떤 노조 탄압이 있었나

“희망퇴직이 가장 컸다. 희망퇴직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왜 그 시점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했는지 의심스럽다. 노조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퇴직으로 목돈을 준다고 설득하면 가계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은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희망퇴직 직전에는 전 직원 1,700명 중 850명 선이던 노조원이 650명 정도로 줄었고 결과적으로 노조의 동력이 약화되었다. 반대로 300만 원을 준다고 하니 40명이 안되던 제2노조원은 240명 선으로 늘어났다.

희망퇴직과 더불어 대신증권은 전략적 성과관리가 큰 문제가 되었다.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했다. 회사는 성과가 떨어졌던 나이가 많으신 분들, 전략적 성과관리에 잠시라도 들어갔던 직원들에게 협박을 했다.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인원수가 예상보다 적으니 지점장을 통해서 ‘내일 당장 ODS(Out Door Sales)부서가 만들어진다. 그곳은 사무실도 없고 지금까지 관리하던 고객들도 가져갈 수 없다’하고 위협을 했다. 그런 식으로 작년 5월에 희망퇴직을 했다. 언론에서 보도가 되니 숫자를 줄이긴 했지만 제도가 사라진 것은 아니고 언제든 상황을 봐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집행부에 대해 표적감사도 시작되었다. 나는 작년에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다. 이번에도 노조 카페에서 회사를 비방했다고 고소, 고발, 특별감사를 당했다. 사측은 사내게시판에 노조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비방을 하고 있다. 지부장이 노조 카페에 올린 글 중 ‘하나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듯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는 문구를 문제삼아 ‘볼셰비키 혁명과 중국 공산당 혁명에 나왔던 구절로 이남현 지부장은 대신증권 타도를 획책하고 있다’고 해석해서 올렸다. 회사가 노조에 대한 선전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은 노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노조 설립부터 애를 먹고 회사의 압박이 심하니 노조원들은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심정적으로 많이 미안해하고 있다. 그래서 카페도 익명으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명확히 알고 있다. 보이지 않는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정책을 실시한다고 하면 무조건 100% 수행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의문이나 반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조가 생기고 나서는 실제로 많은 직원들이 의식 전환을 통해 스스로가 판단해서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또 얼마 전에는 안 나오던 조직성과금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직원들은 회사에서 돈을 줬다기보다 노조 투쟁으로 인해서 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칭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집행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분들도 있다. 노조가 생기고 열심히는 하는데 왜 결과는 나오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면서 집행부는 ‘아,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비판하는 분들을 나무라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지금 상황이 답답하다보니 그렇다고 생각하고 노조원들은 전체적으로 물심양면 신뢰를 보내고 같이 격려해주시고 있다.”

지부장으로서 노조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노조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압박은 동이 트기 직전 가장 어두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회사는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상황을 보고 암흑천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곧 동이 틀 것이고 우리 대신증권지부는 그 빛을 받아 직원들의 생존권 보장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서 더욱 더 전진하고 반드시 그 결과물을 얻어낼 것이다. 우리를 믿고 끝까지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