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대화로 조금씩 미래 바꿔나가야
지속적인 대화로 조금씩 미래 바꿔나가야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5.09.1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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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공무원세계, 시의원이 되고나서 실감
아직도 열악한 현장은 많아...한계 느끼기도
[사람] 권미경 연세의료원노조 부위원장

권미경 연세의료원노조 부위원장이 비례대표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된 지도 일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본연의 노동조합 활동과 함께 새로운 도전인 시의원으로 활동을 병행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정도였단다. 결국 ‘의원’으로 챙겼어야 할 정치적인 활동까지는 손을 못 대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바라보는 서울시의 노동시정의 일년은 어땠을까?

 ⓒ 이현석 객원기자
매우 바쁜 시간을 보냈을 거라 생각되는데, 소감이 어떤가?

“더 많은 준비와 책임감을 갖고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나야 우선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했던 사람이니까. 연세의료원노조처럼 없는 일도 만들어내는 노조에서 사무처장직을 맡고 있으면서, 처음에는 전혀 다른 세계의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난 지금 와서 보면, 물론 만만치 않은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도전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노동에 대한 의식이 분명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노동정책과를 신설한 것이니까.

우선 처음에는 아주 정신이 없었다. 일단 선거가 있으니까. 의장을 선출하고 각 상임위원장에 나오는 분들에게 전화도 많이 오고. 그러고 나니까 무슨 포럼을 꾸리자, 무엇을 하자, 많은 분들에게 연락이 오는 걸 거절하는 게 일이었다. 정말 일을 벌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거 같았다.

그렇다고 노동조합 활동을 아주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 않나.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일년을 정신 없이 보냈다는 것이 솔직한 소감이다.”

이야기한 거처럼 기존의 노조 활동과는 많이 달랐을 텐데, 어떤 느낌을 받았나?

“처음에 적응이 잘 안 되었던 것은 역시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 공무원들의 태도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시의원으로서 직접 뭔가 대단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거 같다. 담당자들과 계속 대화를 하고, 그 과정에서 뭔가를 바꿔나간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만큼 그 대화가 잘 안 되더라. 물론 매우 열심히 바쁘게 일하는 공무원들이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사안을 대하는 자세가 진정성이 있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노동조합 간부 활동을 하던 경험 때문에 그런지, 어떤 사안이 있으면 내 문제라고 감정이입을 하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은 한 발 떨어져서 문제를 바라보려고 하더라.

그래서 늘 나오는 얘기가 ‘나도 관심이 있고 해결하고 싶지만, 너무 바쁘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그래서 어떤 사안을 공부하고 정리할 시간이 없다는 얘기들이다. 소관 부서가 다르다며 핑퐁게임을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전환에 대한 문제는 일자리정책과가 하는 거고, 메르스나 의료원 관련 사안은 보건복지위 소관이라고 한다. 서울 메트로에서 문제가 생기면 메트로 안에서 해결한다. 그러면 노동정책과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은 뭔가?”

그동안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뭔가?

“보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 부분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그렇게 바꿔나가는 것이 당사자들에게는 희망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생활임금 조례와 관련한 일도 그렇다.

물론 그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아주 힘들었다. 예를 들어 재가관리사들 같은 경우엔, 서울시 예산으로 각 구청에서 임금을 받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서울시 직고용 인력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서울시가 직고용한 것으로 받아들이길 원하고 있다. 결국 그 사이를 조율하는 게 필요하다.

시의원 활동을 시작한 초기에 접했던 제이씨데코 현안도 기억에 남는다. 이들은 버스중앙차로 관리노동자들이다. 서울시가 버스중앙차로제를 시행하고 알다시피 정류장에 옥외광고를 설치하지 않나. 이걸 관리하는 업체이다. 프랑스의 광고업체가 관리권을 따내고 청소, 시설관리 업무를 용역한 거다.

이들의 근무조건은 아주 열악하다. 일단 업무 자체도 버스 운행이 종료된 야간에 이루어진다. 처우가 보잘 것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래서 처음에는 이들이 정류장 지붕 청소 같은 걸 할 때 안전장구를 설치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하고, 작게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조합원 삼천 명 이상 되는 단일노조로 꽤 큰 조직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아직도 그렇게 열악한 조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절실하게 접했다. 기존 자신의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아주 무지했던 거다. 정당한 근로의 대가를 요구하지도 못했고, 주는 대로 받은 거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런 것들을 하나씩 알아나갔던 건데, 회사의 대응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폐업신고를 하고 이들을 계약해지해 버린 거다.

한번은 노동조합이 농성 중인 회사로 찾아갔는데, 노동자들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보았다. 그래서 별 거 아닌 사안에 회사에서 용역깡패를 동원한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같이 근무하던 동료들을 회사에서 회유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사안이 좋게 끝나지는 못했다. 노조에 가입했던 조합원들은 안양으로 발령이 나고, 회사에서는 노무사들을 고용하고, 또 김앤장까지 동원해서 나중에는 이들을 해고시켰다. 안타까운 일이다.

구체적인 개별 현안도 그렇고, 노동정책을 꾸려나가는 큰 의미에서도 그렇고 시의원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게 안타깝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담당 공무원들에게 계속해서 닦달하는 것 정도? 여러 가지 정치적인 관계 속에 놓여 있다는 점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생활임금 조례의 경우에도 우여곡절 끝에 내용이 나왔는데, 벌써 주변 동료 의원들은 이런 내용은 사안의 무게가 있으니 당대표가 직접 발표해야 한다고 보고 있더라. 어찌 됐든 조례가 시행되고 생활임금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 내 경우엔 좀 순진한 거였다.”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접하는 정보는 많은 공부가 된다. 지방 출신이기 때문에 20년 넘게 왔다갔다만 했던 서울시의 곳곳에 대해 알아나가는 재미가 매우 크다. 기회가 된다면 서울시 노동복지센터를 한 군데 씩 다 방문해 보는 것도 해보고 싶다. 만약에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다른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안목을 넓히는 것도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