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사태, 2822일 만에 이룬 합의
재능교육사태, 2822일 만에 이룬 합의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09.1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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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자 전 지부장, ‘합의를 했지만 실감나지 않아’
‘힘들어 못하겠다 말해도, 동지들에게 진실을 전하자’

2007년, 재능교육노조가 단체협약과 임금제도로 인해 재능교육 사측과 투쟁을 시작한 지 2822일이 지나 마침내 9월 11일, 사측과 지원대책위원회가 합의를 이루면서 우리나라 주요 장기투쟁 문제 하나가 해결되었다. 8년여의 시간동안 노사갈등은 노노갈등으로 번졌고 많은 사람들이 투쟁에서 사라져갔다. 하지만 밤의 끝에는 새벽이 찾아오듯, 끝까지 남아있던 사람들에게도 기쁜 날이 찾아왔다. 유명자 전 재능교육노조 지부장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 ⓒ 유명자

2822일이나 되는 장기투쟁이 마무리되었다. 

“너무나 길었다. 솔직히 체감은 하지 못하고 있다. 어찌되었던 포기하거나 하는 식으로 마무리가 되지 않아서 기쁘다. 동지들도 너무 기뻐하고 있어서 다행이고 안도하고 있다. 좀 쉬면서 생각을 해야 실감이 날 것 같다. 지금은 그저 얼떨떨할 따름이다.

우리가 이전 2013년 노사합의를 거부하고 이번 협의를 통해 얻은 핵심은 단체협약에서 원상회복과 현장 재능 교사들에게 가장 필요로 했던 임금에 대한 독소조항(-월별정산)을 폐지시킨 것, 장기근속자와 법적으로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모성보호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인 재능 교사에 대해 임신·출산·질병에 대해 휴업사유를 확대해 복지를 확대시킨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마지막까지 싸워 개선된 부분이다. 그리고 합의를 거부했다고 해서 회사가 복직을 거부했는데 복직에 합의했다.” 

2013년 노사합의를 이룬 이후, 남은 사람들의 투쟁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찌됐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재능교육측이 가지고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2번의 합의를 거부한 우리에 대해 사측이 협의 없이는 투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 사측 추이를 보며 우리와 협의를 했던 것 같고 또 이번을 계기로 모든 재능교육과 관련된 노사분쟁을 확실히 마무리 짓고 싶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작년 3월 재능교육 본사로 농성장을 옮긴 이후, 작년 8월, 올 2월 그리고 이번 8월까지 총 3회의 교섭을 사측과 진행했다. 이전의 2번 교섭 동안은 일정부분 진전이 있었다가 마지막에 틀어졌는데 이번 8월 교섭은 이전에 있었던 교섭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한걸음 더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

노사갈등이 2013년 합의 이후 노노갈등으로 번졌다.  

“아무래도 그 부분이 가슴이 아프다. 투쟁 5년차에 종탑에 올라갔었을 때도 이미 오랜 기간 장기투쟁으로 인해서 조합원들이 많이 지쳐있었다. 내부적으로 누구하나 안 힘든 사람이 없었다. 생계문제, 가족문제 등으로 너무나 힘들었다. 당장 나부터도 힘들었으니 조합원들의 고통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 힘든 상황에서 회사의 교섭안을 받았을 당시 교섭의 본질에서 너무나 벗어난 부분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합의할 수 없었던 사람들과 그 정도로 됐다고 여기고 회사와 합의해 투쟁을 끝내고 싶었던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노조가 회사와 합의하고 본래 요구했던 단체협약 원상회복이라는 것에 대해 분명 원상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상회복이라고 주장하는 거짓말에 더 화가 났다. 너무나 힘들어서 끝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동안 연대했던 동지들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 유명자

오랜 기간의 장기투쟁으로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을 것 같다. 

“잃은 것은 장기투쟁으로 거리에서 살면서 몸이 많이 상한 것 같다. 쉽게 생각한다면 건강문제가 있는 것 같고 어쨌든 우리와 5년을 함께 싸웠던 동지라고 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안타깝다. 그러한 상처들은 사실 쉽게 치유되거나 잊히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것은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얻은 것 또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잃은 것 또한 사람이고 얻은 것 또한 사람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렇게 불편한 사업장에서 모두가 다 끝났다고 이야기하는 투쟁에 조직의 지침 없이도 개인적으로 혹은 단체를 통해 함께 해준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고 그 분들 덕분에 긴 기간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다른 장기투쟁사업장도 정말 힘들다. 함께 했던 동지들에게 미안해서 얼굴도 들지 못하는 합의를 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솔직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동지들이 힘들어 해서 이것밖에 합의를 내지 못했다’ 이렇게 말하더라도 솔직해야 한다.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쉽게 우리의 힘에 대해 스스로가 한계 짓지 않았으면 한다. 회사가 악랄하고 독하게 하는 만큼 우리에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승리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겼다는 생각도 잠시, 며칠 전 노사정 합의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나서서 크게 뭔가를 할 수는 없지만 아까 이야기했듯 우리의 힘을 스스로가 한계 짓지 말고 마지막까지, 싸울 수 있을 때까지 싸워봤으면 좋겠다. 나도 작은 힘이지만 보탤 수 있는 곳에 보탰으면 한다. 모두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