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
추석선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10.0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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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의 많은 생각 그리고 또 생각. 계속 생각하다 보면 뭐라도 있겠지
이상동의 생각주머니

▲ ⓒ 이상동 기자
한가위, 추석이 다가오면 쉴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이번 추석은 토일월이라 참 안타까웠는데 다행이 대체휴일이 하루 붙어 조금은 더 쉴 수 있게 됐다.

추석에는 늘 ‘풍성한’ 이라는 말이 함께 한다. ‘풍성한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식이다. 그리고 고향에 내려가는 양 손에 선물 보따리를 들고 있으니, 보는 사람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9월 13일 추석을 2주 앞두고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졌다. 다음날인 14일에는 격론이 오갔지만 한국노총에서도 대타협을 받아들였다.

‘대타협’이 이뤄졌다고 많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장 노동시장 구조개선 내용을 당론으로 발의하여 9월 정기국회 내에 입법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발은 거세다.

민주노총은 23일에 총파업 대회도 열었다. 서울 중구 정동의 민주노총 건물 앞 도로를 가득 채운 조합원들은 구조개악 반대와 투쟁을 외쳤다. 같은 날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은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여 40여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풍성한 한가위’를 앞두고 노동시장의 갈등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노총이 ‘대타협’을 했고, 민주노총은 이를 거부하며 투쟁을 말한다. 다들 추석을 앞두고 많은 선물을 주고받지만, 어떤 것이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선물이 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취직은 언제 할래?’, ‘애인은 있냐?’, ‘결혼은?’ 등등 집안 어르신들을 각종 질책에 명절이 괴롭다고 말하는 청년들에게는 또 어떤 선물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양보하라고 하는데,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해서 만들어질 일자리는 너무나 부족해서, 수많은 청년들에게는 그저 그림 앞의 떡일 뿐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은, 기존의 좋은 일자리의 자리를 빼앗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중소기업과 열악한 영세기업들의 임금이나 근무조건, 근무환경 등을 개선해 ‘그런데서 일 하느니 놀고 만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라는 것이 무조건 대기업, 공기업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공기업에 가지 않으면 ‘나쁜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것인가 싶다. 중소기업, 벤처기업도 좋은 일자리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추석을 맞아 56만여 명의 군인들에게 ‘특별휴가’와 ‘특별간식’을 선물 했는데, 이에 경제계도 호응해 각종 혜택을 준다고 밝혔다. 몇 가지 논란은 차치하고 청년들과 국민들에게도 통 큰 선물을 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만약, 이번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국가가 주는 ‘추석 선물’이라고 말한다면, 그 선물을 반기지 않는 사람이 너무도 많은 것 같다고 지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