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정책,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
이주노동자 정책,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10.0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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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투명성, 공정성 vs. 노동권·인권
유입국이자 유출국으로서의 순환이주·귀환정책 필요
[사건]이주노동자 정책 변화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근 30여 년 가까이 되었다. 2005년 노조 설립 이후, 올해에는 꿈에도 그리던 합법노조도 설립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의 존재는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는다. 많은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고 이들의 노동현실은 긴 시간 동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전 세계적으로 이주노동자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 정책이 일정부분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변하고 있고 이주노동자 정책 역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노동자 유입 30년, 노조가 인정되기까지

우리나라 이주노동자 유입은 1980년대 후반, 올림픽으로 인해 괄목할만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수준이 세계적으로 선전되면서 시작되었다. 경제성장으로 인해 3D 업종으로 불리는 제조업 부문의 급격한 노동력 부족, 올림픽을 계기로 완화된 출입국 규제가 맞물리며 아시아 국가 노동자들이 쉽게 대한민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문이 열렸고 저임금수준에 묶여 있던 아시아 국가 노동자들은 높은 임금을 찾아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이주노동자들의 숫자가 증가하자 정부는 1991년, 외국인 산업연수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정부는 제도를 도입하며 중소기업 육성과 외국인 노동자 기술습득이라는 목표로 외국인노동자들을 우리나라에서 연수받게 한다고 밝혔지만 연수생 신분으로 노동권 보장을 회피함과 동시에 이주노동자 유입을 관리한다며 국제 인권단체와 언론의 비난을 받게 되었다. 이 당시, 산업연수제 이외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고 이주노동자의 불법 유입은 지속되었다. 대부분이 미등록자인 이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 폭행 등에 노출된 상태였다. 

이러한 가운데 1994~5년 명동성당 농성,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의 결성 등으로 이주노동자 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2002년 대선에서 주요한 문제로 떠오른 이후, 정부는 2003년 고용허가제를 제정하여 2004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외국인노동자들과 고용주는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으로 최장 5년의 고용계약을 맺을 수 있었고 그동안 불법 밀입국으로 인해 심각하게 제기되었던 브로커 문제도 대부분 해소되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고용노동제도가 노동자에게 극도로 불리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점,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이주노동자 권익 개선을 위해 2005년 이주노조를 설립했다.

하지만 이주노조가 합법화되기까지 고난의 길은 계속되었다. 당시 노동부는 ▲이주노조의 주된 구성원이 불법취업자인 점 ▲보완·제출 자료가 미비한 점을 들어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했고, 이에 이주노조는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재판부는 “이주노동자가 출입국관리법상 미등록체류자이기 때문에 노동3권을 보장할 수 없다”며 노동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2007년 2심의 판결은 달랐다. 서울고등법원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고 해도 노조 결성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며 노동부의 반려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이 사건은 8년 4개월 동안 대법원에 계류함으로써 최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있었고 그 시간동안 많은 이주노조 조합원들은 본국으로 강제출국을 당했다. 그러나 올해 6월 25일, 대법원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한다면 누구나 노동조합 및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고용노동부와 노조 규약에 대한 마찰이 있었으나 8월 20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신고필증을 교부받으면서 이주노조는 합법화가 되었다.

 ⓒ 장원석 기자
인권·노동권 vs. 투명성·공정성

2015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합법, 불법체류자 모두 합쳐 175만 7천 명이다. 이중 유학생, 결혼 이민자 등을 제외한 노동인구는 64만 2천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고용허가제이다. 이주노조는 부분적인 내용에서 개정이 있었지만, 고용허가제야 말로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을 무시하는 비인도적인 제도라고 말한다. 9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노동권 향상을 위한 세미나’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를 바라보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우삼열 소장은 발표문에서 “현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하며 현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으로 ▲사업장 변경 제한 ▲주거환경과 식대 ▲‘성실근로자’ 재입국 취업 ▲알선장 없는 구직활동 ▲사업장 변경 기간 제한 ▲산업재해 보험 미적용 사업장 취업 ▲출국만기보험제도의 퇴직금 권리 제한을 들었다. 특히 직장이동의 자유 제한 문제가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 국가별인권상황정례검토(UPR)로부터 지속적 개선권고를 받고 있으며 국제 엠네스티도 비판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우 소장은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에 대해 단기 순환정책을 유지하고 싶지만 2017년 이후 새로운 체류 단위가 적용되면서 이 틀이 깨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인권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공급제도로만 생각한다면 국제적으로 외국인 노동착취를 한다는 비판은 지속될 것이다”며 고용허가제 개정을 주장했다. 

또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우리나라 이주노동정책은 큰 틀에서 사업주의 편의와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 이주노동자의 사업주 종속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으며 구체적으로 ▲사업주 고용허가 요건 완화 ▲이주노동자 취업 활동 기간 연장, 재취업 제한기간 단축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억제, 사업주 종속성 강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는 헌법 제 11조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찾을 수 있는 차별금지원칙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고용허가제 개선 방안으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5년 이상의 기본적 체류 기간 보장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현재 고용허가제 노동자에 우선 적용 ▲노동관계법과 사회보장법의 적용 ▲실질적인 차별금지 보장 ▲가족 동반 허용 ▲언어 교육 및 통역 지원 대폭 확대를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단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ILO는 한국의 고용허가제가 대다수 아시아 국가의 외국인 근로자 프로그램에 비해 기획과 자금, 실행 측면에서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특히 고용허가제가 ▲인력도입시기를 단축한 점 ▲불법체류자 문제를 크게 개선시킨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규용 노동통계연구실장은 ‘고용노동제 10주년 성과 및 향후 정책과제’에서 “우리나라의 고용노동제는 인력풀을 마련하고 필요 외국인력을 선발함으로서 송출비리를 방지하고 거래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했다. 또 친한파 외국인의 양성, 한류 보급, 한국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 한국사회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대학교에서 작성한 보고서에서도 고용허가제를 통해 ▲공공기관을 통한 송출과정의 투명성·비리 근절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불법체류 근로자 감소 ▲외국인력의 정주화로 인한 사회비용 증가 근절 등의 성과가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 장원석 기자
전 세계적 이주노동자 문제

전 세계적으로 이주노동자는 해당 국가에 큰 이슈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EU에서는 EU가입국간 노동자 이동뿐 아니라 중동 등 외부 국가의 노동이동이 큰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중동의 정세 불안으로 인한 대량 난민 발생, EU 가입국 내부 혹은  EU와 타 국가 사이의 경제수준 격차가 그 원인이다.

국제농업개발기금 자료에 따르면 유럽으로 유입된 이주노동자들이 자국으로 송금한 액수가 지난 해 1,094억 달러로 집계되었다. 영국 내 EU노동자는 200만 명, 전체 이주노동자 수는 490만 명에 이른다. 근로자 6명 중 1명은 외국인인 셈이다. 이주노동자의 대량 유입으로 문화적 충돌 또한 심화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 현대판 노예노동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EU에서 외국인 노동자 취업 절차를 강화하는가 하면, 유럽사법재판소가 장기 실업 이주노동자에게 사회복지 혜택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하는 등 각국 내부에서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 이주노동자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EU내부에서도 국가에 따라 이주노동자 정책은 차이가 난다. 영국이나 스페인 등은 자격 요건을 강화하거나 쿼터를 줄이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인 반면, 독일은 이주노동자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호주, 캐나다와 같은 전통적인 이민 국가들은 최근, 단순기능인력보다 기술인력을 중심으로 이민정책방향을 잡아가고 있는데 단순기능인력은 한시적 체류를 허용하며 임시적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이민정책연구원의 정기선 선임연구위원과 최서리 부연구위원은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서 “외국의 최근 이주노동정책은 ▲전통적 이민국가에서도 노동시장의 ‘성과’가 중요한 선별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 ▲외국인력을 도입함에 있어 노동시장과 연계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함과 동시에 노동시장 분석을 통한 객관적 자료를 외국인력 도입에 참고한다는 점 ▲각국은 자국이 유치하고자 하는 해외인재들을 제외한 외국인력 도입에 국내 노동시장 보호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 ▲기술인력 중심으로 노동시장과 연계성을 실현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종합적 체계 마련, 인권 문제도 개선 필요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국가에서 이주노동자의 체류와 노동을 관리함으로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사회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요즘 외국인 범죄나 성매매, 다문화 가정 문제와 같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지금까지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 문제, 국가성장전략의 모색 방안으로서 우리나라 이주노동자 정책의 변화는 필요하다. 특히 이전까지 아시아 개발도상국과 서구권 이주노동자들간의 차별을 없애고 이주노동자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규용 박사는 개선 방향에 대해 “고용허가제의 주 대상을 단순기능인력으로 한정하지 말고 전문인력을 고려해 직종별 도입체계로 일원화하는 동시에 단순한 부족인력의 보완 측면이 아니라 종합적 도입 틀을 기준삼아 기업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지속적 분석을 통해 필요인력, 분야, 규모를 파악해 체류기간과 인원수를 다양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숙련 향상을 통해 외국인력 생산성을 높이고 국제협력기능을 더욱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용원 이주인권연대 사무총장은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실효성 없는 이주노동자 보험제도 개선 ▲근로계약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사업장 이동문제 개선 ▲숙련 인력의 체류 연장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책방향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지적받는 노동권, 인권문제는 대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귀환지원과 순환이주 정책

또한 그동안 인력유입국 측면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정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취해졌던 귀환지원정책을 인력유입국이자 유출국으로서의 입장에서의 순환이주정책으로 변화해나가야 한다는 지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노동연국원의 이규용 연구위원은 “노동이주는 송출국 입장에서 이주민 송금, 투자, 기술이전 등의 편익을 얻고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반면 유입국은 인력부족 해소, 산업 생산 증대, 소비자 증가, 물가 하락 등의 이득이 있지만 내국인과의 일자리 경쟁, 문화, 범죄, 복지·공공서비스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는 2000년대 초반 중부 유럽의 대규모 노동이주와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서의 ‘리턴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리턴프로그램으로 인해 중부 유럽의 귀환이주가 활성화되었다. 방향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홍보가 부족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PR 및 정보전달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고향에서의 노동시장 재편입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귀환국가 기업이 적극 참여해 귀환노동자들을 수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귀환정책의 중요성과 과제를 지적했다.

이규용 연구위원은 “순환이주와 귀환지원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유출된 유능한 인재들을 복귀시켜 새로운 기술을 얻고  인적자본 향상을 꾀하는 등, 지금까지의 정주방지 이민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국제협력 강화 및 외국인력 활용의 편익 기반 확대라는 측면에서 정책 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