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투쟁 제2막 시작되나
공무원 투쟁 제2막 시작되나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10.0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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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능력에 따른 임금체계로 개편 움직임
퇴출제 도입을 위한 수순 밟기 우려
[사건]공무원 성과제 확대 반발

공무원연금 개혁 이후 ‘공무원 및 교원의 인사정책 개선방안 협의 기구’가 활동에 들어갔다. 6개월 동안 진행되는 논의의 주요 내용은 공무원·교원의 보수 및 직급 간 보수 격차 적정화, 공무원연금 지급개시연령 연장에 따른 소득공백 해소방안 마련,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의 정년에 관한 논의, 공무원·교원의 승진제도 등이다. 하지만 정부는 인사정책 개선 보다 성과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는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 그 가운데 공무원 퇴출제를 다시 도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이상동 기자
“공무원 임금체계도 능력과 성과에 따라”

8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공공·교육·금융의 4대 개혁의 목표와 방향을 담은 이 담화문에서 대통령은 “공무원 임금체계도 능력과 성과에 따라 결정되도록 개편해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공무원 임금체계 개편’은 바로 다음날 드러났다. 인사혁신처에서 업무성과가 탁월한 1~2%의 공직자에게 부여되는 ‘SS등급’을 추가할 계획이라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현행 공무원 성과급 제도는 S-A-B-C로 등급을 구분하는데, S등급은 상위 20%, A등급은 20%~60%, B등급은 60%~90%, C등급은 하위10%의 인원으로 나눠진다. 이 위에 1~2%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SS등급’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SS등급은 S등급이 받는 지급률(172.5% 이상)에 50%가 추가된다. 5급 공무원이 SS등급을 받으면 최대 920만 원의 성과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보도에는 ‘업무 성과가 미흡한 공직자에 대해서는 역량을 계발할 수 있도록 재교육 시스템을 개편하며, 개선이 없을 경우 퇴출까지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성과제와 연계된 퇴출제가 공무원사회에 다시 도입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이와 함께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노동시장 구조개혁에서 정부는 공공부문에 선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민간 사업장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동계는 “공무원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하지만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6월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임금피크제 제도를 정비하고 2017년에 특정 영역·직종·부문에 시범실시를 하겠다”고 밝히며, 공무원 임금피크제의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공무원도 임금피크제 문제에서 예외가 아닌 상황이 됐다. 공공 개혁에서 공무원의 임금체계 개편은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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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성과제 확대, 반발 시작

공무원 단체들은 연금개혁 이후 ‘공무원 및 교원의 인사정책 개선방안 협의 기구(이하 인사정책기구)’를 통해 공무원의 인사정책 개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자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성과급제의 언론보도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일부 공무원노조는 반발하며 강력 투쟁을 선포했다.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오성택)은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임금피크제 발언 이후 논평을 내어 “민간분야의 임금피크제 역시 문제가 많지만, 공무원임금에 대해서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공무원의 생애 주기를 놓고 개인적인 부분이 아니라 조직 전체 차원에서 다뤄지는 정책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방적인 임금피크제 반대 조합원의 입장에서 지켜내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포스터도 게재하며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비상대책위원장 김중남, 이하 공무원노조)은 8월 26일 서울정부청사 정문 앞에서 ‘임금피크제·성과급제 폐지·퇴출제 저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임금피크제와 성과급제 폐지, 퇴출제 저지 등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정책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한, 9월 19일에는 ‘임금피크제 반대, 성과급제 폐지, 퇴출제 저지’를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건 ‘총력투쟁 선포대회’를 개최했다.

상반기의 연금투쟁이 끝나자마자 임금피크제, 성과급제 저지 투쟁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성과주의 중심의 공무원 임금체계개편안이 사실상 ‘퇴출제’ 도입을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성과평과를 통해 우수한 공무원에게 보상을 더 주기보다 하위 평가를 받은 공무원들을 퇴출시키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성과제 확대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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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퇴출제의 기억

공무원 퇴출제의 악명 높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2007년 서울시가 도입했던 ‘현장시정추진단’과 2008년 농촌진흥청의 ‘농업현장기술지원단’의 사례가 대표적이며, 2명의 공무원이 자살한 수원시의 ‘소통2012’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당시 도입됐던 ‘현장시정추진단’은 무사안일 직무태만자, 조직내 화합을 해치는 자, 품위 및 이미지를 훼손한 자, 봉사마인드가 부족한 자 등을 대상으로 선정해 각 부서별 3%에 해당하는 명단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소명기회와 확인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된 인원에 대하여 풀 뽑기 및 쓰레기 처리 등 현장 노동 중심으로 이뤄진 교육 훈련을 시켰다. 개선노력이 미흡하다고 판단된 자는 직위해제, 해임 등의 인사조치를 받아야 했다.

농촌진흥청도 전 직원 평가를 통해 인원을 선정하고 농촌체험 및 봉사활동 등을 통한 평가 후 퇴출 여부를 결정했다. 수원시의 소통2012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 됐다. 업무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원을 대상으로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 자아성찰과 커뮤니케이션 교육 등을 받게 했다.

문제점은 대상의 선정부터 교육 내용, 개선노력 여부의 판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드러났다. 대부분은 대상 선정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소명기회를 주는 등의 장치들을 마련했지만, 선정 결과 장애인, 질환자, 정년퇴직예정자, 소수직렬 등이 상당수 포함되는 등 선정과정의 논란이 계속 됐다. 소명 기회나 시간을 적절하게 부여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선정된 대상자에 대한 교육 내용은 대부분 현장 노동 중심이었다. 이는 ‘징벌’의 수단으로 운용되어 대상 공무원들에게 인격적 모멸감을 들게 했고, 대상자의 건강 상태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적용됐다고 한다. “구성원들의 불성실하고 무사안일한 근무태도를 개선하기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주장의 설득력이 부족해지는 부분이다.

결국 대상으로 선정된 공무원이 자진 퇴사하거나 6개월간의 교육 이후에도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해임, 직위해제 등의 조치를 통해 ‘퇴출’ 됐다.

서울시의 현장시정추진단에서는 신장암 환자인 대상자가 국토도보순례(193km), 봉사활동, 명상훈련 등 재교육을 받다가 돌연사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수원의 소통2012에서도 대상자로 선정돼 퇴출된 공무원 2명이 자살하는 등 계속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현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류영록)은 오세훈 시장의 퇴진을 주장하며, 현장시정추진단의 즉각 해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시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노동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퇴출제’를 막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소통2012 당시 공무원노조도 ‘염태영 시장은 소통 2012를 즉시 해체하고 고인에게 사죄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며 소통 2012 즉시 해체와 징계 당한 공무원들의 전원 원상 복귀를 요구했다.

공무원 노동단체들은 ‘퇴출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 임금체계 개편’을 언급한 뒤 나온 ‘SS등급’ 신설 계획은 특출난 공무원의 보상을 높이겠다는 내용이지만 이를 통해 성과제 임금체계를 더욱 확대하고, 나아가 저성과자를 색출해 ‘퇴출’하는 방향으로 가기위한 발판을 놓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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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성과제도 제대로 안 되는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공정한 평가가 가능한가의 여부다. 성과제 도입으로 업무능률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은 차후에 하더라도 말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무원 성과급 제도에서는 ‘나눠먹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S등급을 받은 직원이 C등급을 받은 직원에게 성과급을 나누거나, 전체 성과급을 인원수에 맞춰 나눠 갖는 방식이다. 행정자치부는 이를 제재하는 방식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순하게 성과급을 나눠 갖는 훈훈한 모습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다. 연2회 평가하는 근무성적평정에 따라 성과급 등급이 매겨지는데, 이 과정에서 승진을 앞두고 있는 직원에게 높은 등급을 주거나, 순번에 따라 돌아가며 높은 등급을 받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결국 평가의 공정성을 놓고 논란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행 성과제도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쉽게 예를 들어 ‘주민등록등본 발급 업무를 잘 한다’라는 기준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물론 이렇게 단순하게 평가를 하지는 않겠지만 공평한 기준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성과제가 확대대고 그 판단을 상급자가 하게 된다면, 성과급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퇴출’ 후보에 들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 가운데 발생하는 문제들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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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5세, 임금피크제 도입?

성과제 확대와 함께 언급되는 임금피크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다르다.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에 도입하려고 하는 임금피크제는 60세로 정년을 늘리면서, 늘어난 정년에 대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형태다. 하지만 이미 정년이 60세인 공공기업은 정년을 더 늘리지 못하고 임금피크제를 시행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고,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동의서를 강제 징수하는 등 계속 논란이 발생했다.

공무원 사회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문제도 정년 연장이랑 관련이 있다. 2014년 말 새누리당 공무원연금제도개혁 TF 주최로 열린 ‘임금피크제와 연동된 공무원 정년 연장안의 구체화’ 토론회에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며,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이 토론회는 공무원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65세로 높이는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를 가정하고 있다. 당연히 당시 공무원노조들은 반발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위의 토론회에서 가정한 상황처럼 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65세로 하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상태다. 1996년 이후 임용된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금 지급개시 연령은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늦춰진다. 따라서 60세 정년퇴직 이후 65세까지의 소득 공백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그 공백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제법 설득력 있는 제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호응하지 못하는 것은 민간부문에서 시행된 임금피크제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가 임금피크제를 반대하는 것은 선임자의 보수 하락으로 인한 직위체계의 혼란과 그에 따른 자발적 퇴직 증가의 가능성 때문이다. 그와 함께 노력과 성과에 따른 적절한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 연령에 기준한 임금 삭감으로 노동의욕, 업무집중도, 조직충성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통해 기존의 연공급제 형태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려고 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체계 개편에 공무원도 포함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 단체들의 반발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연금투쟁이 끝난 지 얼만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성과제 폐지, 퇴출제 저지로 이어지는 공무원 투쟁이 다시 시작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