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남용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합의 이끌어냈다
비정규직 남용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합의 이끌어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5.10.0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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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노사정 대화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 만들어야
주간연속2교대제 3년, 이제 조금씩 여가 활용 눈 뜬다
[사람]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9월 14일 특별교섭을 통해 10여 년을 끌어온 사내하청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날 특별교섭에서 현대자동차 노사는 오는 2017년까지 사내하청업체 직원 2천 명을 추가로 특별 고용키로 하는 한편, 노사 쌍방이 제기한 일체의 소송을 취하하고 2010년 이후 해고자의 전원 재입사와 함께 특별 고용되는 사내하청업체 직원들의 경력을 인정키로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해 합의한 4천 명과 이번에 합의한 2천 명을 더해 특별 고용 총규모는 6천 명으로, 사내하청업체 직원 대부분을 특별 고용하게 된다.

<참여와혁신>은 이와 같은 합의를 이끌어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을 인터뷰했다. 지난 2005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 직원들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이후 10여 년 동안 현대자동차 노사는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대립과 파행을 거듭해왔다. 이번 특별교섭에서의 합의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인터뷰가 마무리된 후 9월 21일 진행된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의 찬반투표에서는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더 이상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회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2005년 내려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 이후 10년 만에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문제와 관련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합의의 의의를 먼저 짚어 달라.

“오늘날 현대자동차가 성장해 온 데에는 비정규직도 함께 해왔다. 1998년 정리해고 이후에 1999년에 16.9%만큼 비정규직을 쓰도록 당시 노동조합이 합의했다. 1998년 정리해고 문제 때문에 대단히 불안해하는 조합원들을 위해 또 다른 쿠션 정책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게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16.9%를 넘어서 광범위하게 늘었다.

사회적으로 우리가 대학을 나와도 실제로 인턴십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아픔이 있었지만, 충분히 인턴십을 거쳤다고 본다. 법의 기준을 떠나서 이제는 현장에 정규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내용을 노사간에 만들어야 한다. 2010년도에 1공장 시트 점거농성 사건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워서 풀어보고자 2010년에 지부장이었을 당시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의 계급성은 더 이상 없어야 했다.

그동안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진행하면서 2012년에 사측이 사회적인 여론 악화를 의식해서 2,038명을 일방적으로 신규 채용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8월 18일에는 올해 말까지 2,038명을 포함한 4천 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고, 이미 채용한 2,038명에 대해서 동일한 처우와 근속 산입을 하기로 했다. 지난해 합의 당시에는 비정규직 3주체(울산, 아산, 전주 비정규직지회) 중 울산 비정규직지회는 참여를 안 했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더 이상의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자동차회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번에 9월 14일에 합의를 하게 된다. 더 이상 비정규직이 사용되는 사회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이번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회사와 비정규직지회를 설득해야 했고, 정규직 조합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설득했는가?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조합원들과의 인간관계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비정규직 중에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선후배, 친인척들이 많다. 기피공정, 작업난이도가 있는 어려운 공정에 비정규직 사용을 많이 하게 된다. 조합원들은 불편함이 있었지만, 비정규직 없애는 것이 우리의 목표인데 어려운 공정이라고 우리가 반대를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어려운 공정에 비정규직 또 쓰란 말이냐, 현장을 설득했고 동의를 이뤘다.

3주체(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비정규직지회) 모이자 해서, 금속노조 어떻게 생각하느냐? 해야 한다. 비정규직 지회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도 하겠다. 이렇게 현대자동차지부는 당연히 교량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사측에 교섭하자니까 지금 이 시기에 무슨 교섭이냐는 불편한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도 어려운데, 매년 반복되는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 못한다는 취급을 받아야겠느냐 교섭을 하자고 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귀를 크게 열고 비정규직 지회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막판 종지부를 찍는 교섭에 전력을 다했다.”

 

비정규직 문제야말로 노사정이 머리 맞대야 할 문제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자동차산업 전반에 사내하청을 사용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 이번 합의가 이러한 관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비정규직 동지들이 정규직으로 특별고용 되어서 들어옴으로 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속감을 가지게 된다. 소속감이라는 것은 생산과 품질에 바로 직결되는 것이다. 타 자동차사업장에서 실질적으로 비정규직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다른 회사는 그 쪽 노사관계 상황이 있으니까 내가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대자동차의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규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고 고용형태도 다양해지는 추세인데,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노동과 재계,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 사회에 이렇게 만연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나. 노사정이 마주 앉아서 사회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안 만들어주면 기업은 계속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다.

이번에 파견근로 확대가 쟁점이 될 것이다. 자본 입장에서는 그 유혹이 더 크다. 정부에서는 방치할 것인가. 노사정위에서 노사정이 마주 앉아서 재취업, 일자리 이런 것들을 만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진짜 노사정위는 그런 걸로 모여야 한다.

고용의 유연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경기의 상하 굴곡이 있다. 그런 가운데 인력이 필요 없을 때도 발생한다. 이럴 때 정부가 나서서 방어막을 만들어주는 것이 재취업, 재교육이다. 그걸 안 하게 되면, 사용자가 버릴 때 버리지 말라고 싸울 수밖에 없다. 노동은 그나마 가지고 있는 일자리도 없어진다. 사회적으로 그 충돌비용이 어마어마하다. 노사가 마주 앉아서 그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칙만 가지고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이번 노사정 합의에서는 파견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합의됐다.

“개별사업장인 현대자동차 안에서는 2017년 말까지 6천 명을 채용한다. 사실상 이제 비정규직 사용에 대해서는 종지부를 찍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파견근로 확대, 기간제 확대하면 노동시장에 대혼란이 올 것이다.

사람은 전망이 있어야 한다. 기간제 근로자가 됐든 파견근로자가 됐든 정규직이 됐든 전망이 있어야 한다. 전망이 없는데 소속감과 희망이 있겠는가. 서로 간에 마지못해 살아가는 불신만 팽배해진다. 그건 사회적으로 대단한 출혈이다. 이건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노사정 합의는 문제 있다.”

안티 현대 여론, 깜짝쇼로는 극복 안 된다

‘안티 현대’라는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대한 비난이 회사뿐만 아니라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고민과 계획은?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의 시선이 왜 싸늘할까에 대한 고민도 많지만, 노동조합을 하는 입장에서는 반성도 하고 있다. 안티 현대가 만들어지는 것은 우리 임금이 많이 올라서가 아니라 상대적 비교,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데 너희는 많이 받는다는 것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돈만 많이 올라야 좋은 건가 고민한다.

회사도 문제다. 국민들은 노사간에 서로 분쟁해도 합의할 때는 합의하고 찻값만 올리는 것 아니냐고 본다. 그게 본질이 되어버렸다. 결국 우리가 애국심 발휘해서 현대차 사 주니까 고속성장 하고 저희들끼리만 잘 먹고 잘 사네 하는 비아냥이 안티 현대의 내용이다.
사회적으로 무언가 해야 한다. 노동조합에서 벽화 사업을 하고 있다. 세월호 때나 주변에 있는 중소사업장 돕기 위한 모금운동에도 대단히 호응이 좋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노동자의 힘만으로 울산 시내에 소녀상을 건립했다.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래도 제한적이다. 그건 울산에 한정되는 것이다. 이건 작은 변화들이다. 이 작은 변화는 울산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노사간에 비난만 하는 것은 중단하자, 품질을 위해서 노사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회사도 변하고 있다. 회사가 국민들의 힘을 바탕으로 성장했으니까 사회적으로 기여하도록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품질, 생산 문제도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밖에서는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다고 보지만, 정작 조합원들이 행복해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한다고 보는가?

“우리 조합원들에게 여가를 활용하는 문화가 부족하다. 여유시간을 가져볼 여력이 없었다. 현대자동차가 매년 급성장을 하면서 휴일도 없이 일 하고, 자고 출근하고 이런 구조였다. 임금은 높다고 얘길 하지만 30년차 기본급이 230만 원이다. 특근을 해서 1년 연봉 채워가는 게 급급하지 여력이 없었다. 내가 고소득자로 분류되기까지는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장시간 노동으로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니까 건강도 별로 좋지 않다.

앞으로 여가 활용에 관련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노동조합이 회사에 요구해서 만들어가고 있다. 유명 인사를 강사로 초청해 강의를 하기도 한다. 주간연속2교대제로 노동시간이 많이 단축되면서 놀이문화를 찾아다닌다. 이런 것들을 가져갈 수 있도록 노동조합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회사도 노력하고 있다.

정작 조합원들이 행복해 하지 않는 것은 맞다. 아주 틀에 박힌 생활을 했다. 다른 걸 잘 모른다. 주로 베이비부머들이 자리 잡고 있는 현대자동차에서 조합원 건강, 자기 여가 시간 활용을 통한 취미활동,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들과 함께 대화를 함께 할 수 있는 기법 문제를 포함한 여러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무조건 어디 모여서 아무 의미 없이 1박2일 쉬었다 왔다고 행복이 될 수 없다. 내용을 채워가야 한다.

여가시간 활용 방안 만드는 데 다양한 방법 고민 중이다. 독서, 서예 등등 이제 조금 정착되어 간다. 복지포인트로 연 50만 포인트를 회사가 제공한다. 이건 현금이 아니다. 순수하게 여가 활용을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그게 조금씩 정착되어 간다. 그 안에는 다양한 것이 있다.

그동안 조합원들이 일하기 너무 바빴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고도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쉬는 시간은 생각도 못했다. 일하고 특근하고 휴일 근무하고, 일요일 근무 없어진지 불과 3년이다. 3년이 지나면서 이제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이 기초만 제공할 뿐이지 가족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회사와 노동조합은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한다고 보는가?

“신뢰관계인데 노동조합이 회사를 동반자로 받아들이려면 회사가 신뢰를 보여야 한다. 아직은 그런 관계가 잘 되어 있지 않다. 노동조합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면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다. 회사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해서 매월 실적을 공유하고 공개하면, 과연 생산, 판매 등이 공유가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런데 그게 없다. 그러니까 서로 불신만 팽배해있다. 1년 중에 확인하는 계기는 단체교섭밖에 없다. 서로 불신만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명확한 신뢰를 가지고 가지 못하고 있다.

안티 현대? 전시 사업으로는 효과 없다. 품질 공동선언 해봐야 무슨 의미 있나. 고객들이 그 정도로는 감동 안 받는다. 대기업이 도마에 오르는 것은 그들만의 문어발식 계열 확장, 심지어는 중소기업이 가졌어야 할 사업이나 기술마저도 대기업 독식으로 가기 때문이다. 안티 현대 문제는 깜짝쇼로는 해결 안 된다. 노사 화합선언, 노사 품질 공동선언으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기금을 출연하면 노동조합이 박수치지 뒷짐 지겠나. 문어발식 확장은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 회사도 자제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육성될 것이다.

노동조합도 단체교섭 진행하면서 노사간 출혈이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현대차 만들어놓으면 사가기에 급급했다. 지금은 비교할 수 있는 차종들이 많으니까 잘 팔리는 차종과 안 팔리는 차종이 있다. 잘 팔리는 차종으로 빨리 개편할 수 있는 신뢰를 가져가야 한다. 원가를 투명하게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노사의 역할이다.

투명하게 노사간의 신뢰 쌓아 가면 현대차는 발전할 것이다. 현대차는 첫째 품질, 두 번째 적기생산, 세 번째 노사간 안정을 놓치게 되면 아무 것도 없다. 그런 것들이 안티 현대를 자제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