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지지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
국민들 지지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10.0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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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위원장이 말하는 공무원연금투쟁 그 이후
통합공무원노조, 조합원 그리고 국민을 위한 대중운동조직으로
[사람] 이충재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공무원연금개혁 투쟁에는 남은 이야기가 많다. 5월 2일 대타협기구에서의 합의 이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내부의 갈등, 공적연금 강화논의, 인사정책기구 구성 그리고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의 출범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공무원연금개혁의 후폭풍이 아직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에 생겨난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며, 앞으로 넘어야 될 산은 험난해 보인다. 대타협기구 합의 후 논란의 가장 중심에 있었던 이충재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공무원연금 투쟁 그 이후

5월 2일 새벽에 대타협기구에서의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내부 갈등을 겪으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탈퇴했다. 당사자로서 겪은 상황은 어떠했나?

“당일 새벽에 서명을 한 상황은 자세히 알진 못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논의가 안에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는 부분은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 처음 투쟁의 목표로 내걸었던 부분은 공무원 연금 사수와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강화 그리고 하위직 공무원들의 보수문제와 처우를 개선해보겠다는 것이었다. 공투본이 결성되고 매번 논의를 했다. 그 속에서 어느 정도 의견 일치를 이루면서 사회적 합의 과정으로 간 것이다. 뜬금없이 서명한 것이 아니다.

합의 후 먼저 비방이 시작됐다. 직권조인 했다는 식으로 허위사실을 이야기하고 모욕을 주고, 너무나 심했다. 그리고 폭력을 써서라도 위원장에서 끌어내리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위 말하는 정파 활동가들이 전국공무원노조 중앙집행위원회 토론장에서 한 말은 ‘국민연금은 공무원 연금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다’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그동안 공적연금 강화라고 얘기했던 부분들은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을 기만한 것이 된다. 이러한 형태의 운동은 옳지 않다. 그래서 탈퇴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탈퇴한 이후에도 비방은 이어졌다. 탈퇴한 지부들에 대해서도 각각의 지부에 민사소송을 3건씩 걸었다. 조직형태변경 무효, 효력정지 가처분, 증거보존 소송이다. 조직형태변경을 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인데, 투표를 방해하거나 투표장에서 욕설을 하는 일들도 많았다. 너무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렇게 했다. 탈퇴한 지부에 일방적으로 찾아가 선전전을 하는 등의 일은 지금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아쉽게도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교조, 민주노총 쪽에서 사회적 합의를 거부했다. 이유가 있었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거부한 것은 조합원들과 국민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본다.”

대타협기구에서의 서명이 직권조인이 아닌가? 중앙집행위원회 논의 절차를 어겼다는 지적도 있다.

“직권조인은 노사교섭에서 노조 대표가 사측과 일방적으로 서명하는 것이다. 조합의 뜻을 묻지 않고 하는 행위인데, 대타협기구는 노사교섭이 아니다. 50개 단체가 공투본을 만들었고 이 사람들이 합의해서 대표자들을 파견한 것이다. 이 대표자들 전체가 논의를 한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가 일방적으로 서명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위원장이 직권조인을 한 것이 아니지 않나.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를 해서 사무처장을 파견한 것이다.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사무처장이 그간의 과정을 보고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합의 바로 직전에도 구체적인 수치까지 보고를 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부나 새누리당, 청와대까지도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끝까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사무처장은 이 같은 상황들을 다 보고 했다. 마지막까지도 중앙집행위원회의 동의를 물었다. 권한을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지금껏 이 판을 계속 끌고 왔고 시간도 많이 벌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유리한 부분을 많이 가져왔다. 그런데도 일체의 교섭은 안 된다는 것이 정파를 중심으로 한 세력들의 명백한 입장이었다. 들러리 서지 말고 나오라는 것이다. 이것을 정리못 했던 것이고, 합의가 안 될 것으로 봤는데 정부가 갑자기 합의안을 가져온 것이다.

그러면 그 상황은 안에 들어가 있는 협상 대표자들의 몫이라고 본다. 대표로 참가 시켰으니 사무처장에게 서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 아닌가. 사무처장은 그걸 한 것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부족했던 부분도 인정한다. 때문에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했었고, 마무리를 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인사정책기구도 참여해야 하고, 공적연금 강화의 틀도 만들어야 했다. 그 정도를 마무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하지 말고 바로 나가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쫓아내는 것이 어디 있나.

직권조인한 것도 아니고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너무 무례한 요구가 아닌가. 전국공무원노조 자문 변호사도 직권조인이 아니라고 했다. 이후 대의원대회에서도 공지가 됐던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라고 했던 부분은 결과적으로 차기 위원장 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버티지 않고 사퇴 했다. 왜 그랬나?

“조합원들과 국민들을 기만하는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파들 중심으로 한 논리가 운동 단체들을 지배하면 안 되는 거다. 이번 사회적 합의를 평가했으면 좋겠다. 잘못된 것인지, 정말 공무원들에게 해악을 끼쳤고 국민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합의인지 평가했으면 좋겠다.

하위직 보수가 낮은 상황에서 연금까지 깎이면 안 되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했다. 공적연금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합의문에 50%로 소득대체율을 명문화 시켰다. 이로 인해 여당 원내 대표가 옷을 벗고, 청와대 정무수석이 옷을 벗었다. 과연 이런 협상이 잘못된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하위직 공무원 보수 현실화, 인사정책 개선, 공적연금 강화 이 모두는 여야 정치권, 정부에서도 안 될 것이라 했던 것들이다. 결국 모두 합의문에 담은 것 아닌가. 이런 획기적인 합의를 전국공무원노조, 전교조, 민주노총이 걷어찼다. 결과적으로 연금행동 또한 입장 정리를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지금도 그걸 용납할 수 없다. 그동안 얼마나 공적연금 강화를 주장했나. 왜 국민들에게 왜 사기를 쳤느냐 그거다. 그게 그렇게 개악이라고 해놓고 또 공적연금 논의기구에는 들어가려 한다. 민주노총이든 전교조든 전국공무원노조든 거기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조합원 중심의 실력 있는 국민의 노조를 위해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공무원노조에서의 비방과 소송, 고발이 이어졌다. 조합원들을 찾아가서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가슴이 아프다. 같이 농담하고 동지라고 이야기하면서, 사람을 쫓아낼 때의 과정을 보면 과연 우리가 동지라고 이야기 할 수 있나. 내가 전국공무원노조에서 15년 이상 노조활동을 했는데 이런 거 보려고 했던 것인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민주노조라고 이야기 하는데, 조합원들 의사 다 물어서 한 것이다. 끝나고 나니 소송을 걸었다. 이게 무슨 민주노조인가.”

8월 23일 출범식을 열고 정식 활동에 들어갔다. 창립 선언문에서 조합원 중심의, 실력 있는, 국민의 노조. 이 세 가지를 핵심 슬로건으로 삼았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정파가 해서는 안 된다. 정파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파가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된다. 늘 아래에서 복무한다면 정파는 정말 좋은 조직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대중운동을 정파가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주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무원은 국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한다. 전국공무원노조에서 13년이 넘었지만 그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보지 못했다. 현안에 파묻혀 방어하기도 급급했다. 정책에 대한 부분은 국민에 대한 접근도 필요하다. 그래서 ‘공무원 노동조합이 있으니 좀 낫네. 공무원들 열심히 했으니 처우개선을 해’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전체 노동자의 삶이 개선된다.

대중운동조직이다. 그러면 국민들로부터, 대중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면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인사정책기구가 운영되고 있다. 기구에 참여하는 것이 계획이었던 것으로 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부분인가?

“기울어진 운동장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인사정책기구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많다. 정부가 줄 것이 없다.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들어가서 뭘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있다. 당초 설계에서 1/100도 안 되는 것을 해놓고 잘했다고 할 자신이 없다. 참여를 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다. 근본적으로 판을 다시 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인사정책기구가 필요했던 것은 하위직 공무원들의 임금이 너무 낮은 상태였고, 보수 체계에 따른 격차가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줄여주는 하후상박의 개념으로 가야 한다. 하위직 공무원의 급여라든지 조건은 굉장히 열악한데, 공무원 취업은 열풍이다. 한국사회의 모순이 다 축척돼 있는 부분이다. 9급 공무원 시험에 몇 십 대 1, 심지어 100대 1이 넘기도 한다. 근데 5년 이내에 3~4명 중에 1명은 다른 자릴 찾아간다. 다른 공직이든 다른 기업이든. 대기업에서 와도 보수가 너무 적어서 다시 간다. 그만큼 이직률이 높다.

공무원 열풍은 한국사회가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국가 경제 정책이 대기업에만 편중됐다. 괜찮은 중소기업, 중견기업도 없는 상황이다. 공무원 보수가 100인 이상 기업에 비교하면 84% 정도 밖에 안 된다. 9급은 70%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기업이 없으니까 공무원이 된다. 참 심각한 문제다. 하위직 공무원 열풍이 생기고 장기간 번영하는 나라가 어디 있겠나.”

향후 통합공무원노조가 지향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이 있다면?

“정책을 결정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보수를 준 것 만큼, 정말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라면 보수를 더 줘야 한다. 장관, 차관 보수 많이 주되 구상권을 청구하고 명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렴의 문제다. 수당 부풀리기 같은 문제가 최근에 보도되기도 했지만, 이는 오래된 문제다. 오래된 것이라면 노동조합이 나서서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욕을 먹는 것이다. 사실 공무원의 청렴도는 민간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의 청렴도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부분에는 동의한다. 최근에 현장을 돌아보면 10년 전과 비교해서 업무가 너무나 많다. 밤 10시, 11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출근을 한다. 하지만 처우는 크게 나이지지 않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실의 문제, 제도개선을 하지 못한 문제 등이 청렴의 문제로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공무원들의 현장 밀착이 어려운 점도 많다.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 계속 나타난다. 이처럼 국민들의 체감행정이 안 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탁상행정이다.

불필요한 서류행정을 다 없애야 한다.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서류 때문에 현장을 나갈 수 없다. 좋은 제도가 있어도 일만 많아질 뿐이다. 쓸데없는 보고가 너무 많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아닌 대통령 눈높이에 맞추고,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는 거다. 일선에 있는 공무원도 현장 나가기가 힘들다. 중앙에 있는 공무원들은 현장에 나올 생각도 안한다.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좋은 정책이 나오겠나.

중앙부처도 바쁘다고 하는데 불필요한 일들을 줄일 수 있다. 행정부가 의회에 예속되는 경향이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정치권 눈치 보느라 탁상행정이 더 심해질 것이다. 4대강 사업이 그렇다. 정치에 대한 예속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국가 예산에 대한 문제도 봐야 한다. 공직사회에 묻혀 있는 예산들은 외부인이 찾아낼 수 없다. 내부에서 해야 한다. 전국공무원 노조가 나서서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따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예산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4대강에 몇 십조를 쏟아 부었다. 이런 것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 잘못된 정책 결정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이 다 낭비 예산이다. 노조가 시민단체와 함께 해야 한다. 노력을 많이 할 것이다. 공무원 노조의 역할 중 예산 감시 운동만큼 국민들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본다. 예전 전국공무원노조 시절부터 정부의 예산분석을 해보려 했지만 워낙 방대하다. 사실 국회에서도 못 하고 있다.

5월에 정부 예산 초안이 나오면 공무원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고 지적할 수만 있어도 나라가 바뀔 것이다.

지자체에 대한 감시와 SOC 부분에 대한 예산감시도 해야 한다. 옛날에는 건설경기를 살리면 일용 근로자가 많아 낙수 효과가 있었다. 지금은 전부 기계로 하기 때문에 낙수효과가 없다. 사회복지나 알찬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조합원 중심, 실력 있는 정책노조, 국민의 노조를 만들어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