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문제는 풀렸다. 이제는 노사문제만 남았다.
노노문제는 풀렸다. 이제는 노사문제만 남았다.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10.0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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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
기한 명시한 단계적 복직 수용 요구
[사람] 김득중 쌍용차지부장

1월 21일, 쌍용자동차는 해고자복직, 손배 가압류 철회, 쌍용차 정상화, 26명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지원 대책 등 4대의제를 정하고 노노사 3자 실무교섭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창근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과 함께 굴뚝농성을 시작했던 김정운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실무교섭을 위해 굴뚝에서 내려왔다. 노사가 대화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8월 6일 합의 이후 65개월만이었다. 8.6 노사합의에는 회사 경영이 정상화되면 무급휴직자들을 복직시키겠다고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65개월만에 재개된 교섭에는 기업노조인 쌍용자동차노동조합까지 참여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듯 보였다. 하지만 8월 31일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다시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교섭 재개하고, 8개월이 지났는데 187명의 해고자 복직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고 있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1월 29일을 시작으로 실무교섭과 본교섭을 병행해서 진행해 왔는데, 회사가 이런저런 이유를 많이 댔다. 3월에는 대표이사가 교체되면서 인수인계를 하면서 한두달이 지나갔고, 공장 내 임금교섭이 시작되면서 해고자복직 문제 논의가 지연되는 측면이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회사가 당시 인원 수급에 대한 계획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 교섭이 시작될 당시 인원 충원계획이 없었다는 의미인가?

“그런 것은 아니고, 1월에는 노사가 해고자 문제를 풀어보려는 의지를 가지고 대화를 시작했었다. 그이후 회사가 이야기 했던 것은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경제 사정 등이었다. 쌍용차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의 수출 비중이 컸는데, 그쪽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수출이 차단되어 버렸다. 작년 전체 생산물량 중 수출의존도가 65%, 내수는 35%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문제를 떠나서 노노사가 별도의 테이블에서 해고자 문제를 논의하고 빨리 해결하자는 데 뜻을 모아 4대 의제를 확정했는데, 진행이 더디게 된 온 것이다.”

최근 티볼리가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데, 해고자들 복직시키기에 회사가 아직 충분하다고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인가?

“해고자들을 복직시킬 여력은 있다고 본다. 티볼리가 월 7천대씩 팔리고 있다. 다른 차들이 안 팔리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상황을 보면 인원수급이 불가피하다. 설비가 한정되어 있는데 주문은 밀려드니, 현재 시설공사 중이다. 올 3월 없었던 시설 비용이 인준됐고, 178억 원 예산을 추가해서 하기 휴가때 공사를 한번 했고 추석연휴에 추가 공사를 할 예정이다.

4대의제 중에 유가족 지원 방안이나 경영정상화에 대한 논의는 진척이 있었다. 유가족 지원은 사측에서 지원방안을 만들어서 제시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논의도 해왔다. 이제 2가지 의제만이 남은 거다.”

투쟁하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을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공장 안 사람들과의 문제도 지적된 적이 있는데, 지금 관계는 어떠한지?

“파업 직후에는 관리자들의 현장 통제가 심했고, 공장 앞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면 받지도 않고 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2013년 480여 명의 무급휴직자들이 들어가면서 그런 것들이 많이 완화됐다. 그리고 우리가 국회 청문회부터 단식, 고공농성, 오체투지 온갖 투쟁을 다 해봤지만, 안해 본 게 있다는 생각을 들더라. 공장 내 동지들의 마음을 얻는 거였다. 그래서 대한문 분향소 정리하고 평택으로 내려왔다. 2013년 겨울, 매주 수요일 아침 해고노동자들이 직접 김밥을 싸서 천원에 팔았다. 제일 처음 400줄을 쌌는데 20분도 안 되서 다 팔렸다. 원래 다 팔면 40만원 수입인데, 돈은 7~80만원씩 들어왔다. 많이 쌀 때는 900줄까지 말아봤다. 수익금을 모아서 공장 가족들 초대해서 토크콘서트도 개최했다.

지난해는 공장 안 동지들과 화해와 치유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원래 사측에서 공장 내 사람들이 좀 해고자들을 불편해 한다는 이야길 해왔는데, 지난해 말부터 그런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그만큼 노노간의 관계도 많이 좋아 졌다. 지난해 5월에는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을 위한 서명활동을 해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도 얻어 냈다.”

쌍용차노동조합은 교섭 체결하고 위원장 선거 국면에 들어갔다. 김규한(쌍용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 집행부 임기가 9월이면 끝나는데, 집행부가 바뀌면 교섭이 또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속도감 있게 논의하려고 노력 중이다. 얼마 전 교섭에서는 쌍용자동차 이미지 개선을 위한 PT를 준비해서 발표했었다. 아직도 쌍용차에 대한 죽음의 공장, 정리해고 이미지가 남아있다.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고 침체되어 있는 내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복직 문제를 해결하고 7년의 과정동안 만나온 시민단체, 종교계,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쌍용차 서포터즈를 구성하면 지금보다 더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냐, 해고 노동자들이 그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올초 교섭 시작할 때 쌍용차노동조합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굴뚝농성 당시 김규한 위원장을 먼저 만나서 이야길 나눴고 그 다음 사측을 만나 의제를 확정했다. 기업노조의 역할이 컸는데, 9월 말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우리도 속도를 내려고 한다.

하지만 사실상 회사에서 결단을 내려주지 않으면 어렵다. 원래는 전원 일괄 복직을 요구하다가 최근에 복직 시기를 명시한 단계적 복직안을 회사에 제안했다. 그래도 진척이 없으면 인도 원정 투쟁을 계획해서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이다”

김득중 지부장을 인터뷰한 것은 단식농성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이날도 지부는 8월말 해결을 목표로 실무교섭을 진행했었다. 교섭에서 문제가 된 것은 회사는 8.6합의서를 검토 중인데 해고자들이 복직되면 1,600여 명의 희망퇴직자들이 소를 제기할 수도 있는 법적인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지부는 따로 법적 자문을 받아본 결과 희망퇴직자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지부가 요구한 ‘기한이 명시된 단계적 복직’ 요구에 대해 사측은 단계적 복직은 수용하되 기한을 명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노사가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렇게 당초 목표한 8월 말 해결은 이미 기한을 넘어섰고, 쌍용차지부는 다시 투쟁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