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특성 외면한 정책 밀어붙이기
사업장 특성 외면한 정책 밀어붙이기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5.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금피크제 도입, 턱걸이 가결…이후가 문제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 앞두고 선택과 집중
[사람] 여인철 남동발전노조 위원장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관련한 노사정 논의가 진행됐던 것과는 마치 별개의 사안인 것처럼,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계획은 차곡차곡 진행 중이다. 지난해 1단계 정상화계획 때와 마찬가지로 공공부문 노동계는 이를 저지하고자 하지만 뾰족한 수를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발전회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사안은 6개 회사가 마무리되었다. 여인철 남동발전노조 위원장에게 임피제 도입 논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뒷 이야기를 들었다.

임금피크제 도입까지 그 과정은 어땠나?

“6개 발전회사 중 근로자 과반을 점하지 못한 두 개사에서는 회사가 노동조합을 젖히고 개별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받고 설명회를 열어서 제도를 도입했다. 눈에 다 보이진 않겠지만 당연히 그 과정에서 압력을 가했을 거라고 본다. 나머지에서는 노조가 제도 도입 협의에 참여했다. 한수원과 서부발전은 올해 임금교섭까지 같이 붙여서 합의를 이뤘고, 남동발전의 경우엔 임금피크제 도입 사안만 단독으로 떼어서 조합원 찬반을 물었다.

정확하게 51%의 조합원이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한 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 내용은 기존 정년 58세부터 2년 동안 60%씩 감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조합원들의 총의를 묻는 과정에서도 과연 가부간에 어떤 결론이 날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집행부 입장에선 안팎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조합원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설득이나 홍보라고 말하긴 좀 그렇다. 정확하게 현재 상태에 대해서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였다. 집행부가 회사와 교섭을 진행하고 도출안을 바로 조합원 찬반투표를 부쳤어도 되는데, 중간에 다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어쨌든 사안이 중대하니까.

정부가 막무가내식의 정책을 밀어부칠때, 사실 원칙적으로는 공공부문 노동계가 대동단결해서 이를 막아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단계 정상화계획 때 어땠나? 남동발전의 경우 방만경영과 관련한 합의를 마지막까지 버텼지만 별 수 없었다. 그때 정말 너무 힘이 들고 도망가고 싶더라.

올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정부는 임피제와 퇴출제, 성과연봉제를 올해 들고나올 거라고. 노동조합이 선택과 집중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출제와 성과연봉제는 도저히 노동조합이 받을 수 없는 사안이다. 위원장뿐만 아니라 대의원들도 모두 자리를 걸고 이걸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최대한 득이 되는 교섭을 해보겠다고 했다.

통상 찬반투표를 통해 조합원 총의를 물을 때에는 각 사업소별로 개표를 진행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두 한 데 모아서 종합개표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왜냐하면 제도도입과 관련해 각 사업소마다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에 대해서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원 개개인이 생각하는 찬성과 반대 의사를 정확하게 투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자는 거였다.”

공기업 특성상 인건비와 정원에 여지가 없다.

“그렇다. 인원하고 임금은 정말 운신의 폭이 없다. 정부는 정년이 늘어난만큼 정원은 더 주고 있다. 하지만 재원은 알아서 하라는 거다. 결국 고참들의 임금을 깎아서 맞추라는 거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임금피크제도 그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이미 제도를 시행하는 사업장들도 있고. 문제는 각 사업장마다 특성에 맞게, 재량껏, 노사가 협의해 제도를 도입하든 시행하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면 남동발전에서는 해당 인원이 50명 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남동발전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약간 많긴 하지만, 직원들의 연령 쏠림 현상이 크진 않다.

그 얘긴 지금까지 그래도 꾸준히 신입 충원이 있었다는 거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분사될 때와 비교하면 발전량이 두 배가 늘었다. 그만큼 발전소를 많이 지으면서 인원이 계속 늘어났던 거다.

정부의 정책은 각 사업장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준을 딱 정해놓고 무조건 거기에 맞추라는 거다. 60세 정년을 기준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라고 하는데, 이미 기존에 정년이 60세 이상이었던 사업장은 대체 왜 다시 제도를 뒤집어야 하나? 건 청년들을 위한 정책도 아니다. 누군가가 회사를 다니고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사회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