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복마전’ 농협중앙회, 개혁될 수 있을까
비리 ‘복마전’ 농협중앙회, 개혁될 수 있을까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10.0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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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1, 2, 3기 회장 구속, 4기 최원병 회장도 수사 중
‘농협을 조합원의 품에’ 개혁 요구 거세

언론이 농협중앙회의 각종 비리로 연일 뜨겁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과 그 측근의 비리에 더불어 이번 국감에서는 농협의 ‘관피아’화와 고액연봉, 방만경영과 금융사고 급증, 일감 몰아주기까지 온갖 문제점이 드러났다.

농협중앙회의 문제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민선이후 모든 회장이 비리에 연루되는 진기록이 나오는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과 FTA 등으로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농협 구조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 장원석 기자 wsjnag@laborplus.co.kr

역대 민선 회장 모두 비리에 연루

농협중앙회는 1988년 민선 체제로 변경되었다. 이후 27년 동안 4명의 회장이 농협중앙회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들 회장들의 말로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초대 회장인 한호선 전 회장은 1994년, 4억 8천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선거 출마자들에게 제공하거나 개인적 용도로 유용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한 회장의 뒤를 이은 2대 회장 원철희 전 회장도 재임기간 중 6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 이 중 3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되었다. 3대 회장인 정대근 전 회장도 다르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은 2006년,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매각 과정에서 3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구속 이후에도 세종증권 인수, 농협의 자회사 휴켐스 매각에 개입해 수십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현 농협중앙회 회장인 최원병 회장은 혐의가 더욱 다양하다. 지난 7월 말부터 검찰은 최원병 회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농협중앙회가 리솜리조트에 대한 특혜대출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이다. 리솜리조트는 2014년 12월을 기준으로 자본금 3,224억 원, 부채 3,827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NH농협은행(구 농협중앙회)는 2005년부터 10년 동안 1,649억 원을 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리솜리조트가 농협중앙회장에 로비를 통해 특혜성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최원병 회장의 동생이 고문으로 있는 건축사무소에 농협의 자회사인 NH개발이 건축사무소와 관계자들에게 재하청의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공사대금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포착했다. 또한 지역조합장 재직 당시 아들을 농협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모집 요강을 바꿨다는 의혹까지 재기되었다.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문제도 있다.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900만 원짜리 안마의자가 달린 관용차와 자택 이외에 지급된 도곡동 고가 전세아파트, 공기업 기관장 연봉의 두배가 넘는 3억 6천만 원 연봉을 지적하며 “모범을 보여야 할 농축민 대표가 집·차·급여까지 너무 호사스런 혜택을 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가 더불어 최 회장의 측근마저 줄줄히 구속되면서 현재 최 회장도 역대 농협중앙회 회장들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최 회장이 구속되면 농협중앙회는 민선 1~4기 회장이 모두 구속되는 초유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

ⓒ 장원석 기자 wsjnag@laborplus.co.kr

농협 구조적 문제 심각, 개혁은 어떻게?

단순하게 회장 개인의 비리만 있다면 다행이지만 농협중앙회의 구조적 문제 역시 심각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농협의 ‘관피아’화도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우식 위원이 제출받은 자료에서는 농협 계열사 이사회에 금감원 출신이 8명, 국정원·재경부·행자부·감사원 등 관료 출신이 6명이나 이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이사는 농협중앙회 인사로 채워졌다. 또 빚이 109조에 이르는 농협중앙회의 임직원 86%가 9,000만 원 이상의 고액연봉을 받고 있는 것도 방만 경영으로 지적된 상황이다.

이렇게 농협 회장과 내부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중앙회장에 권한이 과다하게 집중된 것에 더불어 감시시스템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5년, 농협중앙회 회장의 연이은 비리에 농협법을 개정해 권한을 축소했지만 전반적 구조의 변화가 없었고 결국 회장이 원하는 대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전부터 농협의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는 컸다. 각 농협 노조들과 상급단체들은 지속적으로 농협 중앙회장의 조합원 직선제와 농협법 개정, 내부 감시시스템 개혁을 주장해왔다. 올해 3월에는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가 출범해 국회 입법과 국민서명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10월 하순에 농협중앙회장의 비상임 명예직 형식에 대한 대대적 공청회를 열 예정”이라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신정훈 의원이 발의한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중앙회장의 역할, 기능, 견제장치의 재조정이다. 근본적 구조의 변화 없이는 2005년 농협법 개정과 같이 수박 겉핥기식 처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1~4기 회장이 대부분 정권교체 이후 비리로 퇴진했다는 점에서 농협중앙회가 민선체제로 형식상 관치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년 1월 12일 있을 예정인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