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을 중심에 두고 다시 서야 할 때
투쟁을 중심에 두고 다시 서야 할 때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11.03 09:39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부장 밑에 있는 위원장?
대안 가지고 기업지부 설득해 나갈 계획
[사람]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

“나 혼자 금속노조를 올바로 세운다는 것은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당선의 기쁨보다는 어떻게 금속노조의 힘과 지혜를 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정신이 없는 요즘이다.”

공식임기를 시작한 지 2주가 채 안 된 시점에 만난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금속노조의 현재 상황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도장만 찍어주는 이가 된 금속노조 위원장, 관료화된 금속노조, 자신들의 요구안 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조합원들 등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형식의 굴레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15만 조합원들을 설득해 나가는 것을 이번 임기의 과제라고 생각하는 김상구 위원장을 만났다.

설득을 할 줄 아는 위원장이 되겠다

금속노조 위원장이라는 위치가, 예전에 기아자동차지부장에 당선되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일 것 같다.

“단독 후보로 출마해서 당선이 된 것이기 때문에 당선의 기쁨을 느끼진 못했다. 지부에 있을 때보단 뭔가 답답하고 마음에 큰 벽이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금속노조에 대한 우려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교섭이나 회기 문제, 금속노조와 현장과의 괴리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장의 의견이 반영 안 되는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속노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다 드러나고 다 알고 있는데 해결방안에 있어서 힘과 지혜를 모아내지 못했고 결과가 없는 상황이라 안타까운 심정이다.

기업지부에 있을 때는 같이 오랫동안 활동하던 사람들이 올라가서 집행을 하기 때문에 지부장 의견이 어느 정도는 통하는 면이 있는데, 금속노조의 위원장직은 또 다른 것 같다.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닌, 반대하는 사무처 간부들에게 왜 그 사업이 필요하고 어떻게 같이 해 나가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금속노조에 대해 중앙을 슬림화 하고 지부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데, 이에 대한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금속노조를 혁신하려면 사무처 개편도 대대적으로 하고 사업도 전략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역할의 중심에는 사무처 간부들이 있기 때문에 인사 때 상담을 하면서 최대한 의견을 들었고 그것을 반영해서 인사 발령을 냈다. 상담을 하면서 8기까지 진행된 사업에 대한 평가를 들었고, 정책기획실을 정책실과 기획실로 분리했다. 노동연구원과 정책실이 너무 현안에만 몰두하다 보니 금속노조의 미래전략적 사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조직 개편을 했다. 그리고 노동연구원장직이 오랫동안 공석이었는데 채용을 진행했다.

중앙을 슬림화 하고 지부로 내려가라는 구호에 대해서는 인선할 때 많은 요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사업장 수도 많고 투쟁하는 곳이 많아서 일손이 부족한 편이다. 이번 인사에서 지방으로 지원한 간부들이 있긴 했는데 발령을 내진 않았다. 위원장이 공약을 후퇴시킨 것이긴 한데, 막상 올라와서 보니 집행 비용도 많이 들고 그렇기 때문에 합당한 사업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통과되기가 어렵다. 일단 한 번 내려가면 활동 거점도 마련해야 하고 활동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 구체적인 사업계획 없이 내려가면 2년 동안의 시간이 아무 의미가 없는 거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업계획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해 미비실 인원도 늘렸다. 미비실의 사업계획에 따라 지역으로 파견을 보내고, 지역 활동가들을 현지에서 채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지역활동 강화를 꾀할 예정이다.”

산별노조운동에 대한 새로운 전망 논의해야

첫 번째 공약으로 ‘한 번을 싸워도 제대로 싸우는 금속노조’를 내세웠는데, 올해 이뤄진 ‘노동개악 저지’와 관련한 금속노조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날짜별로 사업을 배치하듯이 투쟁을 그렇게 배치하는 것은 형식적이다. 평소에 현장에서 많이 지적된 부분이다. 임단협 시기에 맞춰 일정을 배치하고 그러다 보니 쟁의권이 있느냐 없느냐가 투쟁할 때마다 문제가 된다. 그럼 임단협 안 끝난 곳만 투쟁을 할 것인가? 임단협과 연동해서 일정을 세우다 보니 제대로 된 투쟁을 할 수가 없고, 이것이 너무 관성화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총파업을 결정했으면 이에 집중해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조직화 방안, 교육, 선전 활동이 다 떨어져 있다. 그냥 총파업 날짜에 맞춰서 집회만 배치한다. 지역 간부들을 만나보면 1년에 많게는 200회 이상 적게는 120회 이상 간부들이 집회, 기자회견을 다닌다. 최소한 일주일에 2번, 많으면 3~4번. 그러니 실질적으로 교육하고 선전하고 조직하는 문제는 이미 사업의 뒷전으로 밀린다.

나는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정치파업으로 본다면 그것에 맞춰서 준비하고 싸울 태세를 갖춰야 했다고 생각한다. 설사 그 한 번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그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는 투쟁을 만들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했는데, 지금은 너무 현장과 동떨어진 투쟁과 평가가 이뤄진다. 총파업을 했다고 하지만 라인을 세우고 파업한 곳을 불과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것이 조합원들에게 설득력이 있겠나. 일정에 맞추다 보니 결국 각자 요구안 가지고 임투를 한 것이지, 15만이 투쟁했다고 하는 것이 너무 형식적인 평가를 해 온 것 같다.”

투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금속노조의 새로운 전망으로 제2의 새로운 산별노조운동을 내세웠는데, 그 의미와 구체적인 방안은?

“산별노조의 설계에 대해 새로운 전망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20년 전에 금속노조에서 산별을 설계했던 것, 초기 목적에 맞게 잘 실행해 왔는지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7, 8기 때 토론을 했지만 결정은 못했다. 내가 봤을 땐 초기의 산별노조 설계대로 온 조직은 아무 곳도 없다. 오히려 산별이라 부르기 어려워진 것이 지금이다. 그래서 새로운 전망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공약에서 업종을 꺼낸 이유는 노동조합은 투쟁체이기 때문이다. 조선, 자동차, 철강은 현장의 필요에 의해서 뭉치고 있는데 산별은 분과라고 만들어서 형식적인 회의만 진행한다. 현재 조선을 보면 금속노조 사업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같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금속노조 내에서 분과회의에 오라고 하면 과연 올까? 이는 우리가 현장의 요구를 따라가고 있지 못한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도 동일 자본끼리는 모이고 있지만 결국은 기업별이기 때문에 이를 뛰어 넘어서, 완성3사, 부품사까지 모일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식 산별노조는 투쟁하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균형을 잡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앙의 힘과 권한을 강화하는 순간 관료화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금속노조는 위원장에게 권한은 몰려 있지만 힘을 행사하지는 못하는 체계이다. 결국은 금속노조가 힘이 없어지는 것이다. 금속노조 조합원은 15만을 넘어섰지만 중앙교섭의 적용을 받는 조합원은 18,000명이다. 금속노조가 지부장 힘의 밑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중앙교섭 폐지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높다. 기업지부 해소 건이 유예를 거듭하고 있는데, 기업별을 넘는 교섭과 투쟁 체계에 대해 열어놓고 토론하고 방법을 찾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안을 가지고 지부를 설득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교섭은 요구안 자체가 했던 내용이 반복되는 것이고 자신들이 적용받지 않으니 관심에서 멀어지고, 교섭이 이중체계이다 보니 대표자들도 힘들어 한다. 하지만 기업지부를 뛰어넘는 교섭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중앙교섭에 대한 여러 논의도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이다. 기업지부를 넘어서는 투쟁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대안을 가지고 기업지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첫 번째가 되지 않고서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체 비정규직 아우를 수 있는 사업 진행해야

노사정 합의에서 기간제나 파견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제조현장에 미칠 영향력이 클 것 같다.

“자동차만 예를 들어도 상당하다. 자동차는 직·간접생산공정도 있지만 그 외 안전관리, 시설관리, 주철, 경압, 구리특수합금, 설비유지 등도 있다. 파견이 허용되면 다 외주화 될 것이 뻔하다. 공장이 넓기 때문에 시설을 관리하는 파트가 많다. 기계설비 관리나 안전관리는 365일 관리해야 하는 부분인데, 이런 부분들에 파견이 허용되면 조합원들이 거의 다 나간다고 봐야 한다. 뿌리 산업에 대해 파견이 확대되면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노사정 특위 2기가 논의를 시작했지만 거기에 기대하지 않는다. 앞으로 국회에서 입법화 할 것이냐,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냐가 관건인데, 우리가 열심히 투쟁을 한다면 법 개정을 미룰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대비하는지가 중요하다.”

기아차지부 화성지회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인권위가 이사하면서 용역들이 농성장 침탈 시도까지 벌였는데 어떤 논의가 진행 중인가?

“날씨는 추워지고 있는데 기아차지부가 현재 선거에 들어가서 교섭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분회장을 만나서 무엇을 도와줄 것인가 이야기해도 실질적으로 도와줄 내용이 없었다. 집회를 도와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돕는다는 것이 투쟁과 교섭을 통해 성과를 낸다는 의미인데 교섭위원이 없으니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집행 당사자들은 굉장히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이번에 합의한 인원이 전보다 더 올랐으니 성과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사내하청 문제는 불법이라는 인식에서 시작해야 하고, 해당 노동자 전원을 언제까지 채용할 것인가 하는 전망으로 접근해야 한다. 당장의 합의 인원이 얼마라서 잘했다, 못했다 식으로 접근하니 막상 사내하청 노동자 당사자들은 이해를 못한다. 채용 기준이 뭐냐고 물으면 답변을 못 한다. 기준이 없었으니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통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

사내하청 문제에 대해서 금속노조 내부적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는 방침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늦었다고 본다. 완성차 불법파견 투쟁은 마무리 되어 가고 있는 것이고, 이제는 근본적인 비정규직 문제를 가지고 투쟁을 해야 한다고 본다.

현대차의 경우는 촉탁직이 향후 문제가 될 것이다. 2년마다 해고하겠다는 건데 이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볼모로 더 안 좋은 자리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한 단계 내려가 부품사들을 살펴보면 비정규직들이 많다. 그 사업장이 금속노조 소속이지만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완성차들과 같이 비정규직들을 고용의 방패막이로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대나 기아를 욕한다.

금속노조의 비정규직 사업을 불법파견 문제로만 가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전체 비정규직 문제를 살펴볼 때라는 것이다. 물론 현장에 가서 이런 이야길 하면 불법파견 투쟁하는 조합원들이 굉장히 화를 낸다. 너무 형식적이다, 대안이 없다, 금속이 불법파견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등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촉탁직 문제가 또 불거지면 금속노조 사업장이기 때문에 가입을 받느니 안 받느니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다.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 받은 것과 당사자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 불파 투쟁을 이어온 것은 좋은 성과이다. 하지만 이것이 금속노조의 중요한 사업처럼 계속 가면 자기들밖에 모른다는 등의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전체 비정규직을 아우를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차도 그렇게 설득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