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공공성’ 점수는 어떻게?
공공기관 ‘공공성’ 점수는 어떻게?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11.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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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으로 판단하는 현행 공공기관 성과평가
본래 목적에 맞게 제도 수정해야
[사건]공공기관 성과평가

인사혁신처는 8월 3일 ‘방만경영 정상화’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한 공공기관 1차 정상화가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임금피크제 도입, 성과연봉제 적용 확대, 2진 아웃제(퇴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2차 정상화 대책을 추진한다. 한동안 가장 뜨거운 화두였던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는 사실상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이제 정부는 성과연봉제 확대와 퇴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개인에 대한 성과평과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공공운수노동조합
공공기관의 성과평과

공공기관의 성과평가는 ‘경영평가’로 이뤄진다. 공공기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장관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실적을 ‘경영목표와 경영실적보고서’를 가지고 평가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기재부장관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매년 평가기준과 방법을 정한 ‘평가편람’을 작성한다. 평가편람에서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자율·책임경영체계 확립과 공공성 및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대국민서비스 개선’이 경영평가 제도의 목적이라 밝히고 있다.

평가는 기관이 제출한 경영실적보고서를 기본으로 ‘경영관리’와 ‘주요사업’의 2가지 범주로 나눠 이뤄진다. 범주에 따라 세부 항목을 평가하는데 ‘계획’부터 ‘활동내용’ 그리고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 ‘성과’ 여부와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각각의 지표로 활용해 판단하는 것이다.

각각의 세부 항목에 대한 평가내용 역시 자세히 분류돼 있는데, 이는 비계량·계량의 항목으로 나눠져 있다. 예를 들면 전략기획에 대해 ‘민간부문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의식·관행·제도 등의 불공정한 사항들을 개선하며, 사회공헌 활동, 균등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과 성과는 적절한가?’ 등의 항목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정확한 값을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비계량 항목에 속한다.

일부 항목은 정확한 수치를 바탕으로 일정한 계산식을 이용해 나온 결과 값을 이용해 평가한다. 예를 들면 업무효율을 평가하면서 ‘노동생산성, 사업수행 효율성, 자본생산성, 부가가치율’ 등을 지표를 활용하는데 이를 측정하는 계산식이 정해져 있다. 이를 계량 항목으로 분류한다.

물론 앞서 예로든 평가 항목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통한 비계량·계량 항목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점수를 부여해 경영실적을 판단하는 것이다.

현행 경영평가, 많은 부분에서 논란

경영평가는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됐다. 평가단구성, 평가항목, 평가방법, 평가목적 등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지적됐다. 현행 경영평가가 공공기관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경영평가는 공운법에 따라 기재부장관이 구성하고 위촉한 ‘경영평가단(평가단)’에 의해 진행된다. 2015년에는 대학교수, 공인회계사, 노무사 및 각계 전문가 등 162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을 꾸렸다. 여기서 평가위원의 공신력, 전문성, 대표성 부분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평가단을 사실상 기재부에서 구성·관리하기 때문에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평가단 구성뿐만이 아니다. 평가 항목에서도 문제는 계속된다. 재무예산 성과 지표 중 부채감축달성도 항목은 기관이 얼마나 부채감축을 위해 노력하였는가를 반영한다. ‘사업조정, 경영효율화, 자산매각, 수익성확대, 자본확충’ 등을 통해 부채를 줄여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평가에서는 주요사업에 대한 계획 수립과 집행 실적, 성과 등을 반영한다.

주요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재정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채감축 항목과는 대치된다. 공공기관은 수익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보다 더 많은 지출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 결국 현행 경영평가 항목에 따르면 돈은 쓰지 않으면서 사업성과는 내야하는 모순적 상황에 빠지게 된다.

또 다른 문제가 비계량 지표 평가에 대한 신뢰성이다. 계량지표의 경우 계산된 수치를 바탕으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비계량 지표는 다르다. 평가단의 구성도 기재부가 하고 있기 때문에 비계량 지표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제도 폐지? 아니면 전면 개정?

그렇다면 공공기관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것은 기존 평가제도의 폐지다. 공공기관의 자율·책임경영체계 확립을 위해 경영평가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공공기관을 수족처럼 부려먹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경영평가를 이용한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조기에 도입한 기관은 경영평가에 가점을 주고 미도입 기관은 감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앞에서 말한 평가단의 독립성, 평가항목, 객관성 등의 문제점도 노조가 공운법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다. 경영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평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대안은 공운법 48조(경영실적 평가)의 전면 개정이다.

평가단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기재부가 아닌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구성·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평가위원 선발도 각 직능단체의 추천을 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운위가 기재부장관 산하 기구이기 때문에 평가단을 공운위 관리에 놓는 것만으로는 독립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결국 공운법의 전반적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공공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기준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기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공공성 확보이기 때문에 평가에 공공성 지표를 마련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동조합
공공기관의 ‘성과’는 무엇인가?

현행 경영평가의 기준은 ‘성과’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관이 눈에 띄는 실적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4월에 있었던 서울대학교병원의 파업은 병원이 성과를 추구하면 어떤 상황이 생길 수 있는가 보여준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는 병원의 ‘전 직원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해 파업에 들어갔다. 분회는 병원이 성과를 올리기 위해 환자에게 진료비를 더 받았고, 저질재료를 사용해 비용을 줄였다고 주장했다.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병원이 수익만 추구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병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2014 경영평가 우수사례’를 보면 경영관리 부문 사례 중 많은 내용이 기관의 재정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매출 7,600억 원 달성, 부채 2.93조 원 감축, 영업흑자 2,900억 원 달성, 매출액 증대 등등의 사례가 경영평가의 우수사례로 꼽히는 것이다.

이 같이 재정적 지표가 현행 경영평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의 목적이 상실되고 왜곡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은 ‘공공성 확보 정도’를 경영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10월 1일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동료 의원 9명과 함께 공공기관의 공공성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공운위 임원을 선정할 때 민간위원 자격요건을 법률에 명시하고, 노동계 및 시민사회단체의 인사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도록 했다. 또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 및 회의록을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등 공운위의 운영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

경영평가와 관련해서도 평가단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 규정하도록 했다. 공공성 확보 정도를 평가의 기준으로 명시해 공공기관이 ‘본래 목적에 충실하게’ 운영돼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공공운수노동조합
목적에 맞는 평가가 이뤄져야

그렇다면 ‘공공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해야 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공성 가치는 명확하게 가늠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공성 가치를 재무적으로 환산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2010년 7월에 나온 사회공공연구소의 ‘공공기관 혁신을 위한 대안평가틀 개발 연구’ 보고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SRI), 사회적 투자수익률(Social Return On Investment; SROI), 공공가치(Public Value) 모델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실천과 사회·환경에 대한 투자에 가치를 부여하고,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조직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통합하여 공공성 가치를 측정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공성 가치를 측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평가는 공공기관의 자율·책임경영체계 확립과, 공공성 및 경영효율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대국민서비스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공기관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평가의 주목적이다. 하지만 지금의 경영평가는 정부정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서비스의 보편적 제공’이라는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수익적 성과’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경영평가가 오히려 공공기관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강갑용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경영평가가 평가를 하는 본래 목적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의 성과는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이익을 돌려주는가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