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에서 질 수도 있지만 책임져야 한다
투쟁에서 질 수도 있지만 책임져야 한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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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선 정치상황 활용해 교섭·설립신고 풀어갈 것
임기 동안 성과 안 나도 교육 치중하겠다
[사람] 김주업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지난해와 올해 진행된 공무원연금 투쟁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공무원연금 투쟁의 한 축이었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서는 현직(탈퇴 당시를 기준으로) 위원장의 탈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뿐만 아니라 탈퇴한 전 위원장은 새로운 공무원노동조합을 설립했고, 전국공무원노조 소속의 지부들 중 일부가 새로운 노조에 합류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긴급하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조기선거를 통해 혼란을 수습하기로 했다. 그렇게 진행된 선거에 김주업-박중배(위원장-사무처장) 후보조가 단독 입후보했고, 지난 10월 14, 15일 이틀 동안의 선거를 통해 제8기 임원으로 선출됐다. 신임 김주업 위원장은 당선증을 받은 10월 16일부터 바로 임기를 시작했다. 제8기 임원의 임기는 오는 2018년 2월까지이다. 제8기 임원 중 부위원장단은 향후 치러질 대의원대회를 통해 선출된다.

김주업 위원장으로부터 앞으로 2년간 어떻게 전국공무원노조를 이끌어갈지 들었다. 인터뷰는 임기가 막 시작된 지난 10월 19일에 진행됐다.


통합지도부 구성으로 혼란 수습

공무원노조가 매우 어려운 가운데 당선됐는데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린다.

“감옥 갈 각오로 임하고 있다. 독재정권인 현 정권 아래서 협상이나 양보, 그 외의 호의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투쟁밖에 없다. 얼마 전 연금도 삭감 당했는데 연이어서 퇴출제를 밀어붙이는 것만 보더라도 지금 우리에겐 투쟁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역량이 있어야 투쟁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내부를 하나로 모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각 의견그룹들에 임원과 실장급을 포함해 통합적 지도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제 진영과 논의해서 후보를 추천받게 할 생각이다. 그렇게 하나로 모아나갈 것이다.

대중조직에는 공식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있다. 결정은 이 구조를 통해서 하겠지만, 의견을 모아나가는 과정에서는 활동가그룹들의 의견을 수시로 들어서 의견을 좁혀갈 생각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투표율 걱정을 많이 했지만, 현장의 간부와 조합원들이 굉장한 탄압을 뚫고 투표해 주셨다. 믿을 건 조합원밖에 없다. 조합원의 힘을 믿고 열심히 활동하겠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또 조합원들의 고민을 이후 노동조합 활동에 어떻게 녹여 낼 생각인가?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한 애정이 많다는 걸 확인했다. 노동조합의 위기상황을 걱정하면서 박근혜 정권 하에서 순탄치 않을 것인데 슬기롭게 잘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내부적으로도 조직을 빠르게 화합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많았다.

그리고 내가 전국회의라고 하는 활동가그룹에 속해 있기 때문에 정파적인 이해관계가 전국공무원노조의 이해관계보다 우선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그렇게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또 연금도 삭감되고 노동조건도 후퇴한 상황인데 퇴출제 같은 부분을 잘 막아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5, 6급 근속승진 문제나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 노동기본권 등 10대 과제도 차근차근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많았다.

이런 고민을 조합 활동에 어떻게 녹여 낼 것인지 큰 틀로만 말씀드리면, 통합지도부를 빠르게 구성하고, 선거과정에서의 이견은 소통으로 해소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소통의 부재에서 생기는 문제가 굉장히 많다. 단편적인 사실을 일반화해서 규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고, 사실관계가 아주 다른 경우도 있다. 이런 게 다 소통의 문제다. 가능하면 사무실보다는 현장에 많이 내려가서 내부를 모아가겠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방식이라도 전체 조합원이 참여할 수 있는 투쟁 사업을 개발하고 배치해서 전체가 같이 움직이게 조직을 운영하면서 힘을 키워갈 생각이다.”


묘수는 없다… 대화와 공동투쟁으로 동질감 회복

현재 전국공무원노조가 처한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진단하는가?

“내외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외부적으로는 전국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탄압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그게 근본적이라고 보진 않는다. 전국공무원노조가 탄압으로 무너진 적도 없을 뿐더러 어렵고 힘들겠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근본적 원인은 내부적인 문제일 텐데, 서로에 대한 불신이 있다. 이것을 해소하는 것은 사업과 진정성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겠지만, 서로 소통하고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보니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벽도 있고, 사실과는 다른 왜곡과 편견도 너무 깊었다. 모든 문제와 현상을 정파라는 프레임으로 보려 한다. 그런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통의 부재라는 진단이 지금까지 계속됐지만, 여전히 문제로 지적될 만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다.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한 번에 해결되리라 보지는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 활동가그룹에 대해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정말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활동가그룹 간 수련회 등을 통해 방향이나 노선 등에 대해 서로 토론도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의견그룹 간에 잦은 만남과 활발한 소통이 필요하다. 특별한 묘수는 없는 것 같다. 활동가그룹들의 차이는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시각차이다. 노동조합 운영에 대해서는 그렇게 이견이 크지 않다. 현안문제에 대한 공동투쟁을 통해서 동질감을 느껴야 할 것 같다.

우선 나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나부터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안 된다고 사업 집행을 해태하거나 협조를 안 하거나 하지 않아야 상대방도 마음을 열 수 있을 것 같다.”

공무원연금 투쟁, 마무리가 문제였다

공무원연금 투쟁의 과정을 전국공무원노조의 입장에서 평가해 달라.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조직의 혼란도 공무원연금 투쟁에 대한 평가를 놓고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성과라고 보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고 보기도 하지만, 아직 전국공무원노조의 공식적인 평가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괄적으로 말씀 드리면 공과 과가 다 있었던 것 같다.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전술도 훌륭했는데 투쟁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순탄치 못했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투쟁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평가단을 통해서 공식적인 평가를 내겠다.”

공무원연금 투쟁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전직(탈퇴 당시에는 현직) 위원장이 탈퇴해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공무원연금 투쟁을 할 때 현장에 있는 지부장들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누구보다 이충재 전 위원장이나 김성광 전 사무처장이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조직에서 공식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통해 투쟁의 과정을 어떻게 가져가고 궁극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 둔 게 있었다. 백만 공무원과 수급자, 가족들까지 수백만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인데 최종 결정단계에서 조직의 결정을 얻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투쟁을 하다가 힘이 부족하면 질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고 조직과 같이 논의해서 가면 패배하더라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전술도 있었고 힘도 충분히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처리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자기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합의했다고 나오는데 안 했다고 하고 말 바꾸기를 하면서 사태가 커진 것 아닌가. 자기가 졌어야 할 책임을 깨끗이 졌다면 전국공무원노조에도 좋고 자신에게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 위원장의 탈퇴와 함께 지부들 중 일부가 탈퇴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조직 내부의 혼란을 추스르는 게 중요한 책무일 텐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큰 틀에서는 통합적 지도부를 구성하고 소통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현재도 불안한 상황이 다 걷혔다고 보지는 않는다. 탄압이 세지면 흔들리는 곳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빠르게 수습하는 게 당면한 과제다. 정당하지 않은 요구까지 다 수용할 수는 없지만 탈퇴한 지부들이 이야기하는 조직 내 혁신의 문제는 분명히 있다. 그런 지적은 수용해서 쇄신해 나가야 한다. 또 당면한 투쟁을 통해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안정화 시켜 갈 생각이다.”

전국공무원노조, 국민의 이익 위해 싸울 것

전국공무원노조가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별로 높지 않다. 전국공무원노조가 국민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공익에 반하기 때문이 아니라 어려서부터의 교육을 통해 노동조합에 대한 잘못된 시각이 뿌리 깊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파업 때는 민영화되면 국민들에게 피해가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많이 지지했다. 마찬가지로 전국공무원노조도 공무원연금 투쟁에서 공적연금 강화를 이야기했고 많은 지지를 받았다. 공적연금 강화는 단지 공무원연금을 지키기 위한 전술로 활용된 게 아니라 전략적 방향이었다. 공적연금이 강화돼야 거기에 포함된 공무원연금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공적연금 강화를 이야기한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가 특히 감당해야 할 몫은 국가의 법, 제도, 정책 등이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가치판단을 하고 싸워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창립의 주요 목적에도 나타나 있다. 그런 방향에서 민중행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은 더 고민해야 하겠지만 시기별로 나오는 사안, 예를 들면 국정교과서 문제 등에 전국공무원노조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또 국민연금 문제나 담뱃값 인상, 기업이나 부자들 감세 문제 등 각종 법이나 정책들을 잘 살펴야 하겠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예를 들어 임금을 체불한 기업들은 관급공사에 입찰하지 못하도록 조례를 만드는 문제 등을 고민하고 연구해서 하나씩 실현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법외노조라는 이유로 단체교섭권에서 배제돼 있다. 교섭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교섭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중앙 차원에서 교섭이 돼야 변하는 게 있을 텐데, 현재 구조에서는 안 받아주니까 교섭을 못한다. 투쟁을 통해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 문제도 교섭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교섭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논의 창구에 들어가지 않았나? 정부가 그냥 해준 게 아니라, 전국공무원노조가 투쟁을 통해 힘을 보여줬기 때문에 넣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2016년, 2017년 정치적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물론 힘이 바탕이 돼야 한다. 교섭 문제는 그렇게 풀어가야 할 텐데 지금 어떻게 될 거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예컨대 공노총과 서로 역할을 나눠, 전국공무원노조가 투쟁하고 교섭력을 만들어주면 공노총이 성과를 내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고민하고 있다. 설립신고 문제 역시 교섭 문제와 다르지 않다.”

지난 10여 년간의 전국공무원노조의 역사에서 강점과 약점은 각각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국공무원노조의 미래를 위한 초석은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가?

“강점은 우수한 인력이 많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우수한 인력들이 공무원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 숫자도 많다. 전국공무원노조에 가입된 숫자는 14만 명이지만 공무원이 백만 명이다. 양과 질에서 강점이 있다.

또 전국 읍, 면 단위에까지 전국공무원노조 조직망이 구성돼 있다. 그리고 14년간 중앙에서 결정된 사안을 집행하려고 하는 기풍이 있다. 역량이 안 돼서 못할 수도 있지만 되는 데까지 해보려고 하는 기풍이 있다.

약점이라면 청년층과 여성 간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다른 노동조합들과 마찬가지로 전국공무원노조에서 새로운 간부 양성이 잘 안 되고 있다. 그리고 잘 나가는 곳과 잘 안 되는 곳 사이에 편차가 심한 게 약점이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간부양성을 위한 교육 사업에 치중할 생각이다. 교육이 당장 성과가 안 나는 부분이기도 하고 현안 문제에 밀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장기간 교육이 안 되면 기반이 약해져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교육시스템과 물적 토대를 만들 생각이다.

내 임기 동안에는 성과가 안 나겠지만 교육을 통해 약점이었던 청년과 여성 간부들을 양성하겠다. 노동조합운동을 이어오면서 쌓인 민주노조의 원칙과 운영방식을 꾸준히 교육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