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여성 ‘애로사항’ 탐구
직장인 여성 ‘애로사항’ 탐구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11.03 10:01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매년 증가하는데
성 차이에 따른 불합리한 대우 여전히 문제
[사건]조직문화

올해 여성 임금노동자 비중이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맞벌이 가정도 늘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이제 회사에서 남녀 직원들이 함께 어울려 조직생활을 하는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남녀가 함께 일하기에는 불편한 점들이 존재한다. 여성 노동자들은 아직도 직장에서 성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나 여성이기 때문에 요구되는 역할 때문에 조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남성노동자들이 역차별을 경험하거나, 특히 여성이 많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우 여성 상사에 의해 불쾌감을 겪는 경우도 있다. 함께 일하기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 출처: 통계청

지난해 여성 임금근로자 최고치 기록

지난해 여성 임금노동자 비중은 75.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성 임금노동자 비중은 2006년 남성 임금노동자를 앞선 이후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최근 3년간 여성 상용노동자(상시 고용되어 있는 자)의 비중은 42.5%로 남성 상용직 51.4%에 비해 낮았다. 반면에 여성 임시직은 27.4%로 남성 임시직 14.1%에 비해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여성 노동자들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남성 노동자들 비해 낮고,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여성 노동자들의 비중은 남성 노동자들에 비해 높은데 이러한 구조가 더 고착화되기 전에 여성 일자리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해 취직에 성공한 여성 노동자들의 연령을 살펴보면 25~29세가 68.8%로 가장 높았고, 45~49세가 68%, 50~54세가 64.7%, 40~44세가 62.3% 순으로 높은 고용률을 보였다. 남성이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는 30~40대 사이인데 반해, 같은 연령대의 여성 노동자들은 30~34세 57.7%, 35~39세 54.9%로 다른 연령대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성의 초혼 평균 연령이 29.8세이고, 30~34세 사이에 출산율이 가장 높은 것을 감안할 때 30대 이후로는 결혼과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는 여성 노동자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교육정도별 취업자 수를 살펴보면 여성 취업자의 77.4%가 고졸이상이다. 대졸이상 취업자 중 전문대졸이 14.2%로 전년 14.7%에 비해 감소한 반면, 대학교졸 이상은 25.1%로 전년 23.6%에 비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 취업자의 과거 교육정도별 구성비 자료를 살펴보면 2012년까지는 고졸 취업자가 대졸이상 취업자보다 많았지만 2013년부터 고졸 취업자 37.6%, 대졸이상 취업자 38.3%, 2014년 고졸 취업자 38.1%, 대졸이상 취업자 39.3%를 기록하며 대졸이상 취업자가 고졸 취업자 비중을 앞질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에는 2009년부터 대졸이상 취업자가 고졸 취업자의 비중을 앞질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우리나라 여성의 고학력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추월하고 있지만, 결혼이나 육아 문제 때문에 노동시장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장시간노동 등 남성 중심 노동문화로 인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고, 여성의 고위직급화 제한 등 유리천장을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심한 말 한마디에 속앓이 하는 A대리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A대리는 직장생활 경력 8년차이다. 경력직으로 채용되어 마케팅 부서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다. 이직하기 전 직장은 외국계 기업이었는데 성희롱이나 성차별에 대한 회사 규정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문제는 없었다. 인사나 고과에 있어서도 여성 노동자가 차별받는다고 느끼지 못했고, 능력 있는 여성에 대해서는 인정해주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선배들 중에는 결혼을 하거나 출산을 하게 되면 일과 가정생활을 동시에 할 수가 없어서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A대리는 “여성이라도 일을 잘 하면 인정을 받지만, 군말 없이 야근을 하거나 군대처럼 상사에 대해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남성들은 가장의 역할을 하다 보니 회사에 올인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혼 여성들은 아이들을 돌보거나 집안일에 더 신경을 쓰게 되니 회의나 야근 등의 추가 근무를 하는 것에 제약이 많다. 상사들이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하는지를 보고 충성도를 판단하는 것 같아 뭔가 불합리하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장시간노동이나 충성을 강조하는 암묵적인 문화로 기혼 여성들이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고 매니저로 승진한 여성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A대리는 업무 관리에 있어서 여성 직원들을 이해해 주고, 여성 관리자로 성장하기 위한 경력관리 조언을 받는 것에 한계를 느꼈고 이직을 준비했다.

하지만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기쁨도 잠시, 이전 직장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문제에 마주쳤다. 업무 특성상 유럽이나 미국 등지로의 출장이 잦은데, 출장기간 내내 상사들의 돈 아니면 여자 이야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혔다고 한다. 출장을 간 6명 중에 A대리만 여성이었는데 남자직원들은 출장 내내 지나가는 여자가 예쁘다느니, 몸매가 어떻다느니 등의 이야기를 하며 괜찮은 여자를 발견하면 바로 옆 직원을 쿡쿡 찌르며 한마디씩을 던졌다. 이야기를 듣다 못한 A씨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안 되냐고 항의하자 왜 여자가 여자 이야길 하는 것을 싫어하느냐며 질투하는 것 아니냐는 대답만 돌아와 그냥 입을 닫고 말았다.

A대리는 “남자들끼리 있을 땐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도 상관없지만, 여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말할 때 조금만 신경을 써 주면 될 텐데 남자들이 많은 조직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할 때는 더욱 화가 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부서의 한 여성 대리는 아버지가 고위급 임원에 남편이 의사이니 육아휴직에서 복귀를 안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A대리를 타깃으로 한 쓴소리가 시작됐다. 그렇게 일 하는 게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는 말과 함께 A대리가 꼭 힘들게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냐는 질문까지 들었다. A대리의 남편 역시 주류업계에서 유명한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지방기업이라는 이유로 결혼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남편이 어느 직장을 다니는지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했다. 결혼을 할 당시에는 어디에 신혼집을 구하고 얼마짜리 집인지 집요하게 물어보는 상사들 때문에 한바탕 속앓이를 했었던 A씨는 다시 끓는 속을 가라앉혀야 했다.

한 중소기업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B씨는 보수적이고 상명하달식의 삭막한 분위기 때문에 아직도 회사에 적응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곳 역시 총 임직원 300여 명 중 200여 명이 남성이다. 입사 초기에는 남자직원들과 밥 먹는 속도를 맞추느라 소화제까지 챙겨 먹어야 했다. B씨는 “업무 배치에 있어 회사의 메인 업무는 남성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조직 내 여성 직원들의 지위가 남성보다 낮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남성 직원들이 많고 업무 배치에 있어 차별을 느끼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개방적으로 편안하게 바뀐다면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남성에 의한, 여성에 의한 성희롱도 문제

남녀가 함께 섞여 일하기 때문에 성희롱 역시 피할 수 없는 조직 내 문제 중 하나였다. 고용노동부는 직장내 성희롱을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함(남녀고용평등법 제2조제2항)’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미혼 여직원 C씨는 업무 도중 시선처리가 안 되는 상사 때문에 불쾌감을 느꼈다. 2~3초의 짧은 시간이지만 가슴이나 다리에 시선이 멈추는 것이 다 느껴지기 때문이다. 불편한 기색을 내 보여도 남자는 본능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자기들끼리의 농담으로 어영부영 넘어갔다. C씨는 “작은 조직이라서 그런지 관리자의 성향에 따라 분위기가 천지차이인데 관리자가 그런 태도를 보이니 부하직원들도 따라가는 것 같다”고 토로하며 “조직에 관리자급 여성이 많아야 남성 중심의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분위기를 못 견디고 나가버리는 여성들이 많으니 계속해서 문제가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여성들이 많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남성 노동자 D씨는 여성 상사한테 성적인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 D씨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총 임직원이 500여 명인데 30:70 정도의 비율로 여성이 많기 때문에 관리자급 여성들도 많다. 하루는 업무가 끝나고 부서 회식자리를 가졌는데 한 여성 상사가 애인이 없는 남자직원이 누군지 물었다. 여자 친구가 없던 D씨가 손을 들자 자기 옆에 앉아서 술을 따르라고 지시했다. D씨는 황당했지만 뭐라 차마 항의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D씨는 여성들과 일하면서 “여성이 남성보다는 배로 예민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남자들끼리는 신경 쓰지 않고 한 마디 하거나 행동했던 부분에 대해 여성들은 마음에 상처를 받거나 담아 두는 경우가 많았고, 그로 인해 일을 같이 함에 있어서 불편함을 느낀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같이 일을 하거나 인수인계 등을 하면서 대화를 나눌 때 언어 선택이나 어투까지 신경이 쓰였고, 특히나 접촉 등의 행동에 많이 신경 써야 해서 일에 집중하기가 오히려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울여성노동자회의 이부민 사무국장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성 차이에 대해 비롯되는 측면도 있지만 직장 내 권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부민 사무국장은 “서울여성노동자회로 걸려오는 삼당 전화 중에는 성희롱 상담이 주를 이루는데 주로 상사에 의한 성희롱 건수가 많다. 직장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도 노동부에 진정을 넣고 회사에 가해자 처벌까지 요구하는 것은 피해자 개인이 감당하기는 어려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이라는 곳이 상사와 부하라는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이 인정되고 가해자나 피해자 전환배치 등의 조치가 취해져도 오히려 피해 당사자가 조직 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가해자가 상사이기 때문에 동료들이 오히려 피해자를 불편해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기업일수록 성희롱 관련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사전 예방의 효과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성희롱 규정이 취업규칙에 없는 경우도 있어 가해자들이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예방 차원에서 취업규칙 등에 해당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지, 성희롱 예방교육이 실시되고 있는지 고용노동부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남녀가 같이 일하면서 겪는 문제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다양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급증하면서 양성이 함께 일하는 조직들이 많아지고, 세대가 젊어질수록 예전에는 참고 넘겼던 일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문제들이 가시화된다는 것이다.

취재에 응한 직장인들은 성숙한 조직문화를 위해 남녀가 성 차이를 인정하고, 남성이 여성을, 여성 역시 남성을 배려할 수 있는 조직생활이 습관화 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여성의 고용 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제도 마련과 더불어 여성을 배려해주는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