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의 시기, 조합원 고용안정 위해 노력할 것
내우외환의 시기, 조합원 고용안정 위해 노력할 것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11.0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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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협, 부족하지만 매각투쟁 위해 받아들였다
LIG투자증권 매각, 고용보장·발전가능 기업 전제돼야
[사람] 한만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LIG투자증권지부장

지난 2012년, LIG건설의 CP 사기발행 사건으로 인해 LIG그룹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과 사기대금의 변상을 위해 작년 말 LIG손해보험을 KB금융지주에 매각했다. LIG손해보험의 자회사인 LIG투자증권은 점포통폐합과 인력감축으로 지금까지 지속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설립한 LIG투자증권지부가 단협안을 체결했다. 부족했지만 더 큰 투쟁을 위해 수용했다는 한만수 LIG투자증권지부장을 만났다.

2014년 12월 지부설립 이후 이번 10월 20일 단협 조인식을 하게 되었다.

“우리 회사는 몇 년 동안 매각과정에 있었다. KB금융지주로 LIG손해보험이 넘어가기까지 우리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왔다. 악화되는 시장 상황을 명분삼아 사측은 점포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12개에 이르던 점포는 2014년 지부설립 당시 여의도, 강남, 대구, 청주 4개까지 줄어 있었다. 이 과정에서 120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3개월치, 혹은 그 이하의 위로금을 받으면서 퇴사했다. 또 조직 내에 프로세일즈 직군을 만들어 정규직 내에 성과제로 임금을 30% 이상 삭감하는 구조가 되었다.

이전에도 3~4차례 노조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회사의 회유에 실패했었다. 그러다 2014년 12월 1일, 전격적으로 노조를 설립했다. 그러자 회사는 다음 날인 12월 2일, 대규모 희망퇴직을 함과 동시에 대구, 청주 지점을 폐쇄해버렸다. 이후에는 지난한 싸움이 계속되었다. 사무금융노조의 도움으로 매각반대투쟁, LIG 구씨 일가 재매입 반대투쟁을 이어갔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도 다행히 내부 협상은 계속 이어갔고 15회에 걸친 협상을 이어가다 서울지노위의 중재로 9월 22일 단협안 도출에 성공했다.

우리가 처음에 단협 52개 조항을 가지고 들어갔지만 시간이 없었다. 회사는 지연 전략을 쓰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30개 조항밖에 이야기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우리는 노조 사무실·인트라넷 사용, 타임오프 2,000시간, 임금 인상, 프로세일즈 직군 폐지, 지방원격직 근무자 대우를 핵심으로 해서 협상했지만 인트라넷은 회사 홈페이지와 연동, 타임오프 1,000시간, 프로세일즈 직군 노사 협의 정도로 합의했다.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결렬된다면 회사 내부 투쟁과 더불어 매각투쟁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매각투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KB금융지주는 LIG손해보험을 인수했고 LIG손보가 LIG투자증권 지분을 약 83%정도 가지고 있다. 약 1,500억 원 정도로 추산한다. 처음에 우리는 당연히 KB금융지주가 KB투자증권과 우리를 합병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KB투자증권과 LIG투자증권은 본사 영업위주로 중첩되는 구조가 많다. KB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양사가 합쳐도 시너지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시장에 대우증권이 나오게 되면서 KB금융지주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필요 없는 회사를 매각함과 동시에 대우증권 매각대금 또한 확보한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이와 관련해서 KB금융지주측과 대화해보려고 했지만 금융지주측은 ‘우리는 손자회사와 대화하지 않으니 KB손해보험과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그래서 KB손해보험에 있던 당시 LIG투자증권 인수담당자와 대화했는데 그는 분명 공개매각절차를 밟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형세를 보니 공개매각이 아니라 수의계약 형식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사실 공식 입장이 아니었고 비선라인을 통했지만 담당자가 실무담당 최고 책임자이니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조인식 끝나고 면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노조는 직원들 고용보장이 가장 우선이고 두 번째로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을 원한다. 그러다보니 재매각반대투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미 회사는 비공개적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것 같아 공개매각을 하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노조는 재매각반대 입장이다. 이후 회사가 어떤 대응을 하는지 보고 매각으로 진행된다면 그 과정에 반드시 우리 의사가 들어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매각이 된다면 고용보장과 동시에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는 건전한 기업을 대상으로 매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계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사모펀드, 외국계 자본은 절대 반대다. 결국 또다시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증권업종에서 노동조합운동을 하다 보니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다. 주식 브로커들이나 채권발행·매매 직원 등 돈 버는 부서들은 대부분 계약직이다. 어느 기업이든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지금의 추세다. 비정규직을 아우를 수 있는 노조를 만들고 싶지만 회사는 직원이 노조에 가입하면 다음 계약을 하지 않는 식으로 대응하니 비정규직이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증권업 계약직들이 대부분 전문직으로 일하는 것 또한 조합 조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우리 회사 직원 240여 명 중, 정규직 직원이 108명에 불과하다. 본사조직을 제외하면 70여 명에 불과하고 그 중 50여 명이 우리 조합원이다. 회사에서 정규직이 모자라니 전부 다 조합원이 되어도 과반이 안 된다. 결국 힘이 부족해서 단협도 부족했다.

이익이 나지 않는다 해서 점포를 12개에서 2개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지점영업직원과 그들을 지원하는 직원들은 고용불안의 위협을 누구보다도 더 느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노동조합의 설립을 강하기 원하고 있었다. 사실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난 그저 지부장에 있을 뿐이다.

본사 직원들은 당장 피부에 와 닿지 않아서 노조 가입에 대한 큰 의욕이 없는 것 같다. 하고 싶은데 위에서 압력이 심해 들어오지 못하는 직원들도 있다. 그래서 조합 구성이 본사직원 일부와 지점출신 직원 대다수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본사 직원들에게도 감축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결국 고용불안을 느끼게 되면 조합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노동조합이 표방해야 하는 것은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집단의 이익이다. 50명 노조원을 대표하지만 나 혼자 독단으로 일을 처리한 적은 없었다. 우리 노동조합은 우리들끼리 참 잘 뭉친다. 일이 생기면 금방 뭉친다. 노동조합에 대해 초보라 배우는 것도 많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매번 하는 말이지만 조합원에게 고용안정을 이뤄낼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한다. 항상 지켜보면서 응원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