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서로 양보하고 화합하며
통합, 서로 양보하고 화합하며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11.0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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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했던 노사갈등 안정화…앞으로 조직 통합 진행해야
“짧은 시간, 양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람] 박철구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지부 위원장

첩첩산중이다. 한 때 극단으로 치달았던 노사관계가 회복되자 조직 통합이 눈앞에 닥쳤다. 부당노동행위로 고소고발이 이어졌고 노조 사무실 폐쇄 등 수많은 갈등을 겪었다. 새로 취임한 이사장과 노조 집행부의 많은 노력 끝에 노사관계는 안정화를 이뤘지만 내년 7월에는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과 통합을 앞두고 있다. 박철구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노사관계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다. 이전의 치열하게 대립하던 노사관계에서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위원장에 취임하고 2년째에 접어드는데, 기관을 상대로 성명서를 내거나 집회를 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굉장히 대립적인 노사관계였는데, 상호협력적, 상생적 노사관계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부 분위기도 달라졌다.

노사관계가 엄청 안 좋았을 땐 조합 간부들을 다 지방 원거리로 발령을 냈다. 해직자도 있었다.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 노조의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조합 사무실 폐쇄도 있었다. 2년 반 동안은 노사 갈등이 극심했다.

기관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그때 잘못해 놓은 걸 바로잡는 데 1년 반이 걸렸다. 기관장이 새로 부임하고 노사관계가 안정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KEST UP 30.3’(2016년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창립 30주년을 맞아 향후 3년 안에 문화를 새롭게 바꾸자는 뜻으로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새로운 도약 30.3’이라는 의미)이라는 노사협의체를 마련했다. 이게 노사 문제인지, 검사 여건의 문제인지, 조직 규정상의 문제인지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회의체다. 굉장히 고무적인 것이다. 노사협의회나 교섭에서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다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권역별 노사협의회도 설치해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 해결하도록 했다.

이전 기관장 시절에 상처 받았던 여러 가지 문제들, 발령을 연고지로 조정한다든가 이런 부분은 다 해주고 있다. 조합활동을 보장하면서 회의가 있을 땐 조합 의견을 묻고, 규정 개정이나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에도 노조의 동의를 얻게끔 해당 사업부에 지시를 했다. 이런 부분들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노동조합의 행사 때 경영진이 참석하고 기관의 행사 때 노동조합이 참석하는 부분도 변화된 부분이다.”

내년 7월에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과 통합해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출범한다. 통합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노사관계도, 조직운영도 안정화 됐다. 이렇게 안정화 된 시기에야 조직이 탄탄해질 수 있는데, 갑자기 통합이라는 변혁이 왔다. 조금은 부담스럽긴 하다. 조직이 안정된 상황에서 이런 시기가 왔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다. 승강기안전관리원이 국민안전처 산하였고, 우리보다 조직 규모가 크다 보니 그쪽에 흡수통합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었다. 그런 식의 흡수통합은 원치 않았다.

기관 대 기관으로 대등하게 통합하고 승강기안전공단에 같이 합류해야 한다. 이것이 전제조건이었다. 그리고 기존의 근로조건이 저하돼선 안 된다. 또한 검사 현장에서 검사원들의 검사권이 저하되거나 노동 강도가 증가돼서도 안 된다. 이런 부분들이 보장돼야만 공공안전, 사회공공성과 이용자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같은 큰 틀을 보장하는 메시지가 없었다.

국민안전처에서 고용보장을 약속하고 흡수통합이 아닌 대등한 합병, 통합을 보장하면서 해결이 됐다. 내부 반발도 있었지만 조합원 의견수렴을 거쳐 통합에 찬성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두 개 기관의 상이한 근로조건 문제라든가, 진주 혁신도시로의 이전 문제 등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 각종 수당체계, 급여체계, 승진연한, 연령대별 직급 등 다 다르다. 근로조건은 하향평준화 돼서는 안 된다. 상향평준화해서 맞춰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문제다.

통합공단 출범을 위해서 설립추진위원회가 운영되는데, 이제 설립추진위원회가 마련되는 단계다. 또 통합과 함께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니 아직 명확하게 나온 게 없다. 그러니 시간이 더 촉박하다.

통합도 안 된 상태에서 이전까지 준비하기는 어렵다. 현재 다 사옥이 있으니 내려가는 거야 3개월 정도 미뤄도 된다고 생각한다. 공단 출범은 7월 1일에 하되 인원을 선정하고 이주대책을 마련한 뒤 내려가는 게 맞다. 안전처에 협의하고 건의를 할 생각이다.”

물리적 통합이 이뤄진다고 해도 조직 내부의 화학적 결합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설립추진위원회에서 인사규정, 노동조합 통합 지원 등 화학적 결합을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기간이 너무 짧다. 물론 단시간에는 안 된다.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양 노조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제1노조, 과반수 노조, 공단노조 명칭 선점 등의 이유로 대립하면 양 노조는 절대 합쳐질 수 없다. 한 지붕 두 가족의 복수노조 체계로 계속 가게 될 것이다. 이러다보면 LH 사례처럼 제3노조가 생겨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을 대의적으로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

양 노조가 자기 것 챙기겠다고 싸우면 기관을 하나로 통합하는 의미도 퇴색될뿐더러, 한 지붕 두 가족이 계속 대립하는 형태를 가질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발생할 여러 갈등을 나열해 놓고 서로 양보할 것이 있으면 양보하고, 내려놓을 것이 있으면 내려놓고 화합하면서 공단체계로 가자고 서로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집행부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과정이 남아 있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서로 교류해 가면서 논의할 계획이다.

통합과정에서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버리면 소외된다. 그러면서 투쟁 분위기가 생길까 불안한 것이다.그래서 절차, 과정에서 투명한지 공정한지, 결과까지 노조가 모니터링 하면서 수시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