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노동위원회는 분쟁해결 전문기관으로 ‘변신’ 준비 중
지금 노동위원회는 분쟁해결 전문기관으로 ‘변신’ 준비 중
  • 김경아 기자
  • 승인 2006.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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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양측의 신뢰여부가 변수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지난 4월 27일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노동위원회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노동부는 5월 9일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현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후 비정규직 법안과 함께 국회 계류 중이다. 비정규직 법안과 함께 묶여있어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노사관계선진화방안 중 노동위원회 개편방안에 대해서는 노사정이 일찌감치 합의한 것에 비추어 볼 때 노동위원회 기능을 더욱 강화해 명실상부한 노사분쟁해결기구로 자리 잡아야한다는 뜻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1953년 노동위원회법이 제정되면서 설치된 이래 노동위원회는 지금까지 수차례 개편을 거듭했지만 다수의 개편안이 단순히 관할관청이 바뀌거나 업무가 확대되는 수준에 머물러 노동위원회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독립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미흡했던 게 사실이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 조우균 사무관은 “그간 지적돼 오던 비효율적 운영을 개선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개편안도 포함하고 있어 노동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제고할 수 있는 1차적 투자의 의미를 가진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비정규직, 복수노조… 다양한 분쟁 양상, “내가 있소이다”
노동위원회는 2006년 1월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되면서 공무원 노사 분쟁조정 업무를 새로 맡게 됐고, 현재 국회 계류중인 비정규직법안이 통과되면 차별시정위원회가 설치돼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심판 기능도 추가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산별노조·복수노조 시대가 열리면서 노사분쟁 양상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노동위원회 전운기 사무국장은 ‘노동위원회 개편방안’ 토론회에서 “노동위원회는 현재 기능과 역할, 위상에 있어서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는 시기”라면서 노동위원회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위원회 개편논의는 또한 그간 꾸준히 운영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사후 처방조치로의 조정, 실효성 없는 심판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 속에서 진행됐다.

노동위원회 개편방향은 크게 심판제도 효율화, 조정기능 강화, 노동위원회 구성 및 운영 합리화, 이를 위한 조직 및 인력개편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노사분쟁, 사전에 막는다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에서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자주적 노동쟁의 해결 지원업무를 노동위원회의 업무로 명시해 노동위원회의 조정기능을 강화할 근거를 마련했다.

이로써 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 조정신청 이후 10~15일 동안만 조정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근본적인 분쟁을 막거나 분쟁이후 조정 기능이 부족했던 한계를 벗어나 노동쟁의 조정신청 전후 과정에도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조정을 단지 분쟁해결방법의 하나로 해석해 국가기관의 공권력 행사를 통해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분쟁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서비스로 보는 전환점을 맞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사관계선진화방안에서는 ‘분쟁이 있는 곳에 조정이 있다’, ‘찾아가는 조정서비스 제공’이라는 원칙으로 조정 신청 전, 쟁의행위를 시작한 이후에도 조정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해서 궁극적으로는 조정전치주의를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1997년 사적조정제도가 도입되긴 했으나 사적조정인이 수수료를 받을 경우 변호사법을 위반하게 돼 사실 무의미한 제도로 전락했었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에는 사적조정인이 수수료를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는 방안을 노조법에 반영하기로 했다. 공적조정뿐 아니라 사적조정을 통해서 노사 당사자들의 분쟁해결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조정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사적조정 활성화를 위해선 법제도적 장치가 우선되어야 하고, 사적조정과 공적조정 간 관계설정이 분명해져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정정당당, 심도 있는 심판한다
노동위원회 심판제도 효율화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임위원 중심의 사건처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심판위원회 및 차별시정위원회의 경우 위원장이나 상임위원 1인이 참여하는 것을 제도화한다. 또 책임 있는 사건처리를 위해 부문별위원회를 구성할 때 주심위원을 두는 ‘주심위원제’를 도입한다.

지금껏 상임위원 부족을 이유로 비상근공익위원 중심으로 사건이 처리되고 판정·결정 권한이 없는 공무원이 사건을 조사하고 판정문을 작성하는 등 심도 있는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상임위원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위원 정원 확대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50인 이하, 공익위원은 70인 이하로 정원을 확대한다.

화해제도의 경우는 당사자 합의를 통한 화해제도가 법적근거가 없어 화해가 이뤄져도 효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에는 노동위원회의 판정이나 명령, 결정이 있기 전에 화해안을 제시·권고해 화해가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갖도록 했다.
노사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가 최대한 지원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새 옷에 맞는 새 조직으로 거듭나야
노동위원회가 개편방안이라는 새 옷을 제대로 입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몸집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개편방안에는 노동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합리화하기 위한 안들이 제시됐다. 그 첫 번째가 공익위원의 중립성을 강화하는 것. 편파판정 등 그간 공익위원의 중립성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기존에 위원장, 노동조합, 사용자단체가 추천한 사람 중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투표로 선출해 중앙노동위원장(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은 대통령)이 위촉하던 방식에서 노사단체에서 한명씩 삭제하는 ‘순차배제방식’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또 중립성 준수 규정과 위원 윤리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위반할 때는 면직·해촉하는 근거도 함께 마련한다. 또 공익위원을 심판·차별 및 조정담당으로 구분하고 심판사건 같은 경우 공익위원 3인이 있어야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해 인력 운영의 한계를 가졌던 것에 비추어 심판·조정담당 겸직제를 도입, 부득이할 경우 소관 업무와 관계없이도 사건을 담당할 수 있게 하고 일정요건을 갖출 경우 공익위원 1인으로 심판 및 차별시정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단독심판제를 도입한다.

예산도 확충된다. 그동안 중앙노동위원회가 장관급 기구임에도 160여 억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운영되어 왔다. 중앙노동위원회 위상에 맞는 ‘사무처’를 신설해서 원활한 업무운용을 돕고 조정 및 심판 기능을 맡은 실무인력을 늘리도록 했다. 또 사건조사를 수행하는 직원에게 조사관 지위를 주어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사건조사를 수행하는 심사관의 지위에 대해 법적 근거를 제시하자는 것이다.

개편방안, 숙제는 남는다
이번 개편방안으로 노동위원회가 새로운 노사관계 환경 속에서 노사 양측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노동전문 조정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특히 조직 및 인력확대 등은 예산의 대대적인 증액과 협조가 필요한 사항으로 노동위원회의 의지뿐 아니라 관계기관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또 아직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는 개편방안도 있다.

단독심판제의 경우는 빠른 사건처리를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3인 합의제가 가지는 공정성이나 조정, 통합의 장점을 잃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심판담당공익위원과 차별시정공익위원 자격 기준에 공인회계사를 추가시킨 부분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노동문제와는 상관이 없기도 하거니와 기업관련 세무·회계 관련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공인회계사에게 공익위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자칫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인회계사가 업무특징상 노동문제와 노동관련 법률에 전문적 식견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회를 통과하면 2007년부터 시행될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외국 노동분쟁해결시스템은?
일본
근로기준감독관서와 노동위원회 혹은 노정사무소 같은 노동행정기관에 의해 노동분쟁을 해결하고, 우리와 같이 행정법원이 따로 없으므로 민사소송 형태로 처리하기도 한다.

행정기관을 통한 노동분쟁해결시스템은 우리와 흡사하지만 노동위원회에서 개별적 노동분쟁은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와는 다르다.
다만 최근 노동심판법을 제정해 기존의 문제점을 개선해가고 있다.

미국
연방알선조정청(FMCS), 중앙노사관계위원회(NLRB), 연방노사관계청(FLRA)에서 노동분쟁을 해결한다.
연방알선조정청(FMCS)은 노사간 분쟁의 알선과 조정을, 중앙노사관계위원회(NLRB)는 부당노동행위 등 권리분쟁의 심판을,연방노사관계청(FLRA)에서는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분쟁을 조정하고 심판한다.

미국은 노사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교섭하도록 지원하는데 중점에 둔다. 그러기 위해서 단독상근 중립조정자가 배정 조정모임을 주선하고 모든 기록을 비밀로 유지한다.

또 예방적 조정제도를 위해 단체교섭, 노사협의, 작업장 혁신, 노사위원회 등에 관한 교육과 자문서비스를 제공해 분쟁사안을 사전에 조정하거나 교섭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한국의 직권중재 같은 강제중재는 없고 다만 국가비상사태 우려 시 80일간 쟁의를 금지한다.


독일
원칙적으로 집단적 이익분쟁은 사적조정기구를 통해 조정하고 해결하고 국가의 공적 개입을 자제시킨다.

대부분의 경우 사적조정절차를 통해 분쟁이 해결되는데 공적조정절차를 거치면 평화의무기간이 늘어 노조측이 선호하지를 않는다. 한편 개별적, 집단적 권리분쟁의 경우 노동법원이 조정 및 재판을 하게 된다.

독일의 노동법원은 1심 노동법원, 2심 주노동법원, 3심 연방노동법원으로 구성되고 노동법원과 주노동법원에는 직업법관과 노사가 추천해 위촉된 명예법관이 활동한다.
연방노동법원의 경우 1인의 재판장과 2인의 배석판사, 3명의 직업법관, 노사를 대표하는 명예법관 2명 등 5명으로 구성된다.


프랑스
독일의 노동법원이 집단적, 개별적 노동분쟁을 모두 다루는데 비해 프랑스의 노동법원은 개별적 노동분쟁만 다룬다. 또 상급심은 일반법원이 담당하게 된다.
법관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선출한 법관으로만 구성되고 직업법관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

프랑스의 노동법원은 업종 및 직종에 따라 구분되는 5개 국과 가처분을 담당하는 1개의 신속심리부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