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통해서 희망을 봅니다
사진을 통해서 희망을 봅니다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11.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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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타인의 삶을 접할 수 있는 기회
빨주노초파남보의 내 모습도 만날 수 있어
[일.탈_ 나만의 힐링을 공개한다] 사진

이번 호 일탈의 취재원 양시영 씨는 1998년에 현대자동차에 입사해서 27년째 판매직에 종사하고 있는 내공 깊은 영업 사원이다. 1989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바로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는 양시영 씨는 자신의 일이 단순히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사연을 만들어 가는 여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진을 찍는 활동이 단순한 취미가 아닌 자신을 비롯해 타인의 새로운 모습까지 발견해 나가는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양시영의 사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양시형

사진은 나를 드러내는 활동

“양시영의 작업에서 나는 원형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발을 느낀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기형의 발을 다시 원형으로 되돌려 주는 사람 이야기, 완성된 신발을 신고 걷는 누군가 영혼의 발걸음이 그의 사진에 애절함으로 녹아 있다. 아픈 발은 운명이지만 그 운명에 힘을 주는 것 또한 사람의 힘임을. 양시영은 사진을 통해 그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 사진가 최광호

지난해 6월 양시영 씨는 관악구청의 초청으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08년부터 개인전이나 단체전 등을 통해 사진 전시회를 열었지만 이렇게 초정을 받아 개인전을 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전시회의 제목은 ‘발걸음’이다.

소아마비나 교통사고, 당뇨 등에 의해 변형된 발 모양이 개인의 역사,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고 생각한 양시영 씨는 수 년 동안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제화 업체들을 돌아다니며 석고 발 모형을 수집했고, 그 모습을 흑백의 필름 속에 담았다. 그리고 신발 속에 숨겨진 발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각자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온전한 나를 찾는 활동이고, 삶을 살면서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전시회를 통해 이야기했다.

이렇게 관악구청의 초정을 받아 개인 전시회까지 열게 된 인연은 관악주민연대 마을학교에서 마을 공동체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그간의 활동 덕분이었다. 현재는 관악주민연대 마을학교에서 사진반을 맡아 강의하고 있고, 주말에는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반찬배달 활동, 겨울이 오기 전에는 벽지 온풍작업 등의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강의는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총 10주의 기간 동안 이뤄진다. 이번이 세 번째 맡는 강의이다.

“저는 사진반 학생들에게 카메라가 없어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눈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한 시간은 그냥 모여서 밥을 먹고 일상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진 강의라고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누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습니다.”
마을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어떻게 하면 이 활동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꾸준히 토론을 하고 있다는 양시영 씨는 항상 크지 않더라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활동들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관악구에는 ‘푸드뱅크차’가 있다. 식당이나 빵집에서 판매하고 남은 음식들을 그날그날 모아서 지역을 돌면서 어르신들깨 배달을 한다. 음식은 그때그때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자원해서 배달하는데 이 활동이 조금씩 활성화 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거창하진 않지만 작은 도움을 꾸준히 줄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4년째 매주 일요일마다 반찬을 가져다 드리고 이야기 나누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4년 동안 공동체 활동이나 할머니를 만나면서 내렸던 결론은 ‘봉사하는 것은 없다’입니다. 강의, 봉사활동이라고 부르지만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 양시형

27년 동안 쌓여 온 한 장면, 한 장면

양시영 씨가 현대자동차 영업직을 시작할 때쯤인 1990년 당시는 한창 마이카 붐이 일던 시절이었다. 운전면허증을 따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어 운전학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신규 방문을 통해서 고객들을 만나야 했다. 보통 명함 한 통을 들고 회사를 나서 하루에 방문할 일정 구역을 정한다. 그리고 해당 구역에 있는 건물들에 입점한 상점 하나하나를 방문하면서 인사를 한다. 처음 만날 때는 자동차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먼저 인사를 하고 안면을 트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얼굴을 익혔고, 지나가다 물 한잔 얻어 마시고 식사를 같이 하며 관계를 만들어 갔다.

“저는 시골 출신이어서 서울에 아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영업을 시작했는데 안경점을 하는 형님이 제 첫 손님이었습니다. 당시에 엑셀을 구매하셨는데, 얼굴을 꾸준히 보면서 사는 이야기 나눈 게 좋아서 저한테 차를 사기로 정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당시에는 휴대전화는커녕 사무실에는 선배들이 일반 전화를 많이 썼기 때문에 신입사원이었던 저는 밖에 나가서 공중전화로 고객들에게 전화를 했었습니다.”

27년 동안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도 말했다. 입에 쓴 것이 몸에 좋다고, 20여 년 전에 차를 인도한 당일 저녁에 고객에게 급하게 전화가 와서 달려 나간 적이 있었다. 그리고 뺨을 맞았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무슨 일인지 이야기를 들어 보니 차의 엔진 소리가 거슬린다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교체가 수월한 편이지만, 20년 전에는 매뉴얼에 나와 있는 기준을 충족해야 교체가 가능했었다. 그래서 엔진 부분을 수리하는 선에서 일은 마무리 했지만, 아직도 뺨을 맞은 기억이 잊혀 지지 않는 한 장면이 되었다.

“차를 그냥 볼 때는 괜찮지만, 차를 타 보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야길 들어보니 이해가 되지만 사람 마음을 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직도 있습니다. 단순히 자동차라는 기계를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기계를 연결하는 중간자의 역할이 우리 같은 카마스터들이 하고 있는 일입니다. 자동차는 그대로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항상 변합니다. 차 한 대 한 대에 서린 에피소드들이 다 다릅니다. 회사에서는 고객관리를 위해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서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각각 다른 성향,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이해해야 하는, 드러나지 않는 전문성이 있는 것이 이 일의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인연을 맺어가는 것은 일을 통해서 얻는 보람이기도 합니다.”

ⓒ 양시형

삶과 분리된 활동은 없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것이 실적과 관련되고 있고 일과 연결되어 있으면 막상 사람 만나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질문을 했다.

“쉽지가 않으니까 더 재미있어요. 이건 제가 사진을 찍는 것과도 관련 있습니다. 자동차를 판매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사람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그런 내 삶을 뒤돌아보면 그래도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일과 취미 혹은 운동, 봉사활동, 종교 등을 분리해 놓고 사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어요.”

양시영 씨는 언제부터 사진을 찍었냐는 질문에 태어날 때부터라는 대답으로 잠시 질문한 이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마을학교 사진반에서 카메라가 없어도 사진을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는, 바로 태어날 때부터 눈을 깜박깜박 하는 것은 사진 찍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카메라로 사진 찍는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07년경 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부터라고 했다. 아들이 중학교 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이와 관련된 고등학교를 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서울에 사진과가 있는 고등학교를 물색해 본 결과 당산에 있는 한강미디어고등학교를 발견했고 지원하게 도와줬다. 웬만한 대학 사진과보다 시설이 좋고 특성화 고등학교이기 때문에 아이가 사진 공부를 하는 데 좋은 환경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그 시절부터 아빠도 사진 공부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우연히 프랑스에서 5년 동안 사진을 공부하고 귀국했던 전성균 사진작가를 만나서 사진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년 동안 사진공부를 함께 하면서 필름 종류부터 현상, 인화, 디지털 작업까지를 배웠다. 그리고 가보지 못한 유럽이라는 장소의 느낌, 그곳 사람들이 하는 생각, 생활 방식 등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들었다. 이 나라에서 살아왔던 방식과 또 다른 생각, 문화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전시회를 통해 꾸준히 나를 발견해 나가

사진 공부를 시작한 지 1년째에 첫 전시회를 열었다. 평소에 눈여겨 봐왔던 공간을 찾아가서 전시의 의미를 설명하고 공간을 빌렸다. 2008년에 가진 첫 전시회에 가장 많은 영감을 준 것이 4대강 100일 순례단의 활동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당시, 정말로 이 사업이 필요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범종교적 차원에서 100일 동안 줄기를 따라 강을 살펴보는 순례단이 꾸려졌다. 주말에 시간이 날 때 마다 틈틈이 내려가서 순례단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았다. 양시영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문경에 있는 봉암사를 꼽았다.

“봉암사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곳이어서 평소에는 문을 닫고 지내는 곳입니다. 일반인에게 문을 열 때는 4월 초파일이나 그 외 한두 번 정도 입니다. 그런데 순례단이 그 지역을 통과할 때 60년 만에 처음으로 평일에 문을 열었습니다. 순례단 법회를 봉암사에서 가졌습니다. 그때 그 순간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 양시형

두 번째 전시회의 제목은 ‘떠구氏의 어느 날’이다.

“떠구氏는 자신이 떠도는 구름이라고 했습니다. 이 분이 전국에 안 다니는 전시장이 없습니다. 전시장은 다른 분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동시에 삶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틈틈히 전시장을 많이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도법스님이 발행하고 있는 ‘인드라망’이라는 월간 소식지에 사진을 싣고 있다.

“도법스님은 새만금 삼보일배를 하신 분이고 불교계에서는 상당히 혁신적인 분입니다. 인드라망에 보면 제가 찍은 사진에 ‘사진은 사는 것, 그리고 살리는 것이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사진은 숨이고 호흡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통해서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남이 잘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저렇게 살면 잘 살겠네 하고 느끼면 그것이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사진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은 나에게 빨주노초파남보 색이 다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점, 나쁜 점의 모습이 다 나에게 있는데 아닌 척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한 번 흔들어야 합니다. 나는 사진을 통해서 이런 부분들을 많이 깨우쳤습니다.”

양시영 씨는 현재 또 다른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11월을 목표로 기획 중인 이번 전시회의 공간은 낙성대 공원, 야외 공간이다. 야외라는 공간에는 시간대 별로 달라지는 빛이 있다. 그는 아침, 점심, 저녁 시간마다 빛이 비춰지는 모습들이 다르기 때문에 야외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삶이 담긴,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을 통해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이야기 하는 그의 작가로서의 내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