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개미지옥, 정규직 전환은 6% 밖에
비정규직 개미지옥, 정규직 전환은 6% 밖에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11.0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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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추계정책토론회 열어
“‘영원한 낙인’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해법 모색돼야”
▲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2015년 추계정책토론회’에서 권순원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 이상동 기자 sdlee@laborplus.co.kr

비정규직 1만 명 중 정규직이 되는 것은 730명(6.41%)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비정규직이 빠져나오기 힘든 ‘함정(Trap)’에 가깝다는 것이다.

3일 오후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5년 추계정책토론회를 열어 ‘근로형태 다양화와 임금체계개선 방안’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이중 발제자로 나온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위한 가교라기 보다 함정에 가깝다”고 주장한 것이다.

권순원 교수는 2010년 고용노동부에서 수집한 ‘고용형태별 근로자패널조사’ 분석을 통해 ‘1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6개월 이상 정규직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730명(6.41%)’뿐이라 지적했다.

‘고용형태별 근로자패널조사’는 고용노동부가 2010년 비정규직 20,583명을 선정해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2012년 10월까지 이들에 대한 고용형태 변화를 확인한 것이다. 이 중 9차 조사까지 정보가 유효한 인원은 11,381명이다.

분석 내용을 보면 11,381명 중 72%를 넘어서는 8,219명은 끝까지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실업하거나, 장기 실업에 빠지는 사람까지 모두 포함하면 90% 이상의 인원이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정규직이 되어도 6개월 이내에 비정규직 혹은 실업 상태로 돌아오는 인원도 2.56%나 된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비율은 6.41%이지만 이는 ‘6개월 이상’ 정규직을 유지한 인원으로 1년, 2년 이상 정규직을 유지하는 인원으로 계산할 경우엔 그 비율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권순원 교수는 “열악한 노동시장은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영원한 낙인’을 안고 살아야 하는 함정으로 존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상흔효과(낙인)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권재철 한국고용복지센터 이사장의 사회로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 이상동 기자 sdlee@laborplus.co.kr

토론자로 나선 김우영 공주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도 “1998년에 비정규직이던 사람 중 8년 후 정규직으로 간 사람은 12.8% 밖에 되지 않는다. 기간이 장기간이 돼도 비정규직을 탈출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며 “‘노동패널’ 자료와도 같다”고 했다.

권혁 부산대학교 교수는 “최선의 정책은 비정규직 없는 노동시장”이라며 “현실적인 도움을 비정규직에 줘야한다. 양적 규제보다 질적 규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