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과 비전 갖출 수 있는 시스템 정착 필요
“사실 집행부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한 번도 글을 써 본 적도 없고, 선전 일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냥 무작정 부딪친 거죠.”
자동차 부품업체 노조 J 교선부장은 처음 교선 업무를 맡게 됐을 때 막막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업무 노하우를 알려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상급단체의 교선 담당자 교육을 잠깐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순전히 어깨너머로 업무를 익혔다.
그러다보니 일이 익숙해지는데 6개월쯤 걸렸다고 회고했다. 물론 J부장은 아직도 일이 벅차다. 그리고 업무에 적응할 때쯤 되면 그만두고 현장으로 복귀해야 할 거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많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교육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대부분의 노동조합에서는 매년 1~2차례의 워크샵 등을 통해서 교육을 대신하는 실정이다. 이런 교육은 일반적으로 정세분석이나 사업장 현안에 대한 토론 중심이다.
구색맞추기 형태의 외부강사 초청 강연 1~2시간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 또한 대부분 상급단체 간부들의 사업계획 설명 등에 그치고 있다.
이외에 상급단체에서 주최하는 부서 담당자 교육이나 외부 교육기관의 프로그램 참여, 노동대학원 등 학교 교육기관 수강 등이 교육의 대부분이다. IT업체 노조 간부 B씨는 “예전에는 외부 교육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이마저도 거의 없다”고 밝혔다.
외부강사 초청 강연 정도에 머물러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성 강화는 엄두도 내기 힘들다. 선전이나 산업안전 관련 부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나름대로 특화된 업무 분야라는 인식이 강해서 다른 노조 활동가들과 교류가 잦아 정보를 나눌 수 있다.
또한 일부 은행권 노동조합에서는 상급단체나 외국 산별노조의 경우처럼 노동조합에서 직접 전문위원을 채용해서 전문성과 사업의 연속성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부서는 ‘맨 땅에 헤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업무를 편협하게 이해하는 경향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조직 부서는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을 주업무로 생각한다. 일상적인 조직관리나 대중조직의 방식 등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 총무 부서는 단순한 회계 업무 처리 수준에 머물면서 각 사업의 예산 배정의 적정성 판단, 효율적 회계 관리 등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직무의 전문성 부재보다 더 큰 문제는 비전을 만들어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이 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변화하는 조합원들의 정서를 반영해서 움직일 수 있는 노동조합 시스템을 만들어가기 위한 장기 전망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활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방향성 수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같은 비전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집행부들이 먼저 변할 수 있는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활동가에 대한 교육 투자가 필요하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고, 또 이에 대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노총이 연수원을 두고는 있지만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의 맞춤교육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중앙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예산 확보, 대학 등과의 연계를 통한 체계적인 교육훈련 시스템의 정착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노조 등에서 추진된 바 있는 노조 교육기금 등에 대한 구체적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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