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미담’ 주인공 만나보니…
민중총궐기 ‘미담’ 주인공 만나보니…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5.11.2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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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최루액을 맞았고, 내 가방에 물이 있었을 뿐
집회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
[인터뷰] 최루액 맞은 의경 눈 씻겨준 집회 참가자 A씨

지난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13만 명(경찰 추산 8만 명)이 모였다. ‘폭력시위’와 ‘과잉진압’ 논란 속에 한 집회 참가자가 최루액을 맞은 의경의 얼굴에 물을 뿌려주는 사진이 ‘미담’으로 화제가 됐다. 당사자인 A씨(22)는 서울 소재 모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사람이 최루액을 맞았고, 내 가방에 물이 있었을 뿐”이라는 인상 깊은 말을 남겼다.

▲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최루액에 맞은 의경의 눈을 한 참가자가 씻겨주고 있다. 이 장면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으나, 채널A <뉴스특급>이 해당 사진을 "의경 아들을 둔 엄마" 인터뷰 장면 배경으로 사용하고도 명확한 사실관계를 명시하지 않아 일부 네티즌들의 오해를 불러왔다. 이 사진을 최초로 알린 트위터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 트위터 사용자 @jk****

민중총궐기 대회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했었는데, 이번에 국정화 얘기도 한다고 해서 나갔다. 11대 요구안 중 하나만 동의해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는 공간이지 않나. 참여는 개인 단위로 했다. 원래 깃발 밑으로 잘 가지 않는다. 깃발을 쫓아다니기 싫었던 것도 있고, 그 곳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느끼지 못했던 점이 크다. 무엇보다 깃발 밑에 같이 있으면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힘들다.”

의경을 도와줄 당시의 구체적 상황은?

“같이 왔던 친구들은 차 시간 때문에 집에 갔다. 나도 집에 가려다가 청계광장에 사람이 많이 있다기에 가봤다. 청계광장에 있는 소라탑 앞에 가보니 버스가 잔뜩 세워져 있었고,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이었다. 언덕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앞으로 나와서 봤는데, 대치가 격렬해 지자 버스 안에서 경찰이 최루액을 쐈다. 이후 잠시 소강상태가 됐을 때, 경찰 한 명이 상황을 보기 위해 무전기를 들고 버스 앞을 지나는 와중에 버스 안에 있던 경찰이 최루액을 쐈다. 그러자 버스 앞을 지나가던 경찰이 얼굴에 최루액을 정통으로 맞고 괴로워했다. 그래서 가방에 있던 생수를 꺼내 씻겨줬다. 안경을 찾아달라고 해서 물대포로 진흙이 된 바닥에서 안경도 주워다 줬다. 그때 사진이 찍힌 것 같다.”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는데, 굳이 도와준 이유는?

“아파하고 있으니까. 나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물대포나 최루액을 안 맞았는데, 물이 흩날리는 냄새만 맡아도 괴로웠다. 그걸 사람이 맞은 거다. 그때 그냥 내 가방 안에 물이 있었다. 나도 그게 알려진 줄 몰랐는데, 나중에 친구들로부터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놀랐다.”

민중총궐기 참가자로서 아쉬운 부분은 없나?

“요구가 무엇인지에 관한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폭력시위였다느니, 과잉진압이었다느니 하는 얘기로 본질이 희석된 느낌이 아쉽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생각에는 주목하지 않고 합법적 테두리만 강조했다. 의경들에 대해,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 중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왜 저 사람과 내가 저렇게 대치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봤다. 시위의 방법론에 대해서 합법과 비합법에 대한 부분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총을 쏜다느니, 다 때려잡아야 한다느니 하는 얘기를 들으면 여기가 민주공화국이 맞나 싶다. 시민들이 밧줄로 버스 몇 대 끄는 게 물대포를 앞세운 공권력의 위력과 비교가 되나.”

▲ 화제가 된 사진 속 의경의 지인에 따르면, 해당 의경에게 도움을 준 이는 일부에서 주장한 '의경 아들을 둔 어머니'가 아닌 젊은 여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 트위터 사용자 @RA******

이후 경찰을 도와주는 장면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무슨 생각이 들었나?

“역시 사진은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 알려주는 사실이라고는 어떤 한 사람이 최루액 맞은 의경을 도와줬다는 건데, 이걸 보고 어떤 쪽에서는 평화시위라고 했다. 또 어떤 쪽에서는 폭력시위 논란을 예상하고서 짜고 친 게 아니냐고도 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었고, 앞에서 물대포 맞는 사람도 있었고, 뒤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집회에 오면 사람이 많은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20일자 채널A <뉴스특급>에서 의경 아들을 둔 어머니를 인터뷰하면서 명확한 설명 없이 해당 사진을 내보낸 후로, ‘미담’의 주인공이 의경 아들을 둔 어머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직접 해명도 했는데, 당사자로서 드는 생각은?

“나도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인터뷰를 할 때 사용한 사진이 그와 관련이 없으면 관련 없다고 캡션을 달아야 한다. 문제가 된 인터뷰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그 사진을 사용했던 채널A의 잘못이 크다. 인터뷰이의 이름과 그 사진이 함께 뜨면 누구라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이후 사진에 나오는 사람이 나라고 밝히니까, 그걸 또 인증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때 입었던 옷이랑 매고 있었던 가방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렸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저 옷과 가방이 전 세계에 하나 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믿나’라고 하는 걸 보고 착잡했다. 그렇게 못미더우면 <뉴스특급> 제작진에게 사실관계를 물어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한편, 화제가 된 사진 속 의경의 지인으로부터 확인한 결과, 해당 의경은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 대해 ‘젊은 여성’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속 의경의 지인 또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