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민주노총 압수수색… 노동계 압박 수위 높이나
경찰, 민주노총 압수수색… 노동계 압박 수위 높이나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5.11.2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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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본부 및 산하 조직 압수수색 논란
‘노동개혁’ 밀어붙이기 위한 노동계 ‘힘 빼기’ 의도?
▲ '9.15노사정합의'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노동개혁' 추진 강도를 높이면서 노동계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왼쪽),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정부·여당이 이른바 ‘노동개혁’을 강도 높게 밀어붙이면서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 파기를 언급했다. 이로 인해 노동계와 정부·여당의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 14일 ‘민중총궐기’와 관련하여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 및 산하 조직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청장 구은수)은 21일 오전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한상균) 사무실을 급습해 해머를 비롯한 경찰무전기와 헬멧, 밧줄, 손도끼, 절단기 등을 압수해 공개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치졸한 여론조작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즉각 반발했다. 그리고 “해머는 기자회견 때 ‘얼음 깨기 퍼포먼스’에 사용한 물품”이라는 등 압수물품의 소지 경위에 대해서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여기서 “치졸한 여론조작”이란, 민중총궐기 대회에 내걸었던 11대 요구안 22개 내용은 오간 데 없고, ‘폭력시위’와 ‘과잉진압’만 부각된 것을 의미한다.

한편, 경찰은 “주동자를 색출해 전원 사법처리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수 차례 밝혀왔고, 압수물품을 ‘폭력시위’의 증거물로 내놓았다. 민중총궐기 이전인 6일에는 ‘풀무원 파업’을 빌미로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무리한 압수수색이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경찰은 이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여당에서도 민주노총을 겨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민중총궐기 직후 새누리당의 이완영 의원은 “미국에서는 경찰들이 총을 쏴서 시민들이 죽는데 80~90%는 정당하다고 나온다”거나, “폴리스 라인을 벗어나면 미국 경찰은 그냥 막 패버린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사법당국이 기본질서를 해치는 일부터 해결하지 못하면 IS 테러에도 이길 수 없다”며 14일 도심 집회를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에 빗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한 우익언론들도 ‘민주노총 때리기’에 가세했다. 이들은 하나 같이 파손된 경찰버스, 부상당한 의경, 시위대가 경찰에게 막대기를 휘두르는 등의 장면을 내보내며 시위대의 폭력만을 부각시켰다.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이 외쳤던 ‘노동개악’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등 11대 요구안이 가려지는 데에 크게 일조한 셈이다.

정부(경찰)·여당·언론이 합세해 ‘노동개혁’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힘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9월 15일 노사정 합의 이후 정부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및 임금피크제 시행을 강행하고, 여당이 ‘노동개혁 5대 법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한국노총은 판을 깰 수도 있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시민사회와 함께 민중총궐기 대회를 연 데 이어 12월 5일 2차 총궐기를 예고했다. 정부·여당·언론의 동시다발적 공세에 96-97년 ‘노동법개악저지투쟁’이 재현될 것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