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 버스가 위험하다
‘시민의 발’ 버스가 위험하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5.11.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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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노련, 국내 최초 운수노동자 건강 연구
격일제 및 복격일제로 인한 과로 심각
▲ 류근중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위원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왼쪽에서 일곱 번째)을 비롯한 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동만)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위원장 류근중)이 국내 최초로 운수노동자의 건강 전반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버스 운전을 하는 노동자들이 심각한 과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 ‘시민의 발’ 버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노총과 자노련은 23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운수노동자의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운수노동자의 건강 문제 해결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김동만·류근중 위원장, 김영주 의원에 “도와달라”

이날 토론회에는 김동만 위원장을 비롯해 류근중 위원장과 영등포가 지역구인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이외에도 자노련 산하 버스노조 위원장 및 조합원들이 좌석을 가득 메웠다.

토론에 앞서 김동만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새누리당의 기간제법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부분이 있지만, (다른 노동 관련 법안과)‘패키지 딜’로 나와서 어려움이 있다”면서, “노사정에서 합의되지 않은 부분은 통과되지 않도록 환노위원장이신 김영주 의원님께서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주 의원은 “(여당에서)5개 법안을 한 번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하지만, 합의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사회를 보지 않을 것”이라며, 김동만 위원장에 화답했다.

류근중 위원장은 이번 연구에 대해 “운수노동자들의 건강에 관해 한국에서 최초로 진행된 연구”라고 밝혔다. 이어 새누리당의 ‘노동개혁 5대 법안’에는 문제가 되는 조항도 있지만, 운수 분야에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하기 때문에 이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류근중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운수노동자 건강 문제 뚜껑 열어보니 ‘충격’

과학적 분석을 통해 드러난  운수노동자 건강 문제의 결과는 심각했다.

2004년 버스준공영제 시행 이후 1일 2교대제로 전환된 서울시내버스의 경우 운수노동자 한 사람이 하루 8시간가량을 운행했다. 그러나 격일제 또는 복격일제(2~3일 연속 근무 후 하루 휴무)를 시행하는 경기지역 운수노동자들은 하루 운행시간이 17~18시간에 달했다.

이같이 무리한 격일제와 복격일제 근무로 인한 장시간근로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을 야기하여 사고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시외버스의 경우 하루 근무시간이 14~18시간으로, 이들 역시 심각한 장시간근로에 노출돼 있었다.

또한 정상적으로 신체 기능을 하는 사람의 경우 잠을 잘 때에는 혈압이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생체지표 검사자 중 3분의 1(전체 21명 중 7명)은 수면 상태에서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아 심혈관계 질환의 고위험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사정 모여 토론… 안전에는 ‘공감’, 방안에는 ‘이견’

토론에는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 오지섭 자노련 정책실장, 고동우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장, 배석주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장, 황병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안전지도부장, 유성규 노무법인 참터 노무사 등이 참여했다.

▲ 23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운수노동자의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오지섭 정책실장은 “예상은 했지만,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고 말하며, “운수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반드시 단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배석주 과장은 “버스업에 관한 데이터 풀(자료 기반)은 국토부에서 다 가지고 있다”고 밝히며, “자노련과 함께 국토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병태 안전지도부장은 “근로자들이 없으면 운수 회사를 경영할 수 없기 때문에 근로자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경영상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지자체의 재정 지원을 촉구했다.

유성규 노무사는 근로기준법 제53조(연장근로의 제한) 및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무제한적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근기법 제59조에 따르면 운수업은 근로시간 제한을 사실상 받지 않는 특례 업종이다.

고동우 과장은 “운수사업장에 대해서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버스의 보건 분야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기홍 실장은 “이번 연구결과에서 보듯이 버스 사고는 개인적 부주의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났음에도 곧바로 운행시키는 것은 반인권적 처사”라면서, “사고 이후 외에도 감정노동의 측면에서 버스노동자들의 심리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노련, “이번 연구 발판으로 장시간근로 개선하겠다”

이번 연구는 자노련이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과 함께 소속 버스기사를 대상으로 면접조사와 설문조사, 생체지표 검사를 통해 수행했다. 설문조사는 서울시내·경기시내·경기광역·시외·고속·광주시내버스 운전직 종사자 1,061명(유효응답자 수 1,03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또한 이들 중 21명을 선정하여 활동도 및 수면 분석, 24시간 혈압, 집중도 검사를 비롯한 심층면접으로 진행됐다.

한편, 위성수 자노련 정책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김영주 의원실과 함께 국민 안전에 관한 운수 분야에는 비정규직 사용이 금지될 수 있도록 입법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