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기든 업계 1위, 구조조정은 덤?
누가 이기든 업계 1위, 구조조정은 덤?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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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미래에셋·한국투자 3파전, 우리금융사주도 참가
합병과 구조조정, 직원들은 ‘KB가 차선책’
[사건] 대우증권 매각

1970년에 설립된 대우증권은 사원 수 3,000여 명에 103개의 지점, 시가총액 3조 8천억 원에 달하는 거대 증권회사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정책금융체계 개편에 따라 2013년부터 매각설이 흘러나왔고 2015년에 들어 매각이 확정되었다.

대우증권이라는 ‘공룡’이 시장에 나오자 시장에서는 다른 중소형 증권사의 매각문제는 쏙 들어가 버릴 정도로 이슈가 되었고 인수의향이 있는 기업 간 경쟁이 뜨겁다. 하지만 이러한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

 ⓒ 참여와혁신 DB
‘공룡’ 얻으면 판세가 뒤집힌다

대우증권이 매각될 수도 있다는 소식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하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산업은행을 글로벌 금융지주로 육성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금융계획을 중단하고 산업은행을 정책금융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맞게 되돌리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산업은행은 보유 금융자회사를 매각·합병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게 된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 목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KDB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고 지주를 해체했다. 이에 반해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은 현 체제를 계속 유지하기로 밝혔다.

또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항공우주산업, 한국지엠 등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회사 지분들을 2018년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금융 자회사들은 순차적으로 매각하기로 했는데 우리투자증권 매각에 일정을 조율하며 진행하기로 했다.

대우증권의 매각은 2014년 말,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 되며 다시 본격화되었다. 금융위는 2015년 1월 29일, 업무계획에서 대형증권사 출현기반을 마련하기위해 대우증권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후 지속적으로 매각 일정과 방법 등을 논의하던 금융위와 산업은행은 8월 24일 공식적으로 매각을 시작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금융자회사 매각 추진 계획을 의결하고 25일 매각 주관사 선정 공고를 내며 매각 작업에 나섰다. 이어 11월 8일,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한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을 인수적격자로 인정한 상태이다.

KDB대우증권은 1970년 동양증권으로 개업했다. 1983년 동양증권이 대우그룹으로 편입되며 대우증권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외환위기와 대우사태를 겪으며 1999년 최대주주가 대우그룹 채권단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이후 채권단 중 하나였던 산업은행이 실권주를 인수하며 지분율 4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었다.

대우증권은 자본금 1조 7천억 원, 자본총계가 4조3천억 원으로 NH투자증권에 이어 규모에 있어 업계 2위다. 또 국내에 지점 103곳을 보유하고 있고 해외에도 지점 1곳, 사무소 3곳, 현지법인 7곳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 장악력 또한 크다.

결국, 인수의사를 밝힌 기업 어느 곳에서 인수를 하더라도 단번에 업계 1위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KB금융지주는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될 경우, 자기자본액 4조 9천억 원이 된다. 미래에셋증권은 7조 8천억 원, 한국투자금융지주는 7조 6천억 원의 거대 증권사가 될 수 있다.

 ⓒ 참여와혁신 DB
KB금융지주, 자금조달능력 높다

작년에 취임한 윤종규 회장은 리딩뱅크 탈환에 역점을 두고 은행 부문의 의존도가 높은 현 사업구조를 다각화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특히 은행·증권 겸업모델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는 이러한 변화를 위해 KDB대우증권의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은 이미 증권사인 KB투자증권을 가지고 있지만 KB투자증권은 자본총계 5,700억 원 정도의 중소형 증권사일뿐더러 주식위탁 부분에서는 전체 시장점유율의 2%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현재 단순 BIB(지점 내 지점)형태의 영업방식을 취하고 있어 사업영역과 장악력 확대, 은행과 증권의 거대 복합점포 마련을 통한 종합적 금융서비스 제공이라는 지주 측의 목표를 이루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

결국 은행업 이외에 증권업을 주요 사업수단으로 만들기 위해서 업계 상위권에 있는 증권업 인수가 필수적으로 선행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대형 금융사들이 금융업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보험업, 자산관리, 투자은행 등 종합금융지주사로 변화를 추구하는 최근 추세는 KB금융의 대우증권 인수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KB금융은 본격적으로 증권업에 뛰어들기 위해 2010년 푸르덴셜증권, 2013년 우리투자증권 등 많은 증권사 매물에 인수의사를 밝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현대증권이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고 특히 법인과 리테일, IB(투자은행) 부분의 경쟁력이 강한 대우증권은 채권과 주식자본시장 부분에 경쟁력이 있는 KB투자증권과 중복 사업영역이 적어 인수 시 효과가 더욱 크고 화학적 결합 역시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되어 KB금융의 인수를 더욱 적극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은 이번 인수전의 가장 가능성 있는 대상자로 점쳐지고 있다. 자금조달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KB금융의 자금조달능력이 3조 5천억에서 4조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단순 보유자금만 가지고도 충분히 인수자금을 낼 수 있는 정도다. 더불어 KB금융지주 측은 작년, KB카드로부터 약 3천억 원의 현금배당을 통해 실탄을 꾸준히 쌓아두고 있다.

 ⓒ 참여와혁신 DB
미래에셋증권, 한국형 대형 IB 추진

미래에셋증권 역시 이번 인수전에 적극적이다. 우선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한다면 자기자본액 7조 8천억 원에 육박하는 독보적 증권사가 된다. 이는 2011년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을 입법 예고하면서 밝혔던 국내 대형 IB(투자은행) 육성 방침과도 일맥상통하는 모양이다.

미래에셋은 PI(자기자본투자)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또 PEF(사모투자펀드)를 통해 우량 해외기업투자를 지속했으며 부동산 투자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법인, 리테일, IB 분야의 경쟁력을 보유한 대우증권과 중복사업이 없어 인수효과가 크다는 예상이다.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 역시 이전부터 꾸준하게 한국형 대형 IB의 필요성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번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증권은 인수 경쟁사가 사전준비를 하는 시점부터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자금 확보 등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미래에셋의 문제는 인수자금의 조달능력에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월, 1조 원에 육박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이번에는 7천억 원에 이르는 인수금융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이 성공한다면 약 1조 7천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준비한 셈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가하락으로 인해 원래 1조 2천억 규모였던 증자 규모가 1조 가량으로 줄었고 애초에 예상되던 인수가격인 2조 중반에서 3조에 미치지 못해 여전히 인수 경쟁업체들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미래에셋은 기본 현금성 자산 5천억 원 이상을 보유해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 없이 내부 자산 이용만으로 1조 원 이상을 충당할 수 있어 자금조달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형 IB로 세계시장 진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에 비해 뒤늦게 인수전에 참가했다. 다른 경쟁 인수사와 마찬가지로 인수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 역시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자기자본 7조 6천억 원에 이르는 1위 증권사가 될 수 있다. 대형IB 육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미래에셋과 동일한 명분을 가지고 있다.

한국투자는 현재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 7.15%로 증권업계 1위이다. 이번 인수에 성공한다면 이 업계 1위의 위치를 완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인수를 통해 그동안 밝혀왔던 중국 시장에 중점을 둔 해외진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한국투자는 이전에 이미 증권업계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경험이 있다. 2015년, 당시 동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할 때, 동원증권은 중형 증권사에 불과했다. 동원금융지주는 동원증권의 브로커리지와 IB 부문의 강점과 한국투자증권의 자산관리 부문의 강점을 살려 합병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3조 2천억 원의 업계 1위 증권사로 성장했다.

한국투자의 자금조달능력 역시 인수의 관건이 되고 있다. 한국투자측은 계열사에 투자한 자산, 대여금 회수하고 금융자산을 청산하는 방식으로 현금자산 1조 5천억 원 정도가 확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회사채 발행과 인수금융, 계열사 배당금이나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을 통해 1조에서 1조 5천억 원 가량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지금껏 회사 이끈건 우리

이렇게 대우증권 인수전에 대형 증권, 금융사들이 강한 의사를 보이며 참가한 가운데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이 인수계획서를 제출했다.

대우증권 노동조합은 매각안이 나올 시점부터 내부적으로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대우증권 인수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부터 조합원 서명에 들어갔을 당시 총 서명자 2700여 명 중 92.5%가 우리사주조합 방안에 찬성했다. 노조는 재매각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산업은행의 대우증권 인수 이후 실질적 경영이 임직원으로 인해 이뤄진 만큼 이번 입찰에 당위성이 있고 평가에 있어 가점이 필요하다 주장한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이번 매각과 관련해 우리사주조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해 달라는 입장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이번 인수에 약 2조 원 가량의 자금을 모을 계획을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이 대출을 통해 3천억 원을 조달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이 지주회사 지분에 대한 국민주 공모를 실시해 1조 2천억 원 정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우증권 지분 가운데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43%에 대해 경영권 확보를 위한 30%를 제외하고 나머지 13%를 담보로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통해 5천억 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노조 측은 “먼저 인수계획서를 제출했고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사주조합의 계획은 자본조달능력으로 봤을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산업은행 측이 경영권프리미엄을 포기할 가능성도 없고, 이미 자금을 준비하고 있는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에 비해 자금동원력이 현격하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던 여러 외국계 자본이 인수계획서를 내지 않은 것을 두고 외국계 투자회사와 우리사주조합이 이미 실질적인 인수전을 진행하고 있다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또 다른 매각

현재 대우증권의 인수는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의 3파전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노동자들은 매각 이후 발생할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2014년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증권에 매각된 이후 수백 명에 이르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전례가 있다. 중요한 점은 어떤 기업이 인수하는가에 따라 구조조정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우증권의 임직원은 약 3천 명에 이른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약 2천 4백여 명, 미래에셋증권은 천 8백여 명 정도이며 KB투자증권은 500여 명이다. 이 중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매각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무 구조와 방향에서 중복된 부분이 존재하고 인력 과잉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투자증권노동조합이 대우증권노동조합과 회동을 갖고 매각 관련 논의를 진행한데 이어 대우증권 매각 입찰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불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KB금융지주에 대한 분위기는 다르다. KB금융은 인수의사를 밝히며 합병 이후 구조조정은 없다는 의사를 밝혔고 실제로 KB투자증권의 크기와 영역이 작아 중복 영역이 크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내부에서는 “우리사주조합이 최선책이지만 현실적으로는 KB쪽으로 인수되는게 낫다는 것이 직원들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KB금융은 내부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회사 노동자들과 마찰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KB금융지주가 올해 6월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며 손자회사가 된 LIG투자증권의 경우, 손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는 현행 금융지주회사법과 합병했을 경우 큰 이익이 없다는 계산, 대우증권 매입자금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매각한다는 방침이라 노동조합이 매각 반대 투쟁을 진행 중이다. 또 KB카드의 경우, 노동조합은 KB금융지주가 3천 5백억 원 KB카드 순익 중 3천억 원을 현금배당으로 유출하며 조합원과 맺은 작년 임단협도 지키지 않고 복지마저 줄이고 있다며 올해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투쟁 중이다.

결국 3개 기업 모두 인수와 관련해 직·간접적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불안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대우증권 측은 12월 24일까지 우선대상자를 선정하고 2016년 초에 매각을 확정할 것이라 밝혔다. 여기에 대우증권 주가의 하락으로 인해 입찰 눈치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이라 업계 전반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이목이 올해 말 발표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