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실효성 있을까?
정년 60세 실효성 있을까?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12.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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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준비 안 돼 있어, 실질은퇴 연령 71세
고용 안정 보장 받을 수 있게 해야
[사건] 정년연장

2016년 1월 1일부터 법적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보장된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정년) 1항에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 2항에는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즉, 법으로 60세 까지의 정년을 보장하는 것이다.

 ⓒ 참여와혁신 DB
쉽지 않은 정년 연장

내년 1월 1일이면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기업에 대해 정년 60세가 의무화 된다. 2017년에는 300인 이하의 사업장과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에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이에 따라  60세에 도달하지 않은 노동자를 특별한 사유 없이 해고할 경우에는 부당해고가 된다.

기존에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만 있어 정년 60세는 권고사항에 가까웠다. 강제 규정은 없었다. 따라서 기업이 자율로 정하거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엔 노사합의(단체협약)에 의해 정년 제도가 운영돼 왔다.

정년연장에 대한 요구는 계속 있었다. 2007년에는 당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정년을 63세로 올리겠다’고 발언하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는 정년 70세를 공약에 넣기도 했다.

2011년에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베이비붐세대고용대책위원회’를 꾸려 정년연장을 논의했다.

2012년 7월에는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우여 의원이 정당대표 라디오연설을 통해 “기업체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되, 장기적으로는 정년을 만 65세로 늘리고 나아가 2020년에는 70세까지 늘리면서 궁극적으로는 정년 제도가 무색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년 연장은 쉽지 않았다. 매번 재계의 반발에 부딪쳤다. 경총은 “신입 채용을 확대하라면서 정년까지 연장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고용규제로 인해 기업 내 업무부진자들에 대한 퇴출구가 막혀 있는 상황 하에서 정년마저 60세로 강제할 경우 기업들의 ‘고용하려는 의지’가 꺾여 고용규모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촉발할 것” 등등의 문제를 제기해 왔다.

계속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년연장은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다시 제시된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는 정년 60세 의무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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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은퇴 연령은 71세

고용노동부의 2013년 고령자고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정년은 업종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57세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 퇴직 하는 나이는 더 낮다. 통계청은 54세가 평균 퇴직 연령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4년 OECD가 발표한 ‘노화와 고용정책 통계’(Ageing and Employment Policies)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남성의 실질 은퇴 연령은 71.1세다. 여성의 은퇴 연령은 69.8세다. 정년이 60세로 보장된다고 해도 퇴직 후 10년 가까이 돈을 번다는 것이다. 실질 퇴직 연령을 기준으로 한다면 15년 이상 더 일 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일까. 일하는 것이 좋아서 퇴직 이후에도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다. 2014년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노후에 대해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별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전체의 73.1%나 된다. 정년에 가까운 50대를 기준으로 해도 67.9%의 인원은 정년 준비가 미비한 상황이다.

결국 퇴직까지 돈을 벌어도 퇴직 이후의 삶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2014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에 따르면 중고령자(50~64세)의 고용률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전체(15~64세) 고용률이 65%인데, 중고령자의 고용률은 69.9%에 이른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현상을 “고용률을 보이는 것은 장년층의 대다수가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되지 않았고,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평균 퇴직 연령은 54세인데 국민연금을 수급하는 나이는 65세로 늦춰지고 있다. 10년 가까이 소득 공백 기간이 발생하는 것이고,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나이가 되어도 받는 금액은 낮다. 2014년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책정한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61만 7,281원이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의 공표통계에 따르면 실제 수령금액은 평균 32만 원 정도다. 국민연금이 최저생계비 수준도 되지 않는 것이다.

국가에 의한 노후보장도 이뤄지지 않고, 노후생활을 위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54세에 퇴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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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정년 연장? 정년제 폐지?

통계청에 의하면 2000년 초에 7.2%였던 고령화 비율이 2017년에는 14%가 되며, 2026년에는 20.8%에 이르러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고령화 사회는 인력부족 현상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인구에서 1955년~1963년생들이 주축이 된 베이비 붐 세대는 712만 명(14.6%)으로 20~30대 청년층(587만 명)보다 125만 명이 많다. 이들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은 유소년인구(0~14세) 감소와 노령인구(65세이상)의 증가에 따라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 할 사람도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현행 정년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보다 먼저 인구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1994년 고연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하여 60세 정년을 의무화하였다(60세 미만 정년제 금지). 이어 2004년에는 고연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고연령자고용확보조치(정년연장, 정년폐지 또는 계속고용제도의 도입) 실시를 의무화해 2006년 4월 1일 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영국도 정년 제도를 폐지했으며, 프랑스는 60세 이상의 정년을 보장하고 있다. OECD의 많은 국가들이 정년 제도를 폐지하거나 퇴직 연령을 높이려 하고 있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은 2010년 ‘한국기업의 정년제도 현황과 개선방향’ 발제를 통해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경우 우리나라의 60세 최소정년의무제도의 도입 기한은 고령인구가 14%에 이르게 될 2015년경으로 볼 수 있으며 65세로의 정년연장은 고령인구가 20%를 넘게 될 2025년경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4월 정년연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년 60세를 보장받게 되었지만, 10년 후에는 또 다시 65세로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경영계는 기업부담 증가를 우려한다. 현재의 연공급 체계에서는 정년연장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많은 회사가 호봉제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다. 고임금 노동자들의 정년이 늘어나면 회사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퇴직하는 인원이 줄어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것도 정년연장 반대의 이유로 들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하고, 연공형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형 임금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새 임금피크제는 청년고용 문제의 해결책이 됐다. 정년이 늘어나는 대신 임금을 깎고 그 재원으로 청년 고용도 늘리겠다는 것이다.

우선 316개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우선 도입하고, 이를 통해 민간기업에 임금피크제를 확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잡음은 임금피크제가 대안이 맞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한다.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이미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민간기업에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제할 수 없고, 평균 정년이 54세인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는 의문이다.

직무·성과형 임금 체계로의 변화도 쉽지 않다. 지난 11월 25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기관장 워크숍을 열어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성과 및 향후 과제’를 발표했다. 그 내용 중 하나가 ‘성과주의 임금체계의 비간부직 확대’다.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은 즉각 성명서를 내며 반발했다. 이들은 “2010년부터 일부 관리직에 도입됐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줄 세우기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여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며 “공공부문의 성과체제를 앞세워 전체노동자에 대한 상시적인 해고, 임금과 근로조건 개악을 시도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계속해서 공공노동자를 겁박하고 2천만 노동자의 노동권을 유린한다면, 공공노련 전체 조합원은 전면 파업도 불사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도 성과연봉제 확대에 반대한다. 성과연봉제의 확대는 일반해고와 함께 기업에 ‘해고면허’를 준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대기업에서 매년 이뤄지는 희망퇴직, 명예퇴직에 비추어 봤을 때에도, 정년 60세가 강제된다고 해서 제대로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은 희망사항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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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속 짧고, 실질 정년 보장 안 되는데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년 제도는 1960년대 산업화 초기단계에서 공무원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일본의 연공주의 인사노무제도를 도입하면서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197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양질의 많은 근로자를 확보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정년 보장이라는 암묵적 계약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활용되었으나, 1987년 이후에는 정년 보장 기능이 약화되고 명예퇴직 등의 이름하에 강제적인 정리해고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7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개최한 ‘한국의 노동시장 평가와 유연안전성 확보 방안’ 토론회에서 금재호 한국 기술교육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평균 근속기간은 2014년 기준 5.6년으로 OECD 주요국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100대 대기업을 기준으로 해도 평균 근속 연수는 12년 정도다.

홍원표 전 노동당 정책실장은 “고령 노동자의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상황이라면 정년 연장 의무화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상시화된 구조조정, 강제퇴직이나 다름없는 명예퇴직·권고사직 등으로 인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한 정년조차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 의무화가 실효성을 얼마나 갖을지는 의문이다”라며 “실질적인 정년 보장이 가능하도록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의 요건을 강화하고,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 같은 사실상 강제 퇴직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