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악에 대한 교과서적 대안 만들고 싶다
노동개악에 대한 교과서적 대안 만들고 싶다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12.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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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임피제·일반해고 집중, 2016은 경쟁심화·실질적용이 이슈
노동조합이 문제해결에 필요로 하는 것은 ‘단결력’
[사람]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손해보험업종본부장

손해보험업계는 그간 타 업종을 휩쓸었던 성과제,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어느 정도 잘 비껴갔다. 하지만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으로 인해 이번에는 손해보험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 가운데 이기철 손해보험업종본부장을 만나 지금까지 스코어와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봤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2015년 손해보험업종본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손해보험업종은 기존에 진행했던 노사관계에 있어 타 업종에 비해 구조조정이 비교적 적었다. 이 말은 비교적 고임금·고연령에 있는 노동자가 다른 업종에 비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또 대부분이 정년으로 가는 구조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로 절감되는 인건비가 꽤 크다. 그렇게 때문에 사측에 임금피크제를 추진할 유인이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을 보면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임금피크제나 쉬운 해고에 있는데 결국은 이것이 고임금·고연령 노동자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정부에서 노동개악을 들고 나오자 한화손보 같은 경우 임금피크를 노사 합의가 아니라 회사 일방에서 밀어붙여서 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고 KB손보 같은 경우는 퇴출 프로그램으로 직원들 교육생을 뽑고 결국 모멸감을 느껴 스스로 그만두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퇴출프로그램은 올해 초 MG손보부터 시작이었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KB손보가 지난 10월 퇴출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내용은 소위 자신들이 평가한 저성과자들에게 리체인지프로그램(RCP)라는 것을 이수하게 하는데 교육 환경이 열악하고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곳에 모아놓고 사이버교육으로만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라 사실 교육효과를 보기 어렵다.

우리 업종본부에서는 올해 임단협 전략을 두 가지 방향으로 설계했다. 첫 번째로 우리가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고용안정이었다. 지부별로 고용안정에 대한 단협이 있기는 했지만 좀 더 강력한 조항을 만들어 내는 것. 또 이러한 단협이 없는 신생 지부같은 경우에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중요했다. 두 번째로 사측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비타협, 무교섭 전략을 세웠다. 아예 이야기를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었고 임금피크제 같은 경우에는 업종 공동교섭으로 하자고 대응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3개 단사가 임단협을 완료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향후 2016년 손해보험업종본부는 어떤 문제에 집중하려 하는가

“지난달, 금융위에서 ‘보험사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제 내년부터는 각 회사별로 경쟁이 심화되고 보험료 체계도 자율화되는 식의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는 이 변화가 손해보험업종의 부익부빈익빈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무래도 대형사들은 상품을 만들고 다루는 능력이 다르다. 그렇기에 중소형사가 따라가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고 결국, 중소형 손해보험사가 고사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가장 문제이다. 같은 업종에서도 근로자들이 근로조건의 차이나 급여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같이 안정적인 고용체제 안에서 같은 업무를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런데 이렇게 된다면 과도한 경쟁이 일상화 되고, 노동자들이 근로조건이나 고용조건이 크게 악화될 것이다. 그 부분이 우려된다.

두 번째는 IFRS라고 불리는 국제회계기준이 있다. 원래 IFRS는 2018년에 바뀌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2020년부터 바뀌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부채를 인식하는 기준이 달라진다. 보험회사 같은 업종에서는 지급준비금, 보험금을 항상 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부채부분을 어떻게 인식하고 적립금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기업 가치, 재무재표상 경영상태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우리가 볼 때, IFRS가 변화된다면 이것 역시 중소형사에게는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금융기조가 금융지주사 중심인 대형금융사 위주로 가다보니 분명 틈새시장에서 역할이 있었던 중소형사가 위축되고 고객의 선택권도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라 그것이 핵심적 문제가 될 것 같다.

또 임금피크제나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올해 논의하는 단사가 대부분이지만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내년부터 논의해야 한다. 더불어 전체적으로 논의했던 임피제가 실제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문제가 있다. 실제 적용되는 단계에서 제대로 설정해서 가는가. 또는 합의는 이렇게 하고 실제 시행할 때는 사람을 내쫒는 방식으로 잘못되지는 않을까. 이런 부분을 확인하는 단계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손해보험업종 조합원에게 한마디

“우리 손해보험업종의 특성상 고연령 노동자들도 상당수 있다. 어떻게 보면 대체로 인력구조가 피라미드형이 아니라 타원형이나 종형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젊은 조합원들은 승진적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 불만이 많고 고연령에 있는 조합원들은 고용 자체에 대해 불안감이 많은 상황이다. 나는 젊은 조합원들의 승진이나 교육에 대한 욕구가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고연령 조합원들이 일자리에 대한 불안을 늘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서로 논의와 타협, 노사교섭, 공동연구를 통해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 나가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어떻게 보면 임금피크제나 쉬운 해고 등,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에 대해 향후에 노동조합이 선택할 길, 회사가 선택할 길을 모색할 때, 손해보험업종이 풀어나가는 방식이 가장 교과서적인 방법들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인력구조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퇴출되는 방식이 아니라 젊은 조합원들에게는 직장생활을 하고 조합 활동을 하면서도 희망을 얻을 수 있고 또 평생을 회사를 위해 일한 노동자들에게는 고용안정과 어느 정도의 생활안정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지금, 모든 손보사들이 인력구조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임금피크문제 같은 문제에 대해 소통을 통해 그런 것들을 전달하고 찾아나갔으면 좋겠고 그 과정에서 업종본부나 산별노조, 각 지부의 지도부를 신뢰하고 거기에 뜻을 같이 해서 소통하고 같이 논의하며 문제들을 풀어나갔으면 한다.무엇보다 노동조합이 이런 문제를 푸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단결력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이 노조를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 내 뜻과 좀 다르더라도 그동안 우리가 잘해왔던 것처럼 항상 지도부 중심으로 단결해서 강력한 교섭력을 바탕으로 좀 더 나은 손해보험업종을 위해 함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