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인정 외에는 다 포기했다”
“노조 인정 외에는 다 포기했다”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12.1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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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인센티브 받는 직원은 노조 자격 없다’
ODS·구조조정 통해 회사 마음대로 직원 정리
[사람] 노명래 HMC투자증권지부 지부장

2014년 4월 16일, HMC투자증권에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 그리고 2015년 11월이 되기까지 HMC투자증권지부는 단체협약도, 노조 전임자도, 사무실도 얻지 못한 상태이다. 그 동안 HMC투자증권에는 구조조정의 칼바람과 ODS(Outdoor Sales)부서가 만들어졌고 사측과 노조 사이에는 고소고발과 징계가 난무했다. 어디서 많이 보던 광경이다. HMC투자증권은 ‘제 2의 대신증권’으로 불린다. 처한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다. 지금 노명래 HMC투자증권지부장은 ODS부서에서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노조 설립 이유와 현재까지의 과정을 설명해달라

“2013년에 통상임금과 관련해 대법원의 판결이 있기 1주일 전, 우리 회사에서 고정상여금 30%를 변동상여금으로 바꾸고 이를 저성과자에게 지급하지 않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반대하면 인사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둥 굉장히 많은 강압이 자행되었다. 전체 회사 인원 중, 반대자는 나를 포함한 3명 뿐이었다. 지점장이나 팀장 보는 앞에서 서명하라 그러니 반대를 못한 것이다. 이것이 노조 설립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2014년 4월, 노조를 설립했다. 이후 1년 반동안 단협만 35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전혀 진전이 없었다. 단협이라는 것은 임금부터 복지 등 여러 내용이 들어간다. 우리는 모두 포기했다. 대신 타임오프, 사무실, 차장 이하 조합원 인정만 요구하고 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는 대리 이하만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집행부 모두가 과장 이상인데 이 말은 지금 집행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얼마 전, 사장과 면담을 한 적이 있었다.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사고방식 자체가 우리와 너무 달랐다. ‘인센티브를 받는 직원은 노조 자격이 없다. 노조 하려면 인센티브를 모두 포기하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증권사 직원은 노조를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대화 자체가 통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노조를 만들고 회사에서 어떤 대응을 했는가

“노조 처음 만든 후, 성명서를 냈다. 바로 사내메신저에서 차단됐다. 회사 인트라넷도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차단됐다. 그 다음날, 회사는 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를 들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결국 얼마 전 무혐의로 결론 났다. 더불어 지금까지 수많은 경고가 남발되었다. 사무국장의 경우는 연차를 쓰고 집회에 나갔는데 연차결제를 안해주고 경고를 맞았다. 우리도 고소고발로 대응했다. 2014년 7월에 회사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회사가 강압적 방식으로 직원을 퇴직시키고 노조파괴를 일삼아 고소를 했었다. 그 결과, 지난 10월 21일 모 이사가 검찰의 기소로 100만 원 벌금처분을 받게 되었다.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회사가 계속 언급했던 것이 바로 ODS(Outdoor Sales)퇴출프로그램이었다. 회사가 명예퇴직 접수를 했던 당시, 170명 정도가 접수했다. 그러자 사측은 접수 마지막에 주말과 상관없이 계속 전화를 해서 나가지 않으면 ODS에 집어넣어서 계속 돌리겠다고 압박했다. 강압을 참지 못하고 7~80명 정도의 직원이 또 나가게 되었다.

9월에 ODS부서가 실제로 만들어지면서 20명이 배치되었다. 이 중 나를 포함해 17명이 노조 조합원이었다. 우리는 부당노동행위로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에서 부당노동행위, 부당전보가 모두 인정되었다. 중노위에서는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었지만 부당전보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주문에는 조합원을 전부 원직복귀시키라고 적었다. 하지만 회사는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냈다. 11월 20일에 소송의 판결이 난다.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저성과자 퇴출과 똑같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판결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우리의 경우, 저성과자 프로그램은 사실상 명퇴 불복자 퇴출프로그램이다. 대상자 88명 중 20명을 집어넣어 놨는데 17명이 노조원이다. 누가 봐도 노조탄압이고 부당행위다. 또 실적을 인정하지 않고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ODS에서 포인트를 맞추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ODS에 있는 한 여성 조합원은 다른 직원에 비해 월등한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포인트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30%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ODS는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직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조와 직원을 찍어내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성과급 차별지급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다

“올해 상반기, 장이 좋아져 흑자가 많이 났다. 특별성과급이 나왔는데 본사는 평균 400만 원, 지점은 50만 원씩을 받았다. 지점은 30만원은 현금, 20만 원은 상품권으로 지급했고 그마저 차별적으로 지급했다. BEP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은 지급하지 않았다. ODS는 받은 사람이 없다. ODS신설 당시, ODS직원은 실적부서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게 말해놓고 실적을 얘기하는 것이 문제다.

본사내에서도 차별지급은 마찬가지다. 같은 직급도 어떤 사람은 1000만 원 받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200만 원 받는다. 성과부서도 아닌 본사는 어떤 기준에서 이 차이를 판단하는가.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가 그렇지 않는가로 판단한다 본다.

사장과 면담했을 당시 사장은 ‘직원들 얼마 받는지 알 생각도 하지 마라. 직원이 얼마를 가져가야 하고 얼마를 더 받는지 알 필요도 없고 그것은 회사가 정한다’고 했다. 자기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1년 반 동안 투쟁 중인데 조합원 반응은?

“숨죽이고 있다. 회사는 취업규칙 강행하고 직원들을 반 강제적으로 내보내면서 보란듯이 ODS부서를 만들었다. 직원이 사장에게 반대 의견 냈다고 바로 대기발령 후 계약해지해버리고 있다.

1월에 취업규칙을 또 변경했는데 저성과자에게 의료비, 학자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딱 ODS부서에 들어간 노조 조합원에게 적용되는 내용이다. 솔직히 조합원들이 좀 나서줬으면 좋겠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으니 참여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다. 그래도 작년은 구조조정 당시 전 지점은 아니었지만 많은 인원들이 모여서 한 목소리를 냈다. 비록 지금 힘은 없지만 조합에 힘이 되는 것은 조합원들의 지지라는 것을 인식하고 회사는 절대 노동자의 편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회사는 회사의 편일뿐이다. 위기가 왔을 때, 조합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켜봐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