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우리의 요구는 화물연대를 인정하는 것
처음부터 우리의 요구는 화물연대를 인정하는 것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5.12.15 12:54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물연대’ 인정 문제로 갈등 겪은 1년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울 수 있을까?
[사람]윤종수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분회장

작년 11월부터 촉발된 풀무원과 화물연대 조합원 양측이 대립해 온 지도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른바 ‘도색유지서약서’와 ‘합의서 이행’에 관한 진실게임에, 이들이 긴 시간 동안 이어온 갈등의 본질은 가려진 듯하다. 그러는 와중에 서울 영등포와 여의도를 잇는 다리 옆 광고탑 위에서는 두 명의 화물연대 조합원이 한수(漢水)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풀무원분회 후원주점이 한창이던 여의2교 아래에서 윤종수 화물연대 충북지부 음성진천지회 풀무원분회장을 만났다.

 ⓒ 성상영 기자 sysung@laborplus.co.kr
풀무원과 지입차주들 사이의 관계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가 아니다. 풀무원 사태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논쟁거리인 ‘특수고용직’ 문제다. 지입차주들은 어디까지나 회사와 운송계약을 맺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름도 ‘화물노조’가 아니라 ‘화물연대본부’다.

“화물노동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요. 그래서 화물연대에 전임자가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화물연대 스티커를 차에 붙이는 걸로 소속감을 나타내는데, 이걸 막으려고 하는 거죠. 이것은 노조를 하지 말라는 거예요.”

풀무원 제품의 운송은 현재 자회사인 ‘엑소후레쉬물류(주)’에서 담당한다. 엑소후레쉬물류는 이를 ‘대원냉동운수(주)’에 위탁하고, 대원냉동운수는 지입차주들과 운송계약을 맺는다.

“지입이라는 형태가 이상하게 돼 있어요. 우리가 차를 분양받습니다. 그러면 내가 이 회사에서 운행을 하겠다고 하고, 이 회사 소속 번호판에 대한 걸 돈을 더 주는 거죠. 그러면 회사 번호판을 달아서 회사 차가 되는 거죠.”

그런데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양쪽 당사자가 모두 계약조건에 만족해야 가능하다. 어느 한 쪽이 불만족스럽다면, 계약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과도한 운행시간이 문제였죠. 어떤 날은 15시간에서 길게는 19시간 넘게 일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평일에도 이틀은 쉬어야 하지만, 월대(운송료)가 적기 때문에 쉬는 날에도 기사들이 나왔어요. 운행시간이 긴데 제대로 못 쉬다 보니 사고가 잦았습니다. 이렇게 사고가 나면 저희가 개인적으로 들어놓은 자동차보험, 적재물보험에서 해결했기 때문에 산재는 아닙니다. 그런데 제품 상하차 작업 같이 운행 중이 아닐 때 다쳐도 산재가 안 됐습니다.”

올해 1월 양측은 합의서까지 작성했으나 도색유지서약서와 합의서 이행 문제로 또 다시 대립했다. 결국 풀무원분회는 9월 4일부터 두 번째 파업에 돌입, 지난 10월 24일에는 분회원 연제복(48)·유인종(43) 씨가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두 명의 조합원이 광고탑에 오른 직후 풀무원 본사 직원이 현장을 다녀갔다고 전했다. 현재 풀무원 측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여태까지 파업으로 인해 회사에서 입은 피해를 저희보고 물어내라 하고 있고요. 사측에서 저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그쪽에서 지금 대화를 안 하고 있는데, 손배소 얘기도 경찰을 통해서 들은 거예요.”

▲ ⓒ 성상영 기자 sysung@laborplus.co.kr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서울 대림동 화물연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충북 음성에서는 조합원들이 대거 연행됐다. 이후 풀무원분회는 매주 수요일 저녁 여의2교 밑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회사와 우리를 중재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봐요. 회사와 우리가 감정의 골이 깊어지긴 했지만, 현재도 우리는 회사랑 만나서 이 문제를 매듭짓고 싶어요. 단지 스티커만 붙여놨을 뿐이거든요. 처음부터 우리의 요구는 화물연대 스티커를 차에 붙이는 것, 화물연대를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