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 MTB 시즌 시작
겨울 산, MTB 시즌 시작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12.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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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 줄어드는 겨울, 자전거를 가지고 산으로 간다
나무뿌리 뛰어 넘고, 바위에서 뛰어 내리고
[일.탈_ 나만의 힐링을 공개한다] MTB

기온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면, 실외에서 하는 활동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겨울이라고 방안에서 이불만 덮고 있을 순 없는 노릇, 겨울이 자전거를 타기 좋은 시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MTB(Mountain Bike)가 바로 그것이다. 산에서 타는, 겨울 산을 달리는 자전거의 매력을 소개한다.

 ⓒ 김명진
본격 MTB 시즌 시작

‘자전거가 산엘 왜 와?’라는 말은 너무나 쉽게 나온다. 등산의 인기가 올라가고 산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에게 산에서 만나는 자전거는 신기함, 그리고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는 않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무심코 툭 던진 말 한마디가 상처가 된다.

지나친 호기심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그거 얼마짜리에요?’와 같은 물음이다. 그래서 그들은 겨울 산을 즐긴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찬바람이 불어오면 산을 찾는 사람도 줄어들고 그들의 불편한 관심도 줄어든다.

“평소에 MTB로 산을 타다보면 등산객이랑 많이 부딪힌다. 물리적 충돌이 아니라 자전거가 산에 왜 오냐,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그래서 많은 MTB 동호회가 등산객이 없는 야산을 찾아간다”

산은 온전히 그들의 것이 된다. 거칠게 자라나 땅위로 쏟아난 나무뿌리와 땅 속에 깊이 박혀 있는 큰 바위는 훌륭한 장애물이 된다. 조심해 내려와야 할 경사가 심한 내리막은 기술이 좋으면 순식간에 내려오는 짜릿한 코스가 된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봄, 여름, 가을 보다 겨울이 본격 시즌이 되는 것이다.

“웬만한 산은 다 탈 수 있는데, 최근에는 등산객이 늘어서 계단도 많이 만들고, 거적때기도 깔고 한다. 그렇게 되면 자전거를 타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MTB를 탈만한 산이 많이 없어졌다”

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져 많은 편의 장치들이 생겼지만 이것이 오히려 자전거에게는 장애물이 된다. 즐길 수 있는 산이 줄어드는 것이다.

충격흡수! ‘샥’

산에서 타는 자전거는 기본적으로 충격완화 장치가 충분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동호인들 사이에서 ‘샥’(Shock Absorber)이라고 부르는데, 일반 도로를 달리며 받는 충격을 흡수하는 정도는 약과고 계단을 자전거로 내려오거나 커다란 바위에서 뛰어내릴 때의 충격도 흡수할 정도다.

앞 바퀴와 뒷 바퀴 쪽에 둘 다 샥이 있는 MTB를 ‘풀샥’(Full Suspension)이라 부르고, 앞 바퀴에만 샥이 있는 종류는 ‘하드테일’(Hard Tail)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꼬리(뒷 바퀴)에 샥이 없어 단단한 것을 의미한다.

“차이는 지오메트리(Geometry, 자전거의 형태)도 있지만, 샥이 얼마나 완충 완충작용을 하느냐다. 다운힐 같은 경우엔 20cm까지 줄어들며 충격을 흡수한다.”

산악자전거라고 해도 앞서 말한 풀샥과 하드테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 심한 험지를 달리거나 점프, 드롭(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기술) 등에 특화된 자전거도 있다. 목적에 따라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 XC), 올마운틴(All Mountain), 다운힐(Down Hill), 프리라이드(Free Ride) 등으로 구분한다.

 ⓒ 김상호
미션에 도전하고 극복하자

산을 자주 찾다보면 실력이 쌓이고 험로를 수월하게 극복하게 된다.

“안전하게 타기 위해서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길이 평평하지 않고, 장애물이 많아 순간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비탈진 등산로를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멈춰 서지 않고 달릴 수 있기 까지는 많은 연습과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운동화 신은 신발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나무뿌리도 자전거 바퀴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된다. 조심해서 내려와야 하는 비탈진 경사로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도 몇 번이고 넘어지고, 멈춰서 가면서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애물을 난이도에 따라 구분해 ‘미션’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작은 나무뿌리를 뛰어넘는 것부터 경사가 심한 오르막을 멈추지 않고 오르기, 큰 바위 위에서 뛰어 내리기 등 다양한 미션이 존재한다. 산의 지형마다 미션의 형태도 다양하고 난이도도 다르기 때문에 기술을 충분히 익힐수록 도움이 된다.

“잘 타는 사람은 멈추지 않고 막 갈 수 있지만, 초보가 있으면 자주 멈춘다. 구간 별로 멈추고, 또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즐겨야 하는데, 초보자와 함께하는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

혼자서는 제대로 된 기술을 익히기 어렵기 때문에 잘 타는 ‘고수’의 지도를 받기도 한다. 고수들은 대부분의 미션을 수월하게 극복하는 비법을 알고 있고, 요령을 잘 알기 때문에 초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산길은 자주 가야 눈에 겨우 익기 때문에 고수는 길잡이의 역할도 한다. 초보자는 조심스럽게 산을 달리기 때문에 자주 멈춰서고 기다리며 함께 산을 타는 것이다.

부상을 대비한 보호장비, 구급약 준비는 기본

당연하게도 다치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반 도로를 달릴 땐 피해가면 될 장애물을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흙길과 낙옆을 밟고 달리다 보면 미끄러지기는 것은 다반사다.

작게는 피부가 쓸리거나 크게는 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크게 다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도로를 달리다가 차와 사고가 나거나 자전거 끼리 부딪혀 나는 사고가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험한 곳을 빠르게 내려오다가 잘못하면 넘어져 다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헬멧이랑 장갑이다. 그렇지만 크게 다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보호장비다. 헬멧부터 가슴, 팔, 팔꿈치, 정강이, 무릎 보호대와 장갑 등 많은 보호대가 필요하다. 물론 고수는 보호대의 개수가 적다. 헬멧의 경우에는 일반 자전거 헬멧과 달리 얼굴 전체를 가리는 풀페이스 헬멧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안전을 위해서다.

인터넷에서 MTB 동영상을 보면 절벽에서 뛰어내리거나 하는 등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기술을 보여주는데, 실제로 그 정도 실력을 가진 동호인은 많지 않다고 했다. 위험한 구간일수록 더 조심하기 때문에 큰 부상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본인 수준에 맞춰 즐기며 산을 타는 것이다.

조심을 충분히 하지만 다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 그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한다. 등에 멘 가방에는 구급약과 각종 공구, 부품 등을 챙겨 다닌다.

“일반 자전거를 타다가 문제가 생기면 택시를 불러도 되지만, 임도나 산을 타다보면 강원도 같은 곳은 휴대폰이 안 되는 곳이 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가면 대처 방법이 없다. 때문에 당연히 가방을 메게 된다.”

 ⓒ 김명진
철티비는 산에 갈 수 없다

산에 한 번 가면 짧게는 1시간에서 3시간 정도를 타는데, 달리는 거리와 시간은 일반 자전거에 비하면 짧은 편에 속한다.

최근에는 자전거 인프라가 많이 구축돼 자전거를 타는 인구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MTB를 타고 산에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로드바이크(사이클)을 타고 자전거도로를 달리고 일반 도로를 달린다.
MTB를 타고 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만큼 사람들의 인식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편이다.

1980년 초 우리나라에 MTB가 도입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MTB를 타게 됐다. 흔히 동네 아저씨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도 MTB의 형태를 하고 있다. 유사 MTB인데, 흔히 ‘철티비’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철티비는 MTB의 형태만 따온 자전거이기 때문에, 산을 타는 것은 위험하고, 비포장 길 정도를 달리는 것이 적당하다.

“철티비에 ‘이걸로는 산에 갈 수 없다’라고 쓰여 있다. 제대로 된 MTB를 사려면 200만 원은 넘게 줘야 한다.”

어떤 취미생활이건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 MTB의 경우에는 산 험하게 타야하기 때문에 튼튼한 자전거가 필요한 것이다.

산은 사회생활의 일탈, 해방구가 된다

김상호씨가 산을 찾는 이유는 등산객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심을 벗어나 교외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 만 해도 기분 좋은 경험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람도 없고 차도 없는 산 속에서 자전거를 타면 자연에 훨씬 가까워진다.”

산은 사회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해방구가 되는 것이다. MTB는 산에서 타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 젊은 사람은 산을 잘 찾지 않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것처럼, 자전거로 산을 달리며 일탈을 느끼는 사람은 대부분 나이가 제법 있는 편이다.

사계절 중 산을 찾는 사람이 많을 땐 등산객의 눈총에 자전거를 마음 편히 타기 어렵다. 어떨 땐 산 입구에 ‘자전거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기도 한다. 제대로 된 규정이나 제도도 없이 자전거를 산에서 타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가지고 산을 찾는다. 사람과의 잡음이 발생하지 않는 겨울 산을 더욱 좋아하는 것이다. 삶을 지탱하기 위한 휴식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산에서 찾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