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광주형 일자리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광주형 일자리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6.01.1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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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100만 대 생산을 넘어 지역혁신으로
경쟁력과 삶의 질 높이는 사회통합형 정책 추진
커버스토리_광주형 일자리, 무엇을 할 것인가? ①

“광주형 일자리? 그게 뭐다요? 광주시에서 한다는 말은 들어봤는디 당최 어찌케 돌아가는지 알 수가 있어야제.”

광주형 일자리를 취재한다는 이야기에 택시기사가 단박에 이렇게 말한다. 이 말 한마디에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광주시민의 정서가 묻어난다.

지역혁신 통한 사회통합 추구하는광주형 일자리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4년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취임한 이래 본격화된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 알려졌고, 지난해 7월에는 이와 관련한 연구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광주 지역에 자리 잡은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연간 62만 대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광주 지역은 국내 제2의 완성차 생산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 지역은 열악한 산업구조로 인해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김동헌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광주 지역은 청년의 역외유출이 심하고 일자리 미스매치도 아주 크다”고 이야기한다. 광주 지역에는 이렇다 할 산업인프라가 부족해 청년들은 졸업 후 보다 나은 일자리를 위해 광주를 떠나는데, 정작 광주 지역의 중소기업들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라는 것이다. 광주 지역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하남산단에는 연봉 2천만 원대 초반의 기업들이 많은데, 청년들은 이런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기업은 경제적인 이유와 소모적인 노사갈등을 우려해 국내 투자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지와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다는 원칙에 따라 해외생산을 늘리고 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과 함께 광주 지역에서 손꼽히는 기업이었던 금호타이어는 최근에 졸업한 워크아웃을 전후해서 극심한 노사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광주공장만 따로 임·단협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아자동차 역시 매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사정을 넘어서려면 새로운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 같은 필요에 따라 광주광역시는 윤장현 시장 취임 이후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통합형 일자리 정책’을 모색했다.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을 고민한 배경이다.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은 노·사·민·정이 상생협력으로 함께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다. 기존의 일자리 창출이 노사의 문제 혹은 노사정의 문제로 국한되는 데 반해,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에서는 지역의 시민사회 역시 일자리 창출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일자리 문제가 단지 일자리 몇 개를 만들었다는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와 연관된다는 의미이다.
나아가 지역사회의 경제주체가 참여와 협력으로 의사결정과 책임을 함께한다는 점에서도 다른 일자리 창출 모델과 구별된다. 또 기존의 공장에서와는 달리 작업장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용안정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적정임금을 통해 기업 간 소득격차를 줄이고, 주거와 교육, 의료는 물론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의 특징이다. 지역사회의 노·사·민·정이 함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사회통합형 일자리 모델인 것이다.

이 같은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사·민·정 각 경제주체 간의 상생적 협력관계가 필수적이다. 또한 각 경제주체가 말 그대로 주체로서 참여할 때 광주형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 광주광역시청
광주를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로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과 깊은 관련을 가지는 것이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 기반구축 사업’이다. 이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사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40만 대 규모의 새로운 완성차공장 하나를 더 짓는다고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 기반구축 사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광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물론 시민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광주형 일자리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장착해야 하는 것이다.

손경종 광주광역시 자동차산업과장은 “완성차 업체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 투자를 늘리면서 국내에서는 제조업이 침체되고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어떻게 하면 해외로 투자되는 부분을 국내투자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기업에서 고민하는 임금과 생산성 문제를 해결해 주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 투자하지 않겠느냐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임금과 생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으로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을 고민한 것이다.

현재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 기반구축 사업은 차근차근 수순을 밟아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4년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지난해 1월부터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나와야 이 사업과 관련한 예산이 편성될 수 있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여야 모두 이 사업을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으로 인정해 2016년 예산에 일부를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예산 규모가 작아지기는 했다. 이는 예산수립지침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 광주 지역에 자동차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 토지 보상비용 등에도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예산수립지침에 따라 국비와 지방비의 비율 등을 조정함으로써 예산 규모가 줄어들었다.
광주광역시는 현재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의 기반이 될 ‘자동차산업밸리’를 조성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를 친환경자동차 생산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그 기반이 될 부품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한편, 지역에서의 상생협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11월에 지역의 노·사·민·정을 망라한 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원회(위원장 정찬용)를 구성하고, 지역사회에서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토론회 등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공감대를 기반으로 광주광역시는 2016년부터 6년간 4백만㎡ 규모의 빛그린 국가산단에 자동차산업 전용부지를 조성하고, 융합전장부품센터 등 클러스터를 구축해 친환경 전장부품 등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광주 지역에 광주형 일자리라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자동차산업밸리를 조성해 광주를 친환경자동차 생산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총 사업비는 4천억 원 규모다. 다만 아직 예비타당성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2016년 정부예산에는 극히 일부분만 반영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