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가 일자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광주형 일자리가 일자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6.01.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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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가 될 것인가 평론가가 될 것인가
자기 유리한 대로만 해석하면 혁신 어렵다
커버스토리_광주형 일자리, 무엇을 할 것인가? ③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은 이미 광주 지역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2월부터 광주광역시청, 김대중컨벤션센터 등 공공기관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했으며, 7월부터는 최저임금보다 30% 더 높은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노·사·민·정이 협력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간다는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의 취지를 공공부문에서부터 실현하기 위한 광주광역시의 노력이다.

 ⓒ 광주광역시청
단순한 수치가 아닌 패러다임 전환 필요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를 이야기할 때 보통은 특정 기업이 투자를 하느니 마느니만을 이야기한다.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한편으로는 그만큼 소통과 참여를 위한 노력이 더 확산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특정 기업의 투자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평론가가 되어 이해당사자 한편의 양보와 결단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지역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광주광역시가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실제로 적용한 사례라는 것이다. 그러한 시도를 민간기업에 요구하기 전에 공공부문에서 먼저 하고 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 기반 구축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은 꼭 자동차산업에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또 광주 지역에서 먼저 시도되고 있기는 하지만 광주 지역만의 문제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서 임금수준만을 이야기할 문제도 아니다.

박병규 광주광역시 사회통합추진단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어느 지역, 어떤 업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서 지역혁신 모델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사·민·정이 협력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 몇 개 만들었다는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와 관련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임금 문제만 하더라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지만, 여기에는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 구조도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대기업 노동자보다 납품하는 부품업체 노동자들이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은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연관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연대임금을 통해 적정임금을 지급한다는 광주형 일자리의 기본 아이디어는 이와 같은 대기업과 부품업체 간의 불균형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의 해결이 개인에게 내맡겨져 있는 사회에서는 더 많은 돈, 더 높은 임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벌 수 있을 때 벌어놓지 않으면 노후를 춥게 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녀교육이나 주거, 의료, 문화 등 노동자를 둘러싼 제반 환경도 여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적정임금에는 이처럼 노동자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을 개선한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물론 이는 나라 전체의 틀을 바꿀 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지역사회 차원에서 먼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개선하고, 그러한 노력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에 녹아 있는 생각이다.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 지역혁신 모델인 이유다.

 ⓒ 광주광역시청
디트로이트냐, 슈투트가르트냐?

이 같은 지역혁신의 사례는 이웃 일본의 키타큐슈 지역이나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볼프스부르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미국 제1의 공업도시로 불렸던 디트로이트는 혁신에 실패한 사례로 거론된다.

외국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디트로이트에서처럼 자신의 이해관계만을 고집하면 혁신을 이룰 수도 없고 결국 남는 것은 모두 떠난 폐허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이나 독일의 사례는 서로의 이해관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실천에 옮길 때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노와 사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지역의 시민사회가 공동의 목표를 함께 추구할 때 혁신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을 놓고 서로 자기 유리한 대로만 해석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임금에 대해서도 한편에서는 깎일까봐 걱정이고, 다른 편에서는 낮은 임금으로 시작해도 나중에는 같아질 거라고 걱정한다. 또 다른 곳에서는 지금도 버거운데 임금이 올라갈까봐 걱정이다. 경영참여도 마찬가지다. 한편에서는 지금도 사사건건 간섭하는데 공동으로 결정하고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경영진이 알아서 해야 할 문제에 왜 참여해서 책임져야 하는지 불만이다. 시민단체는 감시와 견제가 주어진 역할인데 참여하라고 하니 부담스럽고, 지자체는 지금 하지 않으면 결과가 눈에 빤히 보이는데 생각처럼 따라와 주지 않는 이들이 원망스럽다.

이렇게 모든 내용에 대해서 자기 유리한 대로만 해석하려 들면 끝이 없다. 비슷한 시기에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맞은 디트로이트와 슈투트가르트가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정반대였다. 디트로이트에서는 노사가 서로를 비난하면서 갈등을 키웠던 반면, 슈투트가르트는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처했던 두 도시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금 광주가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겉보기에는 우리나라 제2의 자동차 생산도시로서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 외에는 이렇다 할 산업기반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그나마 자동차산업의 경우에도 광주에서 생산하는 부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광주 지역의 산업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환경의 변화에 언제 흔들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지역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다. 과거의 지역혁신과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 다른 점은 지역에서 혁신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갈 당사자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문제를 풀어갈 당사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평론가가 되어 관전평만 내놓을 것인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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