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곧 문화다
내 삶이 곧 문화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6.01.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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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통해 자신의 문제 풀어가게 해야
시스템의 부품이 아닌 인격체로서의 자존감 회복 필요
커버 인터뷰_ ⑦ 전고필 전라도지오그래픽 청년문화기획자 육성사업단 총감독

기업의 경쟁력과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함께 추구하는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삶의 질 향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 전체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삶의 질 향상이 이루어지려면 경제적인 기반의 마련 외에도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최소한의 생활 보장, 문화적 수준의 향상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 전고필 전라도지오그래픽 청년문화기획자 육성사업단 총감독
노동자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특히 광주는 문화시설마저 부족하다.

“노동자들은 남들이 공돌이라고 손가락질하면서 거들먹거릴 때 일을 했던 사람들이다. 당연히 이들도 공동체의 일부다. 광주의 구성원으로서 공동체의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마을공동체를 활성화시키면 된다. 사회에서 사람들이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게 만드는 것은 마을이다. 다른 곳에 가면 체면을 세우려고 하지만, 마을에서는 내 이웃, 옆집 사는 아저씨, 내 아들의 친구의 아버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거다.

문화적인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감수성은 지원금 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얼마 줄 테니 문화행사 한 번 해봐’ 하는 식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동반자적인 관계로, 사회적인 인격체로 노동자들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게 가능한 공간이 마을이라는 것이다.

지자체의 문화지원체계도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당장 문화시설 확충하는 것도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마을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를 마을공동체를 통해 풀어갈 수 있게 해주는 거다.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마을공동체로 모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컨베이어 시스템의 한 부품에 불과하다. 그런 사람들의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은 다시 마을로 돌아갈 때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마을에서 존재감을 인정받을 것이다.

마을이 학교다.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고 그 안에 초등학교 때 청소반장, 체육반장 하듯이 각자가 잘 하는 분야의 반장으로 세우면 어떨까? 예를 들면 자전거 수리를 잘 하는 사람을 수리반장으로 만드는 거다. 이런 부분을 모아 문화공간을 만들고 거점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을공동체마다 오늘은 자전거 펑크 때우는 날, 오늘은 톱질하는 날, 오늘은 답사 가는 날, 오늘은 아이들 학교 벽화 그리는 날 등등을 해보는 거다. 사람들이 모이면 그 중에 선생이 있기 마련이고, 그 선생이 끌고 나가는 방향에 사람들의 지혜가 모이면서 좋은 방법이 만들어지는 거다.

문화는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다.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가 문화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이 곧 문화라고 하는 자존심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관건이고, 마을공동체를 통해 그것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