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인하, 카드사 한파 불어 닥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카드사 한파 불어 닥친다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1.1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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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가맹점 97% 혜택 VS. 카드사 순익 30% 손실
카드사 몸집 줄이기 돌입, 해결 방안 보이지 않아
[사건]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논란

한겨울 칼바람보다 더욱 찬바람이 부는 곳이 있다. 2016년이 오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할지 모른다. 바로 카드사들이다. 11월 2일,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가 함께 한 당정협의회에서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를 큰 폭으로 내리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와 같은 방침이 정해진 이후 모든 카드사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카드사 중에는 매각설이 나오는 곳도 있으며 노사관계와 고용에 심각한 영향도 예상된다. 하지만 여론은 대부분 수수료 인하를 환영하는 분위기라 카드사 역시 대응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3년마다 하는 재산정, 우대수수료율 낮고 넓어져

2012년 이후 정부는 중소 영세 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적용 범위를 늘리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2012년에 4.5% 가까이 되던 영세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1.5%로 대폭 인하하고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도 연매출 4,800만 원 미만에서 3억 원 이하로 확대되었다.

더불어 국회는 지난 2012년 말, 업종별 수수료 체계에서 적정 원가 기반의 수수료 산정체계로의 전환, 시행령·감독규정에 영세가맹점 범위와 우대수수료율 수준을 명시, 향후 3년마다 수수료율 재산정을 골자로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으로 인해 이번 2015년 말 당정협의회에서 수수료율 재산정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번 조정안에 따르면 현재 연매출 2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에 부과되던 우대수수료율 1.5%는 0.8%로 0.7% 인하되고 연매출 2억 원 초과 3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에서 1.3%로 0.7% 인하된다. 그간 자율적으로 수수료율을 조정해왔던 연매출 3억 초과 10억 미만 일반가맹점 역시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자발적인 수수료율 인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업계 평균 수수료율인 약 2.2%에서 0.3% 하락한 1.9% 수준으로 낮춘다. 현재 2.7% 정도인 수수료율 상한선도 2.5%로 낮추고 1%였던 국세대납수수료도 0.8%로 인하하기로 했다.

체크카드 역시 영세 가맹점은 1%에서 0.5%로, 중소 가맹점은 1.5%에서 1%로 각각 0.5% 씩 낮아진다. 하지만 수수료 체계 외에 영세·중소가맹점의 범위는 변동이 없다.

이번 수수료 인하는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로 인해 2012년 6월 기준 3.83%였던 카드채 금리가 2015년 6월 기준으로 2.1%까지 1.73% 하락했고 결국 카드사가 자금공급 비용 인하를 감당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됨과 동시에 신용판매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라고 금융위원회는 밝혔다. 카드사 당기순이익은 2012년 1조 3,000억 원, 2013년 1조 7,000억 원, 2014년 2조 2,000억 원 등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도 상반기에만 카드사들은 1조 1,0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더불어 카드수수료의 60% 정도 대형 가맹점에 돌려주던 VAN사(결제 대행업체) 리베이트에 대해 금지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올해 7월 31일 통과된 것 역시 수수료 인하의 원인 중 하나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재산정 조치로 인해 가맹점의 97%인 238만여 개 가맹점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인하폭이 큰 영세가맹점의 경우 연간 최대 140만 원 정도, 중소가맹점은 연간 최대 210만 원 정도의 수수료를 덜 납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수수료 인하에 ‘환영’, 너도나도 인하 요구

가맹점들은 이러한 인하 방침을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영세 가맹점들은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1년에 1~200만 원만 절약해도 가계에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고 사람들이 현금보다 카드를 더 쉽게 사용하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하율이 높지 않았던 일반 가맹점과 몇몇 업종들은 불만스러운 상황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인하율이 크지 않았던 연매출 3억 원 이상 일반 가맹점도 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계 역시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의료기관과 약국 등 요양기관에 대해 카드 수수료 인하율을 매출액 기준이 아닌 일률적이고 보편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보편적 수수료 인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택시업계가 한국스마트카드(티머니)에,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들이 온라인결제대행사(PG)사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두 대행사는 모두 대형 가맹점으로 분류되어 있어 개인 업자들은 3~4%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가맹점 역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몇몇 대형가맹점들이 공문을 통해 카드사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고 다른 대형 가맹점들 또한 인하 요청을 검토 중이다. 이전 2012년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 때도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이 높아지자 대형마트, 이동통신사, 항공사 등이 일제히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카드사 순익의 30% 댕강

금융위원회는 이번 수수료 인하로 인해 카드사 수수료 순익이 영세·중소가맹점은 4,800억 원 정도, 일반 가맹점은 1,900억 원 정도 출어 총 6,700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카드사 내부에서는 국세납부대행 수수료율 0.2% 인하를 더해 7,000억 원 이상의 수익 감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과 비교하면 거의 30%의 손실인 것이다.

2012년 카드수수료율 인하 당시 카드사들의 2013년 순이익이익은 전 해에 비해 20~30% 가량 감소했었다. 당시에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가 약 0.3% 인상되었고 과도한 마케팅이 금지되어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했지만 이번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재산정과 더불어 5만 원 이하 신용카드 무서명 거래활성화, 연매출 100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리베이트 금지 대상 확대, 카드사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기간 단축 등으로 카드사 경영합리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몸집 줄이는 카드사, 노사관계 냉랭

인하 발표 이후 카드사의 지상과제는 비용 절감이 되었다. 소비자들의 부가 혜택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5년간 손댈 수 없고 당장 줄이면 소비자들의 여론이 악화되어 이탈이 나타나기 때문에 소비자 혜택 저하는 장기적으로는 나타나겠지만 내년 상반기 전까지 구체화되진 않을 전망이라는 것이 카드사 설명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알짜’ 신규 카드 발급을 줄였고 삼성카드는 카드 포인트 적립 기준을 변경해 카드사들의 주장이 실제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더불어 카드사는 내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장 내년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는데 광고나 복지 등 고정비용을 줄이고 내년에 새로 추진하려는 사업들도 시행 보류 중이다. 더불어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 감축도 진행될 전망이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벌써부터 인력 감축과 심지어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 최근 삼성그룹의 임원급 인사에서 34명 임원 중 8명이 옷을 벗었다. 전체 임원 중 25%가 구조조정된 것이다. 삼성카드는 11월, 휴직 및 전직지원 신청을 받았고 앞으로 있을 조직개편에서도 부서 간 통폐합이 예상된다. 더불어 삼성그룹이 삼성카드를 매각하려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현대카드 역시 GE가 가지고 있는 현대카드 지분을 신세계, J트러스트 그룹 등에 파는 것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가기도 했다. 그동안 구조조정 문제에서 자유로웠던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인력감축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크다. 은행권은 이미 3,000명 이상 인력을 감축했고 KB국민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 주요 카드사 CEO의 임기가 내년 초에 끝난다. 새로 오는 CEO가 정리해고를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KB국민카드의 경우 노조가 작년 임단협의 이행과 경영진의 경력직 채용 문제 해결을 위해 11월부터 농성을 벌이며 조정 신청을 해 놓은 상태라 내년에 지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 파업 등 노사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 신한카드 역시 최근 사측이 노조에 희망퇴직과 임금피크제를 논의해 새로 취임한 이성은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경영진 정책이 조합원 희생을 강요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BC카드 역시 사측이 임금동결을 요구해 임단협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우리카드 역시 사측이 임금 동결을 요구해 주장했다.

해답 없는 업계, 불만은 많지만

하지만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이러한 인하 방안에 반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 대부분이 카드대란과 같은 사건 등으로 카드사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은 데다 카드사가 2012년 이후 꾸준한 매출액 증가를 이뤄 카드 수수료 인하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카드사도, 수수료 인하로 연쇄적 피해를 입는 밴사나 노동조합 등도 드러내놓고 이번 인하 조치에 반발할 수 없는 것이다. 두성학 사무금융노조 여수신업종본부장은 “경제상황이 어려워 영세 가맹점이 힘들었던 것에 국민들이 공감하고 카드사와 노조 또한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일정 부분은 감내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거나 카드 미사용 포인트 국고 환수 등은 대응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하 조치가 경제적 측면에서 이뤄진 것이라기보다 정치적인 접근에서 이뤄졌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가격통제를 “금융권 자율성 창의성을 해치는 대표 사례”라 말해왔던 입장과 전혀 반대되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타 국가에 비해 유난히 높고 카드 보급률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금융정책은 정치적 입장이 완성된 이후 경제적 차원의 구조를 짜 맞추는 형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것도, 그렇게나 싸우던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경 KB카드지부장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관에서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고 시장에 직접 개입한다면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결정을 해치게 되고 결국 이러한 부담은 회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지금 여당에서는 미사용 카드 포인트에 대해서 재단을 만들어서 국가에서 환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국내 신용카드사의 수익성 관련 현안과 과제’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정치적 차원이 아닌 경제적 논리를 바탕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10년간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아진 적은 있지만 오른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지적하며 “카드사의 이익이 줄더라도 수수료를 올릴 수 없는 것처럼, 이익이 늘었다고 수수료를 낮추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 폭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지현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방안 관련 쟁점 및 과제’ 토론회에서 “시장에서 수수료율, 카드업계 수익구조, 결제비용 분담 구조가 자율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조사관은 “금리의 인하는 카드 수수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전체 비용에서 자금조달에 필요한 비용은 7~10%에 불과하다”며 이번 수수료율 인하가 과도하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인한 자금조달 절감액보다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사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또 “카드사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나 연회비, 카드론 등을 인상하고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부가서비스 역시 줄일 것이라 소비자의 후생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하며 “사적인 영역인 가맹점 수수료는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으로 비용 절감 외에 카드사의 대안은 대형가맹점들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대형마트, 이동통신사, 항공사 등 대형가맹점들에게 2%대의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상태고 현대·기아차는 인상폭을 알 수 없지만 인상안에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점포는 이러한 수수료 인상 요구에 대해 난색을 표하며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대형가맹점이 인상을 거부하더라도 카드사는 별다른 수단이 없는 상태다. 결국 카드사는 대형가맹점 수수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여론에 호소하거나 금융 당국이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인상 혹은 인상 협상 거부 시 대체 방안을 만들어주길 희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수수료 인하라는 한파에 옷을 껴입을 수는 있어도 한파 자체를 누그러트릴 수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