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제 저지, 투쟁 동력 충분할까?
성과제 저지, 투쟁 동력 충분할까?
  • 참여와혁신
  • 승인 2016.01.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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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투쟁 뒷수습 아직 안 끝났다
다양한 갈등 속, 연대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사건]성과제 저지 투쟁

지난해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공무원단체는 ‘공투본’을 꾸려 맞섰다. 국민대타협기구와 실무협의기구까지 이어진 싸움은 5월 29일에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마무리 됐다. 이제 정부는 성과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 노동조합들은 성과제 확대가 연금 개정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고 있지만 ‘연금투쟁’ 당시 수준의 동력을 모으긴 쉽지 않아 보인다.

 ⓒ 이상동 기자 sdlee@laborplus.co.kr
성과제 확대 방침에 다시 투쟁으로

인사혁신처는 12월 7일 ‘직무와 성과 중심의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한다. 현재 4급 과장급 이상, 외무직·대학교원 등 일부 직종과 관리자 중심으로 시행해 온 성과연봉제를 일반직 5급 및 경찰, 소방 등 특정직 관리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7년에는 5급 전체에 대해 성과연봉제를 실시한다.
또한, 전체 임금에서 성과급 비중을 기존의 2배로 확대하고 상위 2%의 고성과자에게 특별성과급 지급, 핵심과제 수행자에게는 중요직무급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면 ‘장기근속에 따른 임금 구조’를 개선하고 성과와 능력에 맞게 유연하게 보수를 결정할 수 있어, 유능한 민간 전문가 영입 및 고성과자에 대한 보상, 성과가 미흡한 공무원에 대한 보수 차등에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공무원 노동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성과주의만이 오로지 갈 길인 것처럼 부추기면서 공무원들을 갈등의 한복판으로 떠밀고 있다”며 “성과주의는 성과미흡자에 대한 조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퇴출제 도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국공무원노조)도 “이번 성과급제 확대 계획은 공직사회를 분열시키고 직업공무원제를 파괴하겠다는 수작이며 결국 퇴출제까지 이어지는 정권의 선전포고”라며 “공직사회에 대한 노동시장 개악인 성과급제 확대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보인다.

 ⓒ 이상동 기자 sdlee@laborplus.co.kr
연금투쟁 뒷수습 아직도

양대 공무원 노동조합이 우려하는 것은 ‘공정한 평가가 불가능 하다는 점’과 ‘퇴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이다. 공노총 소속의 한 임원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돈’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성과제는 ‘생존’과 관련된 것”이라며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쟁 열기는 연금투쟁 만 못하다. 공무원 노동조합의 ‘공투본’ 재결성은 어려워 보인다.

이는 2015년 상반기에 끝난 연금투쟁의 뒷수습이 채 끝나지 않은 탓도 있다. 우선 공노총은 연금합의 이후 얻어낸 ‘공무원 및 교원 인사정책 개선방안 협의기구’를 통해 정부와 논의를 진행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연금투쟁 이후 내분을 수습하기에도 바빴다. 일부 지부가 탈퇴하고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상처를 남기고, 10월이 돼서야 후임 집행부가 선출되며 마무리 됐다.

전교조 또한 ‘교원평가 제도 폐지’를 촉구하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연금투쟁 당시 공투본에는 참여했지만, ‘합의는 절대 불가’라는 강경한 입장을 계속 보여 왔기 때문에 합의로 마무리 된 투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또한, 새롭게 출발한 통합공무원노조와 중앙행정기관노동조합, 한국공무원노동조합과 함께 만든 ‘공무원노동단체총연합(공단연)’을 놓고도 전국공무원노조에서는 ‘배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더더욱 연대는 어려워 보인다. 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조는 집행부 간담회에서 성과제 확대 움직임에 대한 공동대응을 논의하며 “공동대응에 공단연은 배제하기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부의 성과제 확대에 공동대응의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지만 ‘연금투쟁’ 당시의 ‘공투본’ 형식의 투쟁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 이상동 기자 sdlee@laborplus.co.kr
성과제 대응 확대되고 있지만

전국공무원노조의 경우에는 후임 집행부 선출 이후 성과제 투쟁에 더욱 힘을 쏟는 모습이다. 김주업 위원장은 12월 3일 공노총이 개최한 ‘정권규탄 대정부 투쟁 출정식’에 참가해 “성과제 투쟁에 함께 연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노총 역시 ‘인사정책협의기구’의 활동 종료가 가까워오자 성과제 투쟁에 힘을 싣고 있다.

12월 22일에는 ‘100만 공무원 전국동시 대정부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전국 광역시·도 연맹 및 단위노조(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제주특별자치도)는 각 시·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주의가 공직사회를 뒤덮고 있다. 공공성은 쓰레기통으로 보내고 오로지 실적만 따지겠다고 한다. 성과연봉제나 퇴출제를 통해 공무원을 민간 기업처럼 부려먹겠다고 한다”며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다. 이와 함께 서울정부청사 후문에서 1인 시위도 진행했다.

양 노조가 성과제 확대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공동대응은 쉽지 않다. ‘공투본’ 결성 논의도 진행됐지만 공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금투쟁의 끝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공투본 형식의 연대 투쟁은 주저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공무원 노동조합은 최근 공공부문 노동조합과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12월 29일에는 ‘공공부문 성과연봉제·퇴출제 중단 요구 범 공공부문 노동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지난 임금피크제 투쟁 당시 공공 공투본을 꾸렸던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공공노련, 공공연맹, 금융노조 등 5개 단체와 공노총, 전국공무원노조 까지 총 7개 단체가 모여 공동 투쟁과 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세부적인 계획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성과제 확대가 공공부문의 ‘공공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의 잘못된 공공부문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조합들은 정부여당에 대한 정치적 심판과 대정부 투쟁 등 공동대응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가 성과연봉제 추진과 노동개악 정책부터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공무원,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지방공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공공부문 노동조합 전체의 단결된 저항, 초유의 투쟁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성과제 투쟁 전선은 점차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반응은 여전히 뜨겁지 않다.

 ⓒ 이상동 기자 sdlee@laborplus.co.kr
발등에 불 안 떨어졌다

양 공무원 노동조합의 집행부는 성과급제 확대가 ‘직업 공무원제도를 훼손’하고 ‘줄서기’, ‘협업 훼손’ 등의 모습으로 변질돼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전 공무원에 대한 성과제 확대와 성과미달자에 대한 ‘퇴출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돈’이 문제가 아닌 ‘퇴출’을 걱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다.

그렇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것이 지금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는 말이다. 연금투쟁은 전 공무원을 포함해 국민연금과 공적연금까지 포함하는 시민단체와의 연대가 이뤄졌다.

연금투쟁이 ‘힘 있게 잘 싸운’ 투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사자가 전체 공무원이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이뤄지면 직급과 관계없이 모든 공무원의 연금이 깎이는 것이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사학연금 공동대책위원회, 한국노총 공동대책위원회 등 50여 개 공무원·교원 단체가 포함돼 함께 했다.

또한, 302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결성된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도 출범하며 공무원연금법 개정 투쟁에 힘을 모았다.

그러나 이번 성과제 확대 조치는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은 해당되지 않는 사안이기 때문에 ‘관심이 덜 하다’는 것이다.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성과제 확대의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6급 이하의 일반직 공무원만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은 ‘고공단’, ‘5급 이상 관리직’의 성과제 확대와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위직 공무원 중 많은 인원이 5급 이상의 관리직이 되지 못한 채 정년퇴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보는 것이다.

현행 성과급제도에서도 공무원 노동조합은 ‘공정한 평가가 불가능’ 하다는 이유를 들어 지급된 성과급을 거둬 재배분 하거나 성과 등급을 돌아가며 받는 방식으로 성과제를 사실상 거부 해왔다. 앞으로도 똑같을 것이라는 것이 조합원들의 생각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니 연금투쟁과 같은 투쟁 동력이 나오기는 어렵다.

 ⓒ 이상동 기자 sdlee@laborplus.co.kr
퇴출제 저지 위한 강력한 투쟁은?

공공부문의 성과제는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공무원의 성과제 역시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노총은 인사정책협의기구 활동이 종료 되는 시점에서 성과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작년 8월부터 성과제 대응을 계속해오며, 9월에는 ‘임금피크제 반대, 성과급제 폐지, 퇴출제 저지’를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건 ‘총력투쟁 선포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2015년을 지나 2016년 상반기에는 다시 공무원들이 투쟁에 나서야 되는 상황이다. ‘내 일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일처럼, 집행부가 걱정하는 것처럼 ‘퇴출제’로 이어지는 상황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하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무원의 자살까지 이어지게 만든 과거의 ‘퇴출제’의 기억은 연금투쟁 당시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지만, 현장의 조합원들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동기와 전체 공무원 노동조합의 연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무원 노동조합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