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깨지는 것은 참을 수 없어
‘신뢰’가 깨지는 것은 참을 수 없어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1.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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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경력직 채용 등 지주·경영진 전횡과 투쟁할 것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금융당국 중용 지켜야
[사람] 이경 KB국민카드지부 지부장

KB국민카드지부는 지난 11월 17일 저녁, 여의도 KB금융지주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지주와 KB카드 경영진을 규탄했다. 이후, 한 달이 넘도록 KB카드 본사에서 농성도 벌이고 있다. 이유는 임단협과 노사 협의 없는 채용 등 다양하지만, 이경 지부장은 여러 번 ‘신뢰’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개념을 지키지 않았기에 지금과 같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합의된 임단협 내용을 다시 논의하자고 한다던데?

“올해 4월에 1사분기 노사협의회를 시작했다. 회사는 작년 임단협에서 논의한 통상임금 범위와 직원 연금, 개인보상 차등지급, 피복비 등을 타 카드사에 맞춰 다시 논의, 시행하자고 말했다. 원래 이 자리는 작년 합의내용에 대한 시행안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그렇게 시작한 논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9월 7일 임단협도 마찬가지였다. 카드사 업계 전망 등을 들어 임금 동결을 요구했다. 협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12월 2일, 중노의 1차 조정회의를 했으나 결렬되었고 11일 2차 조정회의를 앞두고 있으나 전망이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 참여와혁신 DB
조정회의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논의되었는가?

“지금 회사 측은 임금은 동결된 채로 통상임금과 직원연금 두 부분 모두를 직원 임금의 2% 범위 내에서 반영하겠다고 말한다. 지금 금융노조 산별교섭이 2.4%로 끝났다. 0.4%는 반납하겠다고 한다. 아마 KB손해보험의 경우도 그렇고 지주회사가 급여 인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2%로 제한을 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고 있다.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작년보다 높은 당기순이익을 실현했고 지주 계열사별로 성과가 다른데 사회주의국가처럼 모두 몇 %로 맞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열심히 일해 성과를 냈으니 적절한 임금인상이나 성과급 배분이 실현되어야 하고 작년에 하기로 했던 부분은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번 중노위에서 일정부분 급여를 인상하는 조정의견이 나왔음에도 사측은 ‘급여를 인상한다면 작년 합의내용은 내년 임단협에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년부터 가맹점수수료인하로 인해 카드사 사정이 어려워진다지만 그건 작년 임단협을 지키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예년 같으면 조정에 이르더라도 노사가 교섭을 지속적으로 했다. 2013년의 경우 2차 조정 전날에 타결하고 그랬는데 이번에 사측은 교섭 과정에서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노사협의회나 임단협에서는 노조 측에서 절충안을 내놓은 상태다. 우리는 11월 초에 3번의 교섭을 할 동안 진전이 없다면 교섭결렬을 선언하겠다고 밝히고 2주 정도 시간을 줬는데 그동안 사장은 교섭은 신경도 쓰지 않고 해외 외유성 출장을 했다.

나는 지금 노사가 임금협상이나 다른 부분을 빨리 마무리하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해 회사가 대외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부분을 카드사노조끼리 연대를 해서 대응해야 되는 시기라고 본다. 그런데 카드사 급여 전반을 하향평준화 하는 식의 대응은 지금 각 카드사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고 그 배후에는 지주가 있다고 본다.”

회사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주에 종속된 경영이 문제다. 우리 KB카드는 분사 이후 매년 3,000억 이상, 많이 낼 때는 4,000억 이상 당기순이익을 내 오고 있다. 올해도 약 3,500억 정도 당기순이익이 예상이 된다. 보통 당기순이익이 나오면 유보금을 둬서 조직 확대나 마케팅 등에 사용해야 하는데 작년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는 시기, 윤종규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배당으로 우리 한해 당기순이익에 해당하는 3,000억을 지주에 가져갔다. 우리는 유보금은커녕 한 해 당기순이익을 다 준 것이다. 최대주주가 KB금융지주니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갔다면 카드사의 시장 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주가 인력이나 예산 측면에서 도움을 줘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

우리가 분사 후, 5년 동안 영업점 하나를 늘리지 못했고 조직 확대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작년, 고객정보 절취사건때는 은행 거점점포나 지점에서도 고객들이 많이 오니 고생한 것은 알지만 은행 직원들에 대한 시간외수수료 명목으로 148억 원을 가져갔다. 148억이면 우리 전 직원 3개월 치 급여에 해당한다.

사장이 지주, 윤종규 회장의 눈치를 보면서 경영하고 내부적으로는 고생하고 노력한 직원들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본인의 자리와 임기 연장에만 급급해 조직의 확대, 직원들에 대한 사기진작, 미래와 현실에 대한 경영진으로서의 역할은 완전히 방기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경력직 채용 문제도 사장 퇴진운동의 원인이던데?

“김덕수 사장이 일반 경력직을 4명 채용했다. 11월 4일 사무금융노조 투쟁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는 야간에 채용에 대해 시행문이 나왔다. 그래서 우리가 5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하면서 채용 취소하고 재논의 할 것과 사전에 경고한대로 사장퇴진운동을 진행할 것을 밝히고 퇴진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분사하고 인력공급실패로 사람이 부족할 때 무분별하게 지인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갑작스럽게 전문 경력직을 채용했고 그 사람들을 또 무분별하게 2년마다 일반직 전환을 시켰다. 2번째 심재오 사장의 취임 이후 전문 인력 채용을 중단하고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로, 정 경력직이 필요한 경우 채용의 범위 등에 대해 조합과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미 그 전 최기의 사장과 단협에서도 고용안정협약을 맺으며 확인한 부분이다. 그래서 경력직은 소규모로 협의를 통해 채용해 왔다.

올해 초에도 전문직이 일반직 전환은 경력이 많은 사람은 5년, 적은 사람은 10년 근속기간을 지나 복합평가를 고려해 일반직으로 전환을 시키자고 합의를 했다. 그런데 사장 임기를 얼마 안남기고 4명을 채용한 것이다. 외부에서 보면 사람 뽑는 것이 뭐가 문제냐 하는데 이렇게 합의까지 해놓고 임기 얼마 안남기고 그랬다는 것은 청탁이나 그런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4명의 사람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분명 김덕수 사장에게 문제가 있다.”

 ⓒ 참여와혁신 DB
영세가맹점 수수료인하로 인해 카드사 전망이 밝지 않은데?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이다. 여야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수수료인하에 대해 시장에 맡기지 않고 인위적 조정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수수료인하가 이뤄지면 전 카드사 당기순이익이 1/3 정도 낮아질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익환원 차원에서 영세가맹점의 수수료 인하는 나름대로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카드사의 관계에서 갑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는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총선 끝나고 1년 이내 카드사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될 것이고 결국 현재 9개 브랜드 카드회사들에 있어 시장 내 구조조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수료인하를 발표하자마자 삼성, 현대카드의 매각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가맹점에서 실현하지 못하는 수수료 수익에 대해서는 분명 회원에게 그 많은 부분들이 전가될 것이다. 가격정책에 있어서 그간 들여왔던 마케팅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회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나 마케팅 범주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사실 카드사가 카드대란이나 수수료 등으로 시장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카드 사용으로 인해서 사용자들의 지불 편의를 제공한 장점도 있고 소득투명화로 세수확보를 해 정부에 기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가맹점과도 현실적으로 서로 Win-Win하는 관계다. 카드를 많이 받으면 그만큼 매출 신장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항공사, 자동차, 백화점, 할인마트, 주유소 등 재벌들이 운영하는 대형가맹점 수수료는 1.5% 전후다. VAN 수수료 등을 제하면 역마진이 나는 가맹점 업종도 있다. 관에서 TFT를 구성해 카드사 협의를 거쳐 최소한 2%대, 아니면 업종별로 1% 후반이나 2% 초반 정도로 현실적인 수수료를 책정하는 방안도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외국의 사례를 연구하고 카드사의 조달금리에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관의 개입은 한쪽 방향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조합의 입장이다.”

앞으로의 투쟁방향은?

“우리 조합원들은 작년 임단협 합의사항에 대해 약속을 지키지 않고 꼼수를 부리며 정당한 성과에 보상하지 않는 지주의 개입에 분노하고 있다. 지주 경영진, 부장급 이상 가운데 카드 업무 경험자가 없다. 숫자만 볼뿐, 사업에 대한 이해도 없고 한다고 하면 반대만 한다. 어떻게 시너지를 발휘하고 계열사가 성장하겠는가.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지켜야 할 덕목이 바로 신뢰다. 노사 간 신뢰, 내부 직원 간 신뢰, 그런 신뢰가 깨지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단체행동을 하지 않으면 ‘그래 니들은 주는 대로 군소리 말고 일이나 해’라는 식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고 그런 부분에 대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주도하에 여론을 호도해서 그렇지 금융노동자 중에는 정년도 채우지 못하고 명예퇴직해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고임금이라고 하지만 자기돈 들여가며 영업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업무강도 측면에서는 야근이 없는 날이 없을 정도로 힘이 든다. 100만원 더 받으면 100만원만큼 인간으로서의 삶이 없어진다.

우리는 상식을 위한 투쟁을 하는 것이지 비상식적 임금인상을 위해 투쟁하지 않는다. 지주가 계속 주체성,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뒤에 숨어 가이드라인을 통해 배후조정하고 흑막경영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손해보험과 증권사도 인수해 금융지주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더 이상 은행 위주의 경영을 지양하고 각 계열사의 성과, 자율경영, 경쟁력을 높이는데 발목 잡는 일을 반복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는 과거 흡수합병 당시 파업을 경험한 조합원들이 있고 국민은행, 주택은행 통합 당시 파업을 경험했던 조합원이 있다. 우리가 쟁의행위를 한다면 KB 경영진이 잘못 경영하는 부분에 대해서 솔직하게 외부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한마디.

“우리는 항상 어려운 위기를 겪었었다. 흡수합병이나 노사갈등 때문에 나타난 위기도 있었고 작년에는 고객정보절취사건으로 인해 회사 존립이 어려워졌던 위기도 있었다. 우리가 그런 위기의 시간을 통해 배운 것은 조직에 대한 애사심과 동료에 대한 동지애를 가지고 하나가 되었을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사측은 벌써 직원들에게 ‘파업하면 고객들이 다 떠날 것이다’고 한다던데 그건 관리자들의 자리연명과 임기연장을 위한 무책임한 역선전에 불과하다. 고객들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정당하게 단체행동을 하며 그런 일을 계기로 해서 노사상생의 문화를 만들 수 있다. 노동자를 중시하고 건전한 경영을 하며 조합원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사기진작이 된다면 그런 장점을 노동자, 조직, 고객이 공유하면서 회사가 더욱 발전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10%밖에 안되는 노동조합 조직률, 실제 활동률은 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국민들에게 노조가 집단행동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건전한 조직문화, 사회발전에 대해 역할을 하는 조합으로 인식되기를 바라고 또 그런 조합이 있는 회사의 조합원으로서 우리가 사회적 책임,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하나가 된다면 어떤 어려운 위기라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