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동떨어진 ‘선박안전’
현장과 동떨어진 ‘선박안전’
  • 참여와혁신
  • 승인 20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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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규정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
과도한 업무량, 인력 부족에도 증원은 달랑 5명 뿐
[사람]송명섭 선박안전기술공단노조 위원장

세월호 사고 이후 선박안전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졌다. 정부는 선박안전을 위해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도 선박안전과 관련된 질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선박사고 예방을 위한 각종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기만 하다. 송명섭 선박안전기술공단 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 현장의 상황을 들었다.

 ⓒ 선박안전기술공단
늘어난 검사 항목, 시간은 더더욱 부족

“예전보다 검사가 더 강화되고 봐야 할 점검표 항목도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현장검사원 입장에서는 더 철저하고 세밀하게 검사해야 한다. 기존보다 검사시간도 훨씬 많이 걸린다. 예전에 30분이면 충분히 보던 배도 1시간, 2시간 이상 봐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선박 점검 시 사용하는 검사점검표 항목도 대폭 늘어났다. 총 8종 302개 항목에서 14종 1,093개 항목이 된 것이다. 그만큼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어떤 지원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선박 1회 검사 시 소요시간은 4시간으로 책정돼 있다. 이 4시간에는 사전 서류 검토, 이동시간, 실제 검사시간, 보고서 작성 시간까지 모두 포함돼 있는데,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렵다고 했다.

4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면 하루에 2척을 검사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하루에 10척 이상을 검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밤에는 검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1척을 검사하는 데 1시간도 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이동하는 시간이 50% 이상이다. 검사인력은 적고 검사대상척수는 많다보니 조그마한 배는 30분 이동해서 5분 검사하고, 다른 배로 이동하는 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5분 동안 무엇을 제대로 볼 수 있겠나. 물론 큰 배는 이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보긴 하는데, 작은 배를 보더라도 5분이 아니라 충분한 검사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박 검사는 자동차 검사와는 달리 그 배가 어디에 있건 검사원이 직접 배를 찾아가 검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고 검사량이 적은 것도 아니다.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검사원 1인 당 연간 1,200여 건의 검사를 하고 있다. 일일 검사건수로 따지면 8건(2015년 8월 말 기준)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선박안전에 대한 철저한 검사와 예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 선박안전기술공단
바쁜 현장, 실수에도 ‘형사처벌’

사고예방은 물론이거니와 선박을 제대로 검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검사원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간다. 검사원들은 형법이나 선박안전법에 따른 형사처벌의 위험도 안고 있는 것이다.

선박안전법 제83조(벌칙)에 따르면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증서를 발행하거나 또는 자체검사기준에 합격하였음을 나타내는 표시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금품, 향응 수수와 같은 비리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시간에 쫓기고, 바빠 수많은 검사항목 중 일부를 빠트리거나, 제대로 확인하지 못할 경우에도 검찰에 기소를 당한다고 했다. 이는 세월호 사건 이후에 더욱 심해졌다.

“해경이 원래 도면하고 다르다고 검사원을 기소했다. 현장검사원이 합격을 시켜줬다고 기소한 것이다. 그 부분이 선박의 안전하고 크게 관련 있는 부분도 아니다. 정말 문제가 된다면 철거하라고 지시하면 될 것인데, 검사원이 잘못 했다고 기소를 한 것이다.”

과도한 업무량과 검찰의 기소로 현장 검사원들의 자부심은 떨어지고, 재판 결과에 따라 내부 징계도 이어진다. 결국 회사를 나가야 되는 상황까지도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현장검사원들의 퇴사율도 높아졌다.

공공기관의 특징인 직업 안정성이 훼손되고 거기에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다보니 현장검사원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요구하는 법대로, 규정대로 검사를 할 테니, 인력을 거기에 맞춰 달라 이거다. 아니면 규정을 현장에 맞게 조정을 해주던지, 하다못해 실수한 것 때문에 잡아가진 말아야 하지 않겠냐. 현장 상황이 이렇다.”

 ⓒ 선박안전기술공단
인력 증원은 5명 뿐

송명섭 위원장은 노동조합에서 지속적으로 인력증원을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인력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회사에서 기재부에 검사원 정원 55명 증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5명을 늘려준 게 전부다. 회사에서는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버티라고 말한다. 답이 없는 상황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현장검사원은 110명 정도에서 변화가 없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선박검사만 1인당 하루 8건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선박 검사에만 온전히 매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매년 해수부, 국민안전처, 검·경, 지자체 등에서 실시하는 각종 합동안전점검에 수십 차례 동원되고 있다. 정부의 각종 기술용역도 수행해야 하고, 어선원에 대한 안전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결국 선박검사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더더욱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세월호 이후 인력이 더 증가 돼야 할 상황이지만, 오히려 지자체나 해경으로부터 차출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경, 지자체, 해수부에서도 합동점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인 법적 검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1회적 캠페인성으로 하는 점검인데, 해경 등 정부기관은 실적을 얻을 수 있지만 담당 검사원은 하루 업무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합동점검 이후에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면 책임은 당연히 검사원에게 돌아온다.”

그 밖에도 수상레저기구의 검사, 낚시터안전성검사, 낚시전문교육도 담당한다. 해수욕장의 작은 모터보트나 강, 호수에 있는 보트도 검사해야 하는 것이다. 그 수도 연간 4천여 대에 이른다.

 ⓒ 선박안전기술공단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 어민과 갈등 지속

송명섭 위원장은 인력 충원과 함께 제도변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강화되고 있는 규제가 현장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안전하고 관계된 부분은 괜찮다. 하지만 안전하고 관련되지 않은 규제가 상당히 많다. 그런 부분을 좀 풀어달라는 것이다. 안전과 관련되지 않은 부분도 정부가 고집하고 있으니 분리해서 생각하자는 것이다.”

어선의 경우에는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 배를 가지고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규정이 많이 강화되다 보니 현장의 어민들은 강화된 규정에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규정을 지키지 못해 검사에 통과하지 못하면 당장 배를 운항할 수 없게 되고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일부 어민들은 거칠게 항의하기도 한다. 칼을 들고 검사원을 협박하거나, ‘대충 넘어가라, 못 한다. 배 째라’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검사원도 위험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다. 자신이 규정 위반으로 처벌되고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규정 개정작업을 현실에 맞게 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강경일변도로 나오다 보니 현장에서 어민들이 쫓아오지 못한다. 검사원들이 수리보완 요청이나 고치라고 요구하면 다 돈이 드는 것이다. 어민 입장에서는 그 돈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 선박안전기술공단
“안전을 검사하고 싶다”

지금 현장에서는 검사원들과 어민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마찰이 생기고, 제대로 된 검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규제나 어업허가사항까지는 우리가 안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안전 검사 기관이니까 이 선박이 안전한지 안 안전한지를 검사했으면 좋겠는데, 지자체나 경찰이 단속하고 관리하여야 하는 어업허가사항까지 검사원에게 떠 맡기고 있다. 한마디로 힘없는 산하기관에게 모든 총대를 짊어지게 하여 검사원들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결국 인력 증원, 제도개선 뿐이다. 하지만 제도개선은 당장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인력 증원에 대한 부분도 기재부에서 쉽게 허용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전체 업무량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 노동조합은 수상레져기구 검사를 해경에 반납하자고 요구한다. 원래 해경이 담당하던 것을 공단에서 맡은 것이다. 수상레져기구 검사까지 할 여력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송명섭 위원장은 ‘검사 할당제’와 같은 제도를 단체협약에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일부 안전검사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월 별 검사할 수 있는 수량을 정해놓고 그 이상 업무를 하는 것은 안전 상 위험이 따르는 것으로 간주한다.

“당장 업무가 안 되니까. 회사에서 반대할 것 같다. 꾸역꾸역하고는 있는데, 이렇게 하면 또 사고가 터질 수 있다. 우리들 입장에서도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충대충 검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선박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미비하다. 높아진 규제는 어민과의 갈등을 지속적으로 유발하고, 검사원들의 업무 부담 또한 증가한다.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검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현장의 일부 조합원은 ‘파업’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선박을 제대로 검사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검사는 사전 예방 조치다. 하지만 현장 검사원이 110명 정도인데 이걸 4배 정도 늘려 440명 정도가 되고, 그런 다음에 일을 잘못했다고 꾸짖고, 처벌하면 이해를 하겠다. 지금 시스템은 우리가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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